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고려대 경제학과 2학년 김동준 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청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과와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2학년 김동준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고등학교 2학년 때 경제 과목을 처음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거기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TESAT’과 ‘AP Microeconomics, Macroeconomics’를 공부하면서 경제학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경제학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학문이었기에 더욱 끌리고 있고, 앞으로도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대학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하여 저의 경제학적 지식과 법학을 융합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학교 때는 공부를 잘하고 좋아하는 학생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매일 PC방에 가느라 바빴고, 자사고에 원서도 넣지 못할 만큼의 내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기초적인 공부는 놓지 않았습니다. 영어 공부와 논술 공부를 꾸준히 해 결과적으로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 놓았습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노하우와 공부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공부를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중학교 때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공부를 못했기에 항상 기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공부란 더더욱 하기 싫은 존재였습니다.

중학교 겨울방학 때, 저랑 3년 나이 차가 있는 형이 재수를 하게 되었고, 공부를 저보다 훨씬 잘했던 형이 재수를 선택하자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고, 꿈도 없었던 저는 막막한 미래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맨날 누워서 공부했던지라 앉아서 10시간 동안 공부하는 일은 매우 힘들었지만, 저는 그 일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적은 급상승하게 되었고, 운이 좋은 덕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중국 환경포럼에 고려대 대표로 참석했다.(왼쪽 앞)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내신은 고등학교 1학년 때 3~4등급을 진전하다가, 2학년 때 1.6등급, 3학년 때는 전교 3등으로 수학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 1등급을 받았습니다.

저는 영어특기자로 대학을 갔기에 내신이 매우 중요한 편이었습니다. 제가 못하는 수학까지 정시에서는 평가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섣불리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선택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상과 활동들은 거의 다 도전해 보았고, 영어성적을 올리고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에 다녔습니다.

학교 상들은 참가자들이 적기 때문에 쉽게 수상할 수 있었고, 일본 자매학교 학생들과의 교류, 용산 미군기지캠프 참여를 통한 좋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문과 과목들은 지문을 거의 다 외우다시피 하였고, 항상 시험기간 2주 전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3번씩 교과서 정리를 하였고, 일주일에 그 교과서와 관련된 문제들만 30cm 정도 푼 것 같습니다. 내신은 실력도 뒤따라야겠지만, 복습과 반복을 통해 개념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19년 동안 하라는 공부만 하면서 살다가 갑자기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를 결정하기란 매우 힘든 일일 겁니다. 여러분은 아직 대학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무엇을 공부하는 곳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없기에, 대학을 한 학기 다니다가 중퇴하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내가 잘하는 과목을 찾기보다 내가 흥미 있는 과목을 찾기 바랍니다. 전공은 고등학교 때 배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부입니다. 여러분이 이해를 못해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옆에 친구도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를 겁니다.
 

   
▲ 한국에서 열린 한국 피폭 피해자 관련 포럼에 참가한 고려대와 와세다대 친구들과 함께

만약 그 전공과목이 예전부터 흥미가 있던 분야라면 잘하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예 흥미가 떨어져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하세요. 대학에서는 여러분이 스스로 미래를 꾸려 나가야 합니다. 여러분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여러분을 끌고 나가지 않습니다. 그저 물 속 침전물처럼 가라앉을 뿐입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지금도 저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은 제가 열등감으로 꽉차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그 덕분에 다른 친구들을 보며 노력할 수 있었고 더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후회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요즘도 자주 만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제 꿈은 아직 청사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현재 제가 즐기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국인’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작년엔 일본 오사카, 올해는 나고야로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을 가르치러 갑니다. 항상 이 활동을 통해 재일동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또한 작년 여름방학에는 환경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 다녀왔고, 일본인들과 한국 피폭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법적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소외된 문제를 들춰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일본 봉사활동을 함께한 '예그리나 팀'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3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각해도 여러분 앞에 항상 여러분보다 더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만약에 모든 공부 방법을 시도해보고도 안 된다 싶은 것은 여러분의 탓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마시고 자신을 돌아보세요.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 미련하게 공부하지 마십시오, 오래 붙들고 있다고 해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공부 리듬을 만들어야 합니다. 쉬어주세요. 여러분은 기계가 아닙니다. 30분 휴식을 취한 후에 공부를 하는 것이, 계속 문제집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빨리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선생님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세요. 수시에서 선생님의 추천서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에 이 학생을 추천해 주지 못하겠다는 칸에 체크를 하면 여러분은 자동으로 재수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시간을 그저 좀먹는 기계일 뿐입니다. 스마트폰 대신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취미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여가시간이 없으면 공부에 대한 열의도 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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