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산업정보디자인학과 2학년 류승아 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산업정보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2학년 류승아입니다. 중국에서 4년 반 동안 생활하고 심양미국국제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 꿈은 누구나 아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고, 비전은 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승아는 참 멋진 삶을 살았지'라고 기억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는 제가 직접 선택한 학교와 학부입니다. 부모님께서 입시 당시 고려대에 지원하는 것을 만류하셨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막연히 미대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의대에 가고 싶어서 이과 쪽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미대에 가고 싶다고 하니 많이 당황해 하셨어요.

고3 때에야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입시 전 한 달 가량 다른 대학 시험과 함께 실기 시험을 뒤늦게 준비했습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저도 디자인조형학부에 붙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제가 자신 있던 주제가 나와 기적적으로 합격했습니다.

물론 학과가 완벽하게 저에게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제가 미술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기에 디자인조형학부처럼 1학년 때 예술과 디자인을 함께 배우는 것이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2학년 때 전공으로 선택한 산업정보디자인학과에서 배우는 것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제 진로는 아직도 확신이 안 서지만 제가 이 분야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걸 보면 제 적성에 디자인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찍은 고등학교 단체사진. 티셔츠에는 반 친구들의 특징을 담은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학교 시절 촉망 받는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학교는 아니었는데 학교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었을 정도로 내신성적도 좋고 교우관계에도 어려움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 한 과목씩 시험이 끝나면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가서 답을 맞춰보잖아요. 그 공부 잘하는 학생이 저였어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중국으로 갑자기 전학가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시는 아버지께서 중국으로 발령이 나셨고 유독 영어를 잘 못했던 저는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못 알아듣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저에 대해서 수군거릴 때면 저를 욕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언어도 언어이고 낯선 환경에 친구 한 명 없이 적응해야 해서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이때까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던 제가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또 중국어도 못했기 때문에 몇 달 동안은 학교와 집 말고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제가 영어 공부를 죽기 살기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외국인 남학생 때문이었습니다. 분명 그 친구가 우리나라를 뭐라고 욕을 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었기 때문에 정말 화가 났지만 영어로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영어공부를 진심으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린애 같지만 그때 그 아이에게 멋지게 반박하기를 목표로 두고 영어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어려움 없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 Speech Contest 연설 장면

국제학교에 입학한 첫해는 내신성적이 엉망이었어요.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더욱이 점수가 잘 나올 리가 없었습니다. 숙제 하는 시간도 남들보다 배로 들었고 항상 전자사전을 옆에 끼도 다녀야 교재를 읽을 수 있었어요.

고등학생이 되자 전자사전에 배터리가 다 닳아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전자사전 사용은 뜸해졌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내신 성적은 누구보다 좋았고 수업시간에 조는 법이 없었어요. 시키는 것은 빠지지 않고 했고 때로는 저만의 창의력을 더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들께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졸업할 때가 다가오자 저는 국제학교 시스템 상 한 학년 늦게 대학에 입학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기졸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조기졸업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때 제가 학점이 충분한지, 당장 반년 뒤에 졸업이 가능한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조기졸업 자격은 됐지만 교감선생님과 진로상담선생님께서 저를 말리셨어요. 저를 믿기는 했지만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높지 못해서 좀 더 준비를 하고 졸업하길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설득하고 부모님도 설득해 기회를 얻었습니다. 조기졸업예정자로 원서를 내고 대학에 붙는다면 졸업장을 주지만 붙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신과 봉사활동 빼고는 뭐 하나 내놓을 것 없는 학생이었고, 다른 친구들은 내신부터 공인성적까지 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고 덕분에 좋은 학교에 당당히 입학해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 독서실 공부법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것이 아니라서 내신 등급을 매기기가 애매하지만 만약 조기졸업을 하지 않았으면 수석이었을 정도로 내신성적이 좋았습니다. 주어진 것에 충실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한 결과로 해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 교육과정과는 다를 수 있지만 국제학교에서는 객관식보다는 주관식, 문제풀이 숙제보다는 프로젝트를 내주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는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보통보다 잘할 수 있습니다. 눈에 띄게 잘하려면 창의적이고 성실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좋은 내신은 성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은 재외국민특례입학전형으로 준비했고 수능점수 없이 지원 가능한 수시를 준비했습니다. 특례전형은 이과를 제외하고 국어와 영어만 준비하면 되지만 저는 예체능에 대한 애정도 버릴 수 없었기에 입시미술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남들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약 두 달간 열심히 학원을 다녔고, 실기준비는 뒤늦게 한 달 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늦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독서실에 등록해서 학원을 마치고 매일 새벽 1시까지 공부했습니다.

