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관리, 모든 아이에게 균등한 기회를!

   
▲ 제천 세명고등학교 전경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교육계 전반을 크게 뒤바꾸고 있다. 처음에는 학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고교들이 이제는 학종 대비를 위해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서울대가 수시 선발인원 전체를 학종으로 뽑고 있으며 수도권 상위 대학의 경우 학종 선발 인원이 수시 선발 인원의 절반을 차지하다 보니 더 이상은 학종을 외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을 위해 학종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처럼 충실히 준비하고 있는 학교는 실상 많지 않다. 특히 지방으로 시선을 돌리면 제대로 준비하는 학교 수가 더욱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 시대에 발맞춰 대혁신을 이룬 제천 세명고등학교의 괄목할 만한 변신은 수시 대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학교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권석현 교장, 세명고를 바로세우다

   
▲ 권석현 세명고 교장선생님

세명고(교장 권석현)의 환골탈태는 2014년 권석현 교장이 학교에 부임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세명고는 2년 전만 해도 ‘학부모가 포기한 학교’로 일컬어지며 지역 내 고등학교 가운데 성적과 선호도 모두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었다.

초빙 교장으로 세명고에 부임한 권 교장은 취임 일성으로 ‘학교 바로세우기’를 천명했다. 씨앗도 뿌리지 않고 싹이 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되며, 뿌리부터 변화시켜 수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학교를 바로세우겠다는 의지였다.

부임 첫해에는 기존 선생님들의 교육적 변화에 대한 확신이 미온적이었다. 기존의 교육방식만을 고집하는 선생님들에게 권 교장은 몸소 실천하는 카리스마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권 교장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느끼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열정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해 본 성공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사업을 구상하고 스스로 발품을 팔아 여러 사업들을 성사시켰다.

부임 첫해 전격적으로 국내 여러 대학과 MOU를 체결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산동대학교와 협정을 체결했다.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해 학생들의 진로 진학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였다. 권 교장이 흘린 땀의 결실로 세명고 학생들은 방학 중 이들 대학을 방문해 전공·학과 체험학습과 중국 산동대 어학연수의 혜택을 받고 있다. 또한 세명고는 지난해 유네스코 협력학교로 지정돼 올해 한국
국제협력단 KOICA의 국제협력 활동에 세명고 학생들이 참여하게 됐다.

   
▲ 세명고-경북대 업무협약식(좌), 남경신식공정대 한국교장단 학술교류(우, 윗줄 오른쪽 첫번째가 권석현 교장선생님)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6월 20일에는 교정 한쪽에서 ‘명상숲 개장식’이 열리고 있었다. 산림청 학교 숲 가꾸기 사업에 권 교장이 직접 만든 사업계획서가 당당히 선정됐고, 마침내 그 결실이 만개한 날이었다. 학생들은 완성된 명상숲을 둘러보고, 명상숲 벤치에 앉아 동아리발표·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발산하고 있었다.

권 교장은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장의 일”이라며 “이런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면 된다’는 성취의 경험이 쌓이면서 적극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명문 사립고로 도약한 제천 세명고

   
▲ 권석현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좌), 자기계발활동기록부(중), 2016 삼성 인력개발원 김성준 부장 진로 특강(우)

권 교장은 무엇보다 실추돼 있는 세명고의 명성을 되찾고 지역을 대표하는 사립고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학생들의 진로 진학 지원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대학이 요구하는 미래인재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운영 중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입학부터 졸업까지 진로 진학 목표 관리와 코칭을 해 주는 ‘하이패스 진로 진학 목표관리제’는 세명고의 고유 브랜드 SEDA(세다, strong의 의미)를 빛내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학교에서 직접 제작한 자기계발기록부를 통해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꾸준히 자신의 활동을 관리해 가는 형식이다.

또한 교장실 한쪽 벽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교생의 1지망 지원 대학, 지원 학과, 롤 모델을 적어 붙여 두었다. 학생들은 이 현황판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다시금 확인하고 목표달성의 의지를 다져가고 있다.

권 교장은 대입 정보도 직접 발로 뛰어 얻는다. 대학을 직접 방문해 해당 학교의 대입 정보를 샅샅이 훑고 대학 맞춤식 입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4개 대학을 초청해 세명고 주최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개최했다. 물론 이것도 역시 권 교장이 직접 나서서 대학들을 섭외한 결과였다.

