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참여해야 교육이 바뀐다

   
▲ 화성지역 학부모 정책공감 콘서트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분당 수내고 3학년 학부모 최진 씨는 학부모회 활동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큰아이의 고등학교 학부모회 활동을 시작으로 작은아이가 다니는 수내고 학부모회 활동까지 무려 5년이나 되는 시간을 학부모회 활동을 위해 쏟았다.

최진 씨가 잘 나가던 직장 생활까지 접고 학부모회 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학부모회 활동을 하다 보니 그의 시선은 ‘내 아이’에서 ‘우리의 아이들’로 점점 바뀌어갔다.

학부모회 활동을 하다 보니 학교에는 고치고 바꾸고 메꿔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다. 무작정 학교에만 요구할 수도 없어서 직접 몸으로 뛰는 일도 많아졌다. 방황하는 학생들을 모아 집단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회복적 정의운동’을 실천하면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교복은행도 만들어 학부모와 1대 1로 소통하며 공감대를 만들어갔다.

지난해부터는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SNS를 활용해 학부모 멘토가 학생에게 1대 1 진로교육을 하거나 상담을 해주는 ‘학부모 온라인 멘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냈다. 학부모회의 이런 활동들로 수내고는 전국진로대회에서 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5년 동안의 학부모회 활동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직업인으로 다시 돌아간 최진 씨가 여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교육 문제를 살피는 것은 내 아이가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회 활동을 통해 교육의 여러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할 때쯤이면 자녀의 졸업과 함께 학부모회 역시 ‘졸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최진 씨가 전국적인 학부모운동을 전개하자는 본지 신동우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한 학부모회 활동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전국적인 학부모 모임이 필수불가결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는 전국의 수많은 최진 씨가 모여 만들어진 단체이다. 강남, 분당, 일산, 오산, 안산, 대전, 천안, 원주 등에서 우리 교육을 개선해 보자는 의지를 가진 학부모, 교사, 교장, 교육관계자들이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는 우리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10대 실천 강령을 만들었다.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 10대 실천 강령>

1. 교육과정 개정에 적극 참여한다.
정부는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교과서의 내용과 학습량, 수업시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최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정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밀어붙여 가능해진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부모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 전혀 관심을 갖지 못했다. 수학, 과학, 사회과 학습량이 늘어났다고 하면 당장 학원부터 알아보는 것이 학부모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는 교육 주체의 하나로서 교육과정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제소리를 낼 수 있고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는 흩어져 있는 학부모의 힘을 한데모아 교육과정 개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개선해 나가기로 한다.

2. 대학입학전형제도 개선에 적극 참여한다.
대입전형이 수시의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적성, 정시의 수능 등으로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대학들은 여전히 학생들을 성적으로 재단하고 있다. 학생 및 학부모 친화적인 입학전형 설계를 위해서 학부모의 입장에서 대학에 제안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학교 교육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학생부전형의 경우에는 전문성 있는 입학사정관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대학들 가운데는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찾아보기 힘든 곳도 있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의 처우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은 계약직 입학사정관이 주를 이룬다. 많은 입학사정관들이 대학조직에서의 낮은 대우 때문에 전직을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부모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전형의 확대가 필수불가결함을 인식하고, 대학이 학생부전형을 더욱 활성화하고 입학사정관의 처우와 지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적극 행동해 나가기로 한다.

3. 학부모 및 보호자의 학교상담 의무화를 추진한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또는 보호자의 학교상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가 학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의 파트너임을 서로 인식하고, 학생들의 교육과 진로문제에 대해 긴밀히 의견을 나누고 협의해야 한다.

