"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나의 길'을 가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반갑습니다. 정읍 호남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물리학과를 거쳐 지금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재학중인 이거성(25)이라고 합니다. 물리교육을 전공하고 있고요, 과학교육과 관련된 현장에서 일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꿈입니다.
 

   

▲ 충남대 교육대학원 물리교육전공 이거성씨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중고등학교 때 저의 진로는 자연과학연구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물리학과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대학 진학 시에도 학부 교육과정이나 교수님들 연구실적을 살펴본 후에 전북대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랬던 제가 과학교육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된 것은 대학교 때의 다양한 경험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 과학나눔 봉사단, 대한민국 대학생 교육기부단 집행부 활동이 큰 공부가 됐습니다. 

다양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배움을 나누면서 든 생각은 과학교육을 통해 더 많은 '과학인'을 육성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제가 속해 있는 공동체 전체의 미래에도 더 이롭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심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학교의 저는 과학특기생이었습니다. 중1 때부터 중3 때까지 대학과 교육청에서 과학영재교육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과 방과 후 활동 대신 발명 프로젝트를 하고,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과학고 진학에 실패하고, 고입선발고사(제가 사는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으로 이른바 ‘선 지원 후 시험’으로 고입을 진행합니다.)에서도 한 끗 차이로 장학생 선발도 못되었던지라 고등학교 진학 직후에는 그저 대입준비를 위해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3학년 때에는 천식이 발병해 투병과 학업을 함께 해야 했습니다. 수능 당일에도 탐구영역 시험을 보던 중 급작스러운 발작으로 시험을 다 치르지 못할 뻔도 했습니다. 12월 초입에 받아든 수능 성적은 제가 여지껏 치러 본 모의고사 성적들과 비교했을 때 '최악'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에는 재수를 생각했던 게 사실이지만,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이 성적으로라도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을 가보자'라고 결심하게 되었고, 여러 학교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 전북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교육기부단 활동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비평준화 지역의 특성상 특정 고등학교로 상위권 학생이 쏠리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다니던 학교가 지역 내에서 그러한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내신 보다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 전략을 세웠고, 실제로 학내에서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리곤 했습니다.

내신은 3~4등급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다른 대학의 사범계열 과학교육학부에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고, 정시는 수능우선전형으로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느 학생들이 그렇듯 고교 1학년 때와 2학년 때는 학원과 야간자율학습을 병행하면서 대입을 준비했고, 3학년 때는 주로 병원이나 학교 자습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던 터라 EBSi 강의로 부족하나마 수능 준비를 해보려 했었습니다.

특히 당시 초가을부터 유행하던 인플루엔자 A의 여파로, 고위험군인 저는 등교 자체가 불가했던지라 9월 모의평가도 치르지 못하는 등 학업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4년 동안의 전공 수학을 받는 동안, 그리고 졸업 이후에 내가 이 분야에서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 없이 선택한 전공과 학과는 대학 시절을 본인의 삶에 있어 지우고 싶은 상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전공과 적성, 그리고 소신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학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 또한 ‘in 서울’ 그 중에서도 상위권이라 불리는 대학을 가고자 노력했던 수많은 고등학생 중 하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위에서 설명드렸듯 재수까지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학부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 지금 과거를 되돌아보면 저를 성장시켜 꿈으로 가는데 도움을 준 것은 대학이라는 이름, 그 간판이 아니라, 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성찰, 대학에서 만난 사람과의 다양한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전 제 학부생활이 누구보다 특별했고 자랑할 만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대학생과학나눔봉사단 해외탐방 활동

Q.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어떻게 공부하고 싶은가요?
A.
중학교 때에는 적어도 제가 해보고 싶은 것에 원없이 미쳐볼 수 있었던지라 미련이 남는 건 고등학교 때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계열을 자연계열이 아니라 인문계열로 바꾸어서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주위 지인들이 "넌 전형적인 문과 체질인데 잘못 온 것 같다"는 말을 자주하곤 해서... 문과생활을 하는 저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많이 궁금한것도 사실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과생인 저는 좀 더 수학과 물리를 공부하고 있을 겁니다. 굳이 물리학과를 다시 진학하지 않더라도 물리와 수학은 과학기술에 있어서 많은 분과학문의 기초소양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능 성적을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하나 더 보태자면, 고등학교 1학년 때에 전국토론대회에 두어 번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다른 지역, 다른 생각,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2학년, 3학년 때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보지 못했는데 그러한 경험을 더욱 많이 했을 것입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칭찬부터 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잘 참아주었다는 것입니다. 고교 입시에서도, 대학 입시에서도, 최상이 아닌 최악을 겨우 빗겨난 차악의 결과에 머물렀지만, 현실을 부정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결과에 승복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려고 애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후회되는 것은 건강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전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천식 투병으로 거의 ‘날렸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이루고 싶은, 얻으려 하는 무언가에 다다르려면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교훈을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런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한 듯합니다. 고 3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는데,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뛰려다 보니 몸이 먼저 지친 거겠지요.
 

   
▲ 전북대 개교기념 '전북대를 미래에 빛낼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어 장학증서를 받았다.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과학교육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자 합니다. 지금은 관련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교육대학원에서 과학교육학 물리교육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에 과학나눔 봉사단 팀을 동갑내기들 세 명과 함께 꾸려 활동한 결과 전국 1위를 한 게 제 꿈에 큰 자신감을 붙여 주었고, 그 이후에 학교 교수님들과 합심하여 과학문화확산을 전담하는 학생자치기구를 만들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사업 수임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학생 교육기부단의 전북지부와 전남지부의 모태가 되는 호남지역 창단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대교단에서는 전남지부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틈틈이 개인적으로 지역아동센터 1곳에서 1년 반여 동안 교육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 결과 작년에는 개교기념 전북대를 빛낼 신지식인에도 선정되었고, 올해 초에는 대학사회봉사협의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미국에서 서비스되는 유명한 지식강연 컨퍼런스인 'TED'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역단위로 진행되는 독립적인 행사인 'TEDxJeonju'의 총괄 기획자(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대학입시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꿈의 무대'에서 대학의 ‘간판’은 아무런 재료도 되지 못합니다. 입시의 과정과 결과에 결코 좌절하지 마시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본인의 삶에 도전하셨으면 합니다. 실패가 끝은 아닙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실패는 값진 경험을 남겨주는 법이니까요.
 

   
▲ 2013년 대교단 가족과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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