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미래는 없다!...양극화 속 일자리부터 줄어든다 ①

   
▲ 건국대 창의설계경진대회에 출품된 건국대 '어잌KU'팀의 '네비게이션 드론' <사진 제공=건국대>

“영국 런던 북부에 사는 농부 이언 피곳은 오늘도 카펫이 깔린 자기 ‘사무실’에서 자기 농사를 짓는다. 존 디어에서 생산한 무인트랙터가 그 대신 2,000에이커에 이르는 그의 농지를 누빈다.

11톤에 이르는 거대한 무인트랙터는 밭마다 어떤 작물을 어떻게 키웠는가 하는 경작 내력에 관한 정보와 위성으로부터 제공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경작지에 가장 적합한 비료를 골라 뿌린다. 트랙터에 크고 작은 스크린이 얼마나 많은지 얼핏 항공기의 조종실을 연상시킬 정도다.

방금 이 트랙터로부터 밭의 영양상태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피곳의 컴퓨터로 전달됐다. 갖가지 소프트웨어에 힘입어 피곳은 기상예보를 비롯해 살충제 정보, 토양상태, 작물의 생장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장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자기 농지에 발 한번 들여놓지 않은 채 마음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최첨단을 달리는 영농 빅데이터의 파워다.” (미국의 시사경제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보도)
 

   
▲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대표 모델로 꼽히는 시멘스 안베르크 공장. 완전 컴퓨터화를 자랑한다.

“1990년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 터를 잡고 있던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3대 대기업의 시가총액은 360억 달러, 매출은 2,500억 달러였다.

그로부터 24년 뒤인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3대 기업의 시가 총액은 1조 900억 달러로 거의 4배에 이를 정도로 훨씬 많다. 매출은 2,470억 달러로 1990년대의 디트로이트와 비슷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당시 디트로이트 3대 기업의 근로자는 120만 명이었다. 반면 실리콘밸리 3대 기업은 13만 7천명 남짓한 수준이다. 10분의 1 인력으로 같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왑 세계경제포럼 창립자 겸 회장)

“일본의 2012년판 ‘직무구조에 관한 연구’에 나온 601개 직업에 대해 2015년 이 직업들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확률을 시산한 결과 ‘일본 노동인구의 약 49%를 기술적으로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오스본 교수팀과 노무라총합연구소 공동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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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4번째 산업-기술 혁명이라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영국인 농부 피곳은 단지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스마트폰을 든 수십억 명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저마다 사업을 벌이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관계를 더더욱 복잡하고 생기롭게 펼쳐나가고 있다.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이 대변혁은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눈부신 생산성 증가를 가져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물질을 보다 손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무인자율운항체(드론), 3D 프린팅,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등 나날이 매스컴을 휘젓는 어지러운 이름을 가진 신기술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부자나라’와 ‘새로운 부자계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신기술-신산업이 모든 인류, 모든 나라에 장밋빛 현실과 무지갯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해당기업과 해당 종사자들만을 더욱 부유하게 하고, 이전의 전통적인 기술에 의지해 유지돼온 전통기업과 전통직업인들의 영역을 가차 없이 축소시키고 퇴출시킨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나라별로도 편차가 심해지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 계층별로 격차는 커져만 간다.

이번 주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왜 세계는 실리콘밸리에 분노하는가?’라는 커버스토리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신기술 가운데 가장 각광을 받으며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산업이 실제로는 새로운 실업난을 몰고 오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적 불균형도 더욱 가속화시킨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어떤 부작용과 도전을 몰고 올 것인지 방대한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분석한 기관의 하나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초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란 보고서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여파로 앞으로 5년 동안 29개 주요 국가(13개국 + 2개 경제공동체)에서 일자리 약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사무직이나 관리직 종사자들이 가장 크게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조사는 세계 29개 국가의 350개 대형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대상은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영국, 미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걸프협력회의(GCC) 등으로, 해당 국가의 일자리 비율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65%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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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의 구체적인 분석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앞으로 2020년까지 5년 동안 4차 산업혁명으로 약 71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면에 로봇을 비롯한 이른바 신기술이 새로 만들어낼 일자리는 200만 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무직 및 관리 직종에서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와 달리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링 관련 분야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무직 및 관리직종은 향후 5년 안에 475만 9천 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제조 및 생산 분야 역시 일자리 160만 9천 개가 없어질 것이다.”

“비즈니스 및 금융 분야는 49만 2천 개, 경영 쪽도 41만 6천 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컴퓨터 및 수학은 40만 5천 개, 건축 및 엔지니어링은 33만 9천 개, 영업 분야는 30만 3천 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직업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자율주행차량,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등 신기술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생산, 경영, 산업 지배구조까지 완전히 바꿔놓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인들이 광속으로 연결되면서 직업의 기본개념과 작동방식 자체도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고 보고서는 설파한다.

특히 보고서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력구조의 변화다. 세계경제포럼은 앞으로 기업들이 소수의 핵심 정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력풀을 형성하면서 다른 나라와 외부 컨설턴트, 혹은 프로젝트별 계약직원으로 보충하는 방식의 채용 구조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경제포럼 2016 포스터

이에 따라 클라우스 슈왑 세계경제포럼 창립자는 “인재 부족, 대량 해고, 불평등 심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선 일터를 변화시키는 작업에 투자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그는 성인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투자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면 매우 암울한 그림이 그려진다. 한마디로, 제4차 산업혁명이 몰아치는 세계의 직업시장은, 이 혁명을 추동하는 갖가지 신기술에 종사하는 핵심 인재풀을 중심으로 그 고도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는 1등 직업시민을 이룬 채, 세계 여러 지역의 외곽원에서 이런 핵심 인재풀의 보조역할을 하는 2등 직업시민이 점조직으로 연합하는 구조의 동심원의 확산구조를 이루게 되는 게 아닌가 우려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와 국가 차원의 경쟁을 벌여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주요 난제를 안팎에서 부닥치게 된 것이다. 안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해당 국가 안에서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의 문제를, 밖으로는 국제적으로 심화될 격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인류는 이 도전 앞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계속)
 

<참고> ‘제4차 산업혁명-진로와 교육에 대변혁 몰아친다’ 시리즈 순서(가제)

1. 장밋빛 미래는 없다!...양극화 속 일자리부터 줄어
2. 세계 각국에 몰아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태풍
3. 한국의 현실
4. 교육은 과연 해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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