4. 학부모 간담회를 활성화한다.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총회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학부모총회가 요식행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학교 교육 개선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형식적인 총회 말고 실질적으로 학부모와 학부모, 학부모와 학교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학부모 간담회가 절실하다.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고충도 이해하고 자신의 자녀뿐 아니라 모두의 자녀를 위한 의견교환을 해나가야 학교도 학부모를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의 자녀를 위한 간담회가 될 때 그 속에서 내 자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5. 학급회의 및 학생자치활동을 활성화한다.
학급회의는 학생들이 민주적인 의사 표현과 토론을 통해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워가는 중요한 교육과정인데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학급회의나 학생자치활동 등을 통해 학생, 학급, 학교가 개선해야 할 문제와 해결책을 찾고, 학교는 학생과 소통하여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발전해 나가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최근 전국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교사 성추행 사건이나 급식 비리 등은 학급회의나 학생자치활동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고 다뤄야 할 문제이다. 회의나 자치활동을 통해 제안된 내용을 학교에서 성실히 검토하고 좋은 제안은 적극 받아들여 이를 통해 학생과 학교간의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질 때 학생과 학교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6. 교사가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교사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어야 하며,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해 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학급회의 및 학생자치활동, 학부모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되는 모습이 보일 때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데 더욱 열과 성을 다할 것이고, 결국 그 혜택이 자녀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7. 학생의 꿈과 끼에 맞는 자율동아리활동을 보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직업의 수는 대략 1만 2,000가지이며, 미국은 3만 가지가 넘는다. 우리는 그만큼 다양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고교 한곳에서 80~90여 가지의 학생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기가 많은 동아리의 경우에는 한정된 인원 때문에 활동을 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담당교사 배정문제도 있고 누가 가르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는 이런 경우, 총괄 교사는 배정하되 학부모를 실질적인 동아리 지도자로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또 학생들의 꿈과 끼가 유사하다고 해서 유사한 동아리에 억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미 요리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는 학교에서 한 아이가 자신은 피자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이 아이를 요리 동아리로 흡수시킬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피자 동아리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 아이는 한식, 양식, 중식 상차림을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피자를 만들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 동아리에서 흥미에도 없는 상차림을 배우는 것보다 피자 동아리에서 피자를 직접 만들어보고 같은 흥미를 가진 친구들과 피자에 관련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학생의 진로 탐색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다양성 있는 동아리 활동이 우리 학교에 필요하고, 이런 분위기라야만 정부에서 밀고 있는 '창업'이나  ‘창직’이 활성화될 수 있다. 현재 학교라는 집체교육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편이 바로 동아리 활동의 활성화이다. 동아리별 인원수도 5명 이상은 지나치게 많은 수일 수 있다. 아이템에 따라서는 조원 구성이 5명 미만도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8. 성적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의 교육환경을 만든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학교의 모든 평가는 성적에 따라 이루어진다. 특목고, 자사고, 유명대에 몇 명의 학생들을 보냈는가를 가지고 학교를 평가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결국 학부모와 교사, 교육관계자들의 이런 평가방법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성추행 사건과 급식 사건의 피해 학생과 교사들을 두고 “당신들 때문에 학교 전체가 피해를 본다”며 비난하는 학부모들이 언론에 크게 회자되며 손가락질당하는 일도 있었다. ‘나만 잘되면 돼‘라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를 개척해가지 못하며, 행복한 교육은 역시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될 뿐이다.

또한 학생부 봉사활동사항에 거짓이 기입되고 심지어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아예 학생부 기입·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문제는 학교와 교사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교사들은 수업과 학생 지도 외에도 엄청난 잡무에 시달리고 있어서 모든 학생들의 학생부를 성실히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다 보니 학생부 관리마저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 위주가 되는 성적중심주의의 폐단이 학생부전형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는 모든 학생들의 학생부를 세심하게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데 다 같이 힘을 모아 성적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9. 내 자녀만의 학교가 아닌 우리 자녀 모두를 위한 학교를 만든다.
학부모로서 자신의 자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 자녀만 생각하는 이기심만을 내세워서는 모든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결국에는 자신의 자녀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학부모는 우리 교육을 거시적으로 보고 내 자녀만을 위한 학교 발전이 아니라 우리 자녀 모두를 위한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학교가 바뀌고 교사가 달라질 수 있다.

10. 학부모 의식개선 운동을 실천한다.
학부모는 내 자녀만이 아니라 우리 자녀 모두를 위해 교육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평균 120년을 살게 되면서 급변하고 있는 문명세계의 패러다임은 국영수 성적순으로 학생을 평가해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성공의 줄이 한 줄이라면 다음세대의 성공의 줄은 만 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각자의 꿈과 끼에 맞는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국영수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인문학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성적 중심의 진학설명회 대신 진로와 진학이 함께 어우러진 설명회가 확대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100세 시대를 살게 되는 학부모를 위해 자녀뿐만 아니라 학부모 자신을 위한 진로 교육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에서는 월 1회 지역별 모임을 갖고 개선해야 할 학교 문제를 학교관계자들과 적극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필요한 경우 지역교육지원청이나 학교 등에 공문을 발송하고 지역교육지원청, 학교장 면담 등을 통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실천하는 학부모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것이 내 자녀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녀를 위한 교육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학부모가 교육환경 개선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학부모의 단결된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일선학교 학부모회원 중 많은 수가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우리교육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근본적인 교육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단위학교 학부모회가 단독으로 활동을 수행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학부모회뿐 아니라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진 개인과 교사, 교장도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에서 함께 뜻을 모으자. 전국의 초중고 학부모회와 교사, 교장이 하나 된 힘으로 나아간다면 학부모와 교사들의 손으로 우리의 학교교육의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본지의 신동우 대표는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많은 학교와 학부모회를 접촉해 11월부터 전국 초중고 순회강연을 시작한다. 강연을 원하는 학교와 학부모회는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나 <에듀진>으로 신청하면 된다.

한국교육환경개선운동본부: http://cafe.naver.com/allunion 070-4191-9350
에듀진: webmaster@eduj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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