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놓치지 말고 더 많은 경험을 하세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로진학교육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진로진학 스토리는 중고생들에게 살아숨쉬는 정보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로진학에 대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300만명이 넘는 지금, <에듀진>이 마련한 이 '대학생 멘토' 코너가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진로진학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정윤재 씨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정윤재(20)라고 합니다.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풍문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법조인의 꿈을 가지고 공부하는 중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대학 진학을 위해 원서를 접수할 때 1순위로 가고 싶었던 학교와 학과가 현재 제가 속해 있는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입니다. 법조인이라는 진로를 일찍부터 확정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운용하고 있는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고려대 법과대학의 후신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훨씬 다양한 법 관련 과목들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법률적 기초 소양을 갖출 수 있는 좋은 환경이 학부 내에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어서 제 적성에도 맞고 진로를 위해서도 적합한 학과라고 생각합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학교 때는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다 보니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교 3등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고, 졸업할 때는 수석졸업을 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듯 특목고에 가야한다는 강한 목표가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 글로벌 역사외교 아카데미 길거리 캠페인(앞줄 맨 왼쪽)

그러다가 국제고 입시에 도전했고, 최종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충격이 컸습니다.

그 동안은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데다가, 그 당시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가 외고나 국제고에 진학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자신감이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풍문여자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감도 없고 적응도 힘들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도기를 지나고 나서야 학교생활에도 적응하고, 교과목들에도 흥미가 생겨서 성적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성적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제 안에서 목표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진로에 대한 확고한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수시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수시 지원 당시 내신은 1.14였습니다. 시간 분배를 잘 해서 교과와 비교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학교장 추천 전형은 학교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에 대한 것을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교육을 받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거나 주말에 몰고, 평일은 학교에 남아서 공부나 비교과 활동을 했습니다. 모교에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거나 그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교내 자치법정 검사로 활동하면서 진로에 대한 체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었고, 모의영어법정을 진행하면서 국제법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추기 위해 글로벌역사외교아카데미 활동을 했고, 실제로 독도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 영어 모의법정 검사 활동

다양한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교내 특별반 야영을 기획해서 1박 2일 동안 학교에서 신나게 놀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교과 활동을 하기 어려운 3학년 때는 프로그램 심사나 MC를 맡아 작게나마 참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능력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능력 등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기른 능력들이 입시 면접은 물론이고 현재 대학 생활에까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A. 대학 입시 준비를 하다 보면 성적에 대학이나 과를 맞춰야 할지, 아니면 소신대로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씩은 꼭 하게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꿈이나 진로는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선택하는 학과와 관련한 진로를 택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 진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 그 학과에 진학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마치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대학 진학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고, 대학 진학은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지 지금의 시간 투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학 진학과 학과 선택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선택하는 학과가 지원자의 관심 분야 내에는 있어야 합니다. 아예 관심도 없는 분야의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힘들어하고, 결국은 반수 등을 택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습니다.
 

   
▲ 나라사랑 영어 말하기대회 진행 후 글로벌 역사외교 아카데미 친구들과 함께(가운데)

Q. 중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과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A. 
고등학교 때만 만들 수 있는 추억들을 많이 만든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지 않았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3 때는 저와 친구들 모두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예민했는데, 그 때 굳이 공부를 더 해서 스트레스를 만들기보다는 일정 시간 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쳤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고3 때 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가장 추억이 많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후회되는 일이라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조금은 듭니다. 그 당시에는 공부가 왜 그렇게 싫고 지겨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A. 지금은 다른 활동보다 교과 수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유전공학부 커리큘럼 내에 법과목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법조인이라는 진로 자체가 아무래도 다른 직업들보다는 일종의 코스가 정해져 있어서 그 코스를 따르는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학 후 느낀 점은 법을 다룬다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며, 깊은 사고를 요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법철학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나름의 답을 찾고 도전하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이러한 문제들에 해답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 고연전에서 동기들과

Q. 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지금 시간을 즐기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시간은 흘러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과, 쌓을 수 있는 추억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입시와 같은 목표를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즐긴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남들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상황을 즐기는 자세를 배운다면 그 누구보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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