제 칸에 영어단어가 적힌 포스트잇을 도배해 놓고 모르는 단어는 추가하고 다 외운 단어는 뺐습니다. 국어는 작품 이름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고 작가 이름, 시대, 특징 등을 외웠습니다.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저만의 방법으로 포스트잇을 십분 활용해 공부했습니다. 공책에 적어놓으면 펴보지 않는 이상 모르지만 포스트잇에 적어놓으면 눈만 뜨면 보이니까요.

물론 필기도 열심히 했지만 '수업 끝나고 복습하면서 공부해야지'라는 생각보다 '다시는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으니 지금 당장 외워야지'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 처음 칭찬 받은 입시미술 그림

실기 준비는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모두들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준비했던 친구들이었기에 그 속에서 저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도 미술학원에 가보지 못해서 제 그림은 보잘것없었고 제일 중요한 속도마저 느렸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보다 실기 준비를 더 열심히 했습니다. 미술학원에 있는 4시간을 제외하고 독서실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렸고 최대한 많은 작품을 찾아보면서 보는 눈을 길렀습니다.

사실 제가 고대에 붙는 것은 어렵다고 말씀하신 미술선생님께 처음으로 칭찬을 받은 뒤부터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객관적으로 저의 그림과 친구들의 그림을 평가해주셨습니다. 그 결과 당당히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디자인조형학부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조언은 정말 현실적입니다. 제가 지금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과 불가능한 대학을 알려주시고 가능성 있는 대학을 더 확실하게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안정권 대학 두 곳과 가능한 대학 두 곳, 그리고 꿈의 대학 두 곳을 정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꿈의 대학을 향해서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가능한 대학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보다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대학을 향해서 공부하면 더 많은 선택권이 열리고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쟁취할 수 있습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진부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입시를 겪어 본 결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더 열정적이고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정해주신 학과 말고 자신이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늦게나마 제 진로를 바꾼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사실 모두들 당황해 저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쉽게 정답이 나왔습니다.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좋은 대학을 간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기 힘들다면 자신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남들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보다 내가 하기에 즐거운 일을 찾고 그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찾은 학과가 무엇을 배우는 학과인지 꼭 알아보아야 합니다. 학과 이름만 듣고 대충 어떤 것을 배울 것 같다고 짐작만 하지 말고 홈페이지를 찾아 직접 공부해 보세요. 자신이 생각한 교육과정과 다른 학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정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힘들어합니다. 미술도 똑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시켜서 미술학원에 다녔다'는 동기들보다 '정말 미술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동기들이 더 열심히 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들지만, 꼭 그것을 찾아서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과에 입학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필리핀 봉사활동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꾀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길이 더 힘들더라도 정직한 길을 걸었고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눈물을 머금고 끊은 것입니다.

저는 친구와 채팅(지금 생각하니까 굉장히 올드한 느낌이 듭니다.)하는 시간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친구들이 가장 활발한 9시부터 잠을 자고 다들 자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건 다했습니다. 학생회, 합창, 디자인 작업, 봉사활동 등 고등학생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기회는 모두 활용했습니다. 그런 활동들이 있었기에 저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그것이 현재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누군가가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갈 거냐는 질문을 한다면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후회 없이 열심히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가 이것에 더 관심이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있습니다. 중국어입니다. 중국에 살았지만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외국에 살았다면 그 나라 말 정도는 잘 배워 뒀어야 했는데 언어에 관심이 없었던 과거의 제가 어떨 땐 조금 밉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걱정할 시간에 생각 없이 놀면 좋았을 걸’ 하는 것입니다. 걱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걱정을 할 바에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노는 게 답입니다. 사실 집중이 안 되는 시간에는 놀아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한 번쯤 후회 없이 놀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아직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그 일을 조금씩 해보고 제일 마음에 들고 재미있는 하나를 고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외활동이나 일을 가리지 않고 합니다.

물론 제 전공을 최대한 살리는 활동을 하면서 아니다 싶은 것은 과감히 버리고 좀 더 오래 하고 싶은 것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국인'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했고, 'KBS N 푸른나래 기자단' 활동을 반년 동안 했으며 현재는 '젊음이 묻습니다'의 디자인팀에 있습니다. 외주가 들어오면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기 위해 가리지 않고 합니다. 저를 아는 친구들은 '참 이것저것 많이 하는구나'라고 말해요. 3학년이 되면 한 곳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목표를 세울 때 장기적인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달려가세요. 예를 들어 ‘사전 없이 소설책 읽기’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면 ‘일주일 내에 단어장 다 외우기’ 같은 단기 목표를 만들어 보세요.

자신에게 끝없이 동기를 심어주면서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세요. 하기 싫은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차라리 즐기면서 하세요.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다 해보세요.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될 때 거기서 조금만 더 하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 미래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세요!

"Ideals are like the stars: we never reach them, but like the mariners of the sea, we chart our course by them (이상은 별과 같다. 절대 도달할 수 없지만, 그것은 우리가 바다의 선원처럼 그에 의해 갈 길을 알게 한다." By Carl Schu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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