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9등급제, 수능 중심 교육과정 등이 교육과정 황폐화 '주범'

   
▲ 한양대학교 [사진 제공=한양대]
이번 수시전형에서 성적이 좋아진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단 한 가지만 꼽자면, 수능배치표 중심의 '교육과정 파괴형 고교'와 학생부종합전형의 '교육과정 통합형 학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된 교육내용과 학습활동을 체계적으로 편성·조직한 계획'을 말한다. 교육과정은 해마다 새롭게 짜여 각 학교에 공지하도록 돼 있다. 교육과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은, 입시에서 대학들이 고등학교 프로필을 통해 해당 고교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뿐만 아니라 자사고, 특목고를 포함한 모든 학교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수시 학종에 강한 학교와 학종에 약한 학교의 차이는 교육과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수시를 알차게 준비한 학교와 수능에 치중한 나머지 수시를 소홀히 준비한 학교가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큼 교육과정은 입시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동우 교사가 한국진로진학정보원에 기고한 다음의 글을 통해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해법을 알아보자.     

교육과정 파괴형 고교, 시대착오적 교육을 버려라

그간 우리 고교 교육은 시대적·국가적 변화와 요구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교육개혁이 지연되거나 실패하곤 했다. 시대착오적인 수능 중심 체제, 교육과정의 무력화·황폐화가 계속됐고, 결국 교육의 본질적 가치인 인성·진로·창의성교육 역시 황폐화됐다. 

교육과정의 무력화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고교 교육과정을 '수능·배치표 중심의 교육과정'과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교육과정 통합형 대입제도'의 두 유형으로 구분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과정의 차이를 항목별로 구분해 들여다보자.
 

■ 수능·배치표 중심 VS. 학생부종합전형 중심 교육과정의 차이점

진로설계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학생들이 대학, 전공의 선택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고3 12월에 수능성적이 나온 뒤, 학생의 성적에 따라 대학이나 학과를 결정한다. 

그에 비해 학종중심 체제에서는 학생의 소질, 적성, 꿈, 미래를 내다보며 선택하고 착실히 준비해간다. 이는 대입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학생의 진로설계를 최대한 앞당기는 효과를 갖게 된다.

수업 방법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교사주도형, 지식암기형, 지식주입형, 5지선다형, 문제풀이 무한반복형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는 학생주도·참여형, 지식탐구형, 독서·토론·글쓰기·실험 중심형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평가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5지선다형 찍기시험 중심, 암기에 의해 쉽게 득점할 수 있는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반면,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에서는 서술형, 논술형, 발표형, 포트폴리오형 등 평소 성실한 노력에 의한 수행평가를 하게 된다.

진학지도 방법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진로교육은 고려하지 않고 성적과 배치표에 의존한 진학지도를 하게 되지만,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에서는 진로교육에 기반해 학생의 소질과 적성, 특기와 장점에 기반한 진학지도를 하게 된다.

수시 전형 준비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수능시험·정시전형을 강조해 학생이 수시를 스스로 준비하도록 방임하지만,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는 1학년부터 학생의 특기와 장점에 기반해 착실히 준비하도록 한다.

대입전형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교육과정을 통해 수능시험을, 방과후수업을 통해 수시전형을 준비하지만,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는 정규 교육과정인 교과, 창체를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도록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형식적이고 성의없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특색있는 교외체험활동이 거의 없지만,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는 학생들의 진로 희망에 기초해 내실 있고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수능·배치표 중심의 학교는 획일적인 강제적 방과후학교, 수능시험 과목에 집중하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만, 학종형 교육과정 통합형 체제는 학생들의 선택, 진로와 재능을 키워주는 방과후학교로 운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고등학교 교사들은 오직 수능시험에서의 높은 등급을 목표로 한 지식암기형, 지식주입형, 찍기문제풀이 무한반복형 수업과 평가를 관성적으로 되풀이해왔다. 국가나 교육청에서 정리해 배포하는 교육과정은 많은 교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아직도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렇게 수능 중심의 교육을 하다보니, 학생들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고민을 할 시간이 없다. 바른 인성을 갖고 자신의 꿈과 끼를 가꾸려는 노력을 내팽개친 채, 오직 수능시험과 교과 내신에서의 높은 등급을 목표로 진정한 공부가 아닌 어이없는 ‘학습노동’을 강요당해 왔다.

교육과정 망친 주범 '수능중심 체제, 상대평가 9등급제, 공동평가제'

   
▲ 미래형 인재는 다르다! <우등생보다 스마트 엘리트> 출간
https://goo.gl/SVmxY3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 고교 교육과정의 무력화·황폐화를 초래한 핵심 제도는 어떤 것인가? 또 그에 따른 문제점은 어떤 것인가?

첫째,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 교사들은 굳이 국가, 시도교육청 수준의 교육과정을 읽지 않아도 됐다. 이로 인해 교사들에게 국가 교육과정이란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 정도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이런 체제에서 교육과정의 목표는 오로지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 뿐이다. 수업은 지식암기형, 지식주입형, 찍기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평가가 무한 반복된다. 당연히 학생들은 꿈과 상관없이 점수 올리기 경쟁에 돌입하게 되고, 진로 고민없이 성적으로 진학을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전공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한다 해도 방황하는 청춘들이 많아지는 등 사회적 부작용마저 심각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입수능 중심체제는 고교 교육과정 무력화를 초래하는 핵심 제도라고 단언할 수 있다.

둘째, 고교 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 병기의 문제이다. 2014년 입학생부터 적용하려고 정부가 약속했던 '고교성취평가제'가 무력화되면서, 교육적 평가는 실종되고 오직 변별을 위한 평가로 전락했다.