입시박람회는 올해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4월 22일 전국 40여 곳의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제2회 대입박람회가 교내에서 열렸다. 이날 박람회에는 수도권 상위 대학 12곳과 전국 국공립대 24곳 등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권 교장은 “이들 대학이 학생들에게 차마 넘볼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진학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목표가 돼주길 기대하며 입시박람회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17 수시대비 전국 대학입학정보 박람회 고려대 부스(좌), 중국 산동대 부스(중), 독서캠프 '밤을 잊은 그대에게'(우)

또한 학생들에게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의 현장 체험을 통해 동기부여의 기회를 주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경북대 현장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변화는 권 교장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경북대 생명공학, 신소재, 화학합성 등의 실험 분석에 참가한 학생들이 경북대 교수와 함께 전공 관련 실험 실습분석을 성공적으로 끝내고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어갔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이후 눈에 띄게 변화했다. 처음에는 “성적에 맞는 대학이나 찾아서 들어가겠다”고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서울 중심권 대학에 진학 하겠다”며 강한 진학 의지를 불태우며 달라진 모습으로 학교생활에 성실히 매진하고 있다.

학교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권 교장의 이런 노력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들까지도 변화시켰다. 처음에는 권 교장의 ‘직진식’ 개혁 의지에 거부감을 보였던 선생님들도 차츰 권 교장의 진심을 알아보고 학교를 바꿔 나가는 데 뜻을 함께했다. 학생 맞춤형 선진 교과교실제를 비롯해 독서인증 프로그램, 자기주도 학습 멘토링 전담제, 프로젝트 발표대회, SM 창의인성 인증제, 전공적합성 동아리, 수시 학종 대비 자기소개서 특강반, 모의 면접반, 신입생 예비스쿨 등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학교와 교사의 헌신적인 지원 속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세명고는 특히 모든 학생들의 학생부를 성실하게 관리해 주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성적이 낮은 학생일지라도 학교가 학생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으며 진로 지도와 활동 관리에 성실히 임한다는 뜻이다.

최근 대입에서 대학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진 ‘세특사항’ 부분은 특히 공들여 기록하고 있다. 과목별 세특사항 란에는 학업 능력, 교과 적성, 학습 활동 참여도 및 태도 등 교과 학습과 직결된 핵심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주며, 개인별 세특사항 란에는 진로와 관련한 능력사항을 강조해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실 세특사항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고서는 생생한 언어로 쓰기 힘든 항목이다. 이는 곧 세명고가 학생 개개인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셈이다.

   
▲ 유네스코학교 현판(좌), 교장실 벽면을 가득 메운 전교생의 희망 진학판(중), 경북대 대학연계 전공체험(우)

성적에 따라 학생부 관리에 차등을 두는 학교가 많은 현실에서 세명고의 이런 노력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결과는 마침내 세명고 졸업생의 진학 성적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권 교장이 부임한 지 2년 만에 수도권 상위 대학 및 전국 국공립대 진학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그 결과 과거에는 학부모가 비선호하는 학교였던 세명고가 이제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높은 학교로 당당히 등극했다.

세명고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학교의 책임 운영자인 교장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가 뿌리부터 변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장이 먼저 변화해야 교사가 바뀌고, 교사가 바뀌어야 학생이 변화하고 학부모가 달라진다. 세명고 변화의 중심에는 권석현 교장이 서 있다.

제천 세명고 권석현 교장선생님 인터뷰
Q. 학교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었나요?

A. 저는 선생님들이 보기에 소위 낙하산입니다. 초빙 교장이라 이곳에서 처음부터 계속 근무해 교장까지 된 케이스가 아니죠. 그래서 초지일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운영, 원하는 일들이 많으니까 선 생님들이 부담을 갖게 되는 일이 있어서, 가능하면 정책, 예산배정 등은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덜어 주고자 노력 합니다. 예산 처리나 행정 업무 등을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바꾸려면 교직원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정년이 얼마 안 남은 분들에겐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달라고 의지를 북돋고, 젊은 분들에게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능력 있고 젊은 교사가 넘쳐나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앉아서 지시만 하는 행정가가 아니라 움직이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관리자가 되려고 합니다.

Q.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신가요?
A.
지방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가 면학 분위기가 좋은 학교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그러나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일이 교사에게는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와 인접해 있는 세명대 183 ROTC를 통해 야간 자율학습 학생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ROTC 학생들이 멘토로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을 직접 감독하고 멘토링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더욱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자율학습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명대학이나 저명한 인사에게 강연을 부탁하면 “단위 학교로는 강연을 나가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제천 지역 학생과 학부모를 모아 강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전에는 학부모 대상 강연에 70명 정도가 참여했다면 지금은 300명 이상이 찾아오십니다. 이렇게 진학과 진로 교육에 쏟는 저의 진심을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 모두가 알아주고 적극적으로 저를 따라주고 있습니다.

제천은 경제적 자생력이 매우 약한 곳입니다. 그래서 학부모가 아이를 마음껏 지원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일궈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돕는 것, 그것이 저의 교육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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