따라서 학생들은 1점으로 등급이 바뀌는 현실에서 성장보다 경쟁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고, 교육과정을 선택할 때도 높은 등급을 받는 데 불리한 경우는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이수학생 숫자가 적은 과목,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다수 포함된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물론 대학에서는 이와 무관하게 학생 면모를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당장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영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고교에서는 진로집중과정,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지 않는다. 상위 등급의 학생을 늘리기 위해, 실제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예술체육 집중과정은 개설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교사들은 창의적 평가, 과정 평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채점 과정에서 이의가 발생할 수 있다거나, 평가의 시기가 동일하지 않아서 이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셋째, 공동 평가제이다. 동과목, 동단위수의 과목을 2명 이상의 교사가 담당할 경우 해당 과목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상대평가 9등급제에 의해 동시에 평가된다. 이 때문에 해당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 중 단 1명이라도 교육과정 중심의 수업·평가 실천을 반대하면, 교사간 권력관계에 의해 교육과정 중심의 수업·평가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된다. 수능·배치표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육과정이 수업·평가 역시 마찬가지로 구축하게 되는 꼴이다.

학교 역시 조직사회로, 모든 구성원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동안 반복해온 수능시험 중심의 수업·평가의 편리성 때문에 이를 원하는 교사들은 늘 존재한다. 특히 이런 교사들은 개혁을 원하는 교사들보다 더 오랫동안 학교생활을 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진로와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운영하는 교사들을 가끔은 집단내 소외를 각오하기도 해야 한다.

그간 우리 고교 교육이 대입에 완전히 종속돼 교육과정이 황폐화된 것은 결정적으로 ‘대학 신입학생 선발을 위한 학생 줄 세우기’의 주체와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기적의 수시 워크북> 2017년도판 출간!
https://goo.gl/wvn93Z

대입전형이란 본질적으로 대학이 자신들의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신입생 선발에 가장 비용과 부담을 맡아야 할 '대학'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국가에 의한 수능시험과 고교 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가 그를 대신해왔다. 

알파고 시대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한 국가가 짧은 시간에 전국의 수십만 명 응시생의 성적을 한 줄 로 세우기 위해, 수능시험을 합숙 출제, 5지 선다형 찍기시험 출제, 상대평가 서열화 방식으로 이용해 왔다는 점은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고등학교에서도 이미 정부가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2014학년도 입학생부터 ’성취평가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상대평가 9등급 병기’가 유지되면서 사실상 성취평가제가 무력화된 상황이다.

교사 단체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우리나라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이를 통해 창의·인성·진로교육이 활성화돼 제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하려면 대입전형은 ‘대학 신입학생 선발의 주체’인 ‘대학’이 입학전형, 즉 선발을 위한 학생 줄 세우기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부담을 담당하는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가는 일부 획일적인 과목, 그것도 찍기시험으로 점수를 산출해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튼튼히 보장하고, 학생들이 소중한 꿈과 끼를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학교를 충분히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등학교 역시 학생 한 줄 세우기를 위한 상대평가가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미래 핵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그 성취수준을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정직하게 기록하는 체제를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교육 정상화 위해 국가-고교-대학 각자 역할 맡아야
이렇게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가, 고등학교, 대학의 역할 및 이를 위해 요구되는 제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국가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튼튼히 기초 학력을 갖추고, 소질과 적성을 찾아 꿈과 재능을 가꾸어 나가도록 시도교육청 및 일선 학교를 충분히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각 대학이 공교육정상화 법과 원칙에 따라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을 갖춰 신입학생 선발 전형을 시행하고 있는지를 관리하고 평가해 그에 따른 상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5지 선다형, 통과(PASS)와 탈락(FAIL)으로 평가를 하는 고교 졸업 자격고사제를 매년 2회, 학기별 1회 시행한 후, 탈락시 퇴교후 검정고시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별 입학전형은 공교육정상화법과 원칙을 적용해 엄정한 평가를 하고 그에 따른 상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안양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BVZI0W


또한 고등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학교 여건에 적합한 교육과정 중심의 수업과 평가를 충실히 실천하고, 학생의 변화와 성장, 학습과정과 결과 등 관련 내용 전반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정직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성취평가제 및 학점제를 활용해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조기졸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성취평가제의 현행 5단계 외에 F(미이수)를 추가하고, 재학 연한 초과 시 졸업에 필요한 학점 취득을 못하거나 국가시행 고교졸업 자격고사에서 PASS하지 못하면 퇴교 조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신입학생 선발의 주체로서 ‘공교육정상화 법과 원칙’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과 글쓰기, 말하기, 실기 중심의 대학별고사를 실시해 창의성, 인성, 전문성, 융합성 등 현재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준으로 분야별 인재들을 선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 법과 원칙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되, 다른 주체의 평가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대학 스스로의 비용 부담과 노력으로 선발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교육과정을 바꾸려는 노력은 많은 교사들에 의해 지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과 입시 문제는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국가적이고 거시적인 사안이 돼버렸다.

기존 교육과정의 편리함을 느끼던 교사도,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과 입시 제도에 의존하던 국가도, 줄 세우기식 선발에 딱히 문제를 느끼지 못하던 대학도 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역류할 수는 없다. 각자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새로운 과제를 협력을 통해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만 우리 교육과 사회가 보다 선진화 될 수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81
 

   
▲ 중학생을 위한 <기적의 스마트 워크북> 출간!
https://goo.gl/N6jVEY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