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온라인 개학? 더이상 학교를 고생시키지 말아야
원격수업? 온라인 개학? 더이상 학교를 고생시키지 말아야
  • 박태현 기자 (상상교육포럼 대표)
  • 승인 2020.03.3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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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교원들에게 지시 내리는 교육부 소통방식, 이제는 바꿔야
-학교 구성원간 불신과 피해의식 버리고, 실천적 점검을 함께 이야기해야 할 때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온라인 개학 준비를 위해 연수 중인 교사들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오늘 교육부가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온라인 개학은 원격수업을 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의 소통방식에는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습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교육부는 일선 학교와의 소통이나 준비를 통해 개학 연기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TV 뉴스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부의 모습을 보면 '원격 수업'을 결론으로 정해놓고 여론몰이를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들이 원격 수업을 통한 개학을 못박은 상태로 설문을 해 결과를 타전하고 있습니다. 

수년,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K-에듀파인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대부분의 학교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전교생 원격수업'을 불과 며칠간의 준비로 학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입니다. 일선 교원들의 고생이 어떨지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시작해놓고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현장 교원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교육부는 저 멀리 세종시에 가 있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원격수업을 점검하는데, 
시범학교 몇 곳이 몇 개 교실에서 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사전 점검되는 것일까요? 

인터넷은 다단계의 연결구조 속에서 한 군데라도 느려지면 모두가 느려집니다. 그럼 학교에서부터 학생 가정으로 연결되는 통신망은 어떨까요? 과연 교육부가 하는 화상회의 또는 시범학교의 모습만큼 화질이 좋고 딜레이가 없는 원격 수업이 가능할까요? 

일단 학교부터 점검을 해보겠습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쓰는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의 무선랜/유선랜 성능부터 다 다릅니다. 선생님 PC가 노트북일 경우 내장된 무선/유선 랜카드의 속도에 따라 성능이 모두 다릅니다. 스마트폰도 연식에 따라서는 54M의 랜카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있기도 합니다. 즉, 연식이 오래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에는 생방송이 출발부터 어렵습니다. 2G, 3G폰은 아에 방송 시도조차 불가능합니다. 

학내망은 기가~100M 급의 유선랜과 기가~54M급 무선랜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학내망에 연결됐다고 해도, 망의 설계가 오래된 학교나 증축으로 일부 층이 늘어난 학교의 경우에는 허브나 라우터의 연결 상황에 따라서 속도가 제대로 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선 랜의 경우 교실마다 장착한 것이 아니라면, 일부 교실은 옆 교실이나 복도의 무선랜에 연결하면서 급격한 속도저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학내망에 무사히 연결됐다고 하더라도, 수십 개의 교실에서 동시에 HD급의 실시간 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 회선 대역폭이 나올 수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공급되는 최고 속도가 낮거나 대역폭이 좁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행정망에 대역폭 할당을 높이고 일반망은 할당을 적게 해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학교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해도 학교의 위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집니다. 학교가 외곽이나 도서 벽지에 있다면 인터넷 회선의 안정성은 또 떨어집니다. 통신사의 회선에 여유가 많지 않아서 학교 이외에 부하가 걸리는 곳이 있다면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통신사의 인터넷 망에 안정적으로 연결됐다 하더라도, 동일한 점검이 개별 학생들의 집에서도 필요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아직 가정에 기가급 인터넷망이 공급되지 않는 곳도 있으며, 인터넷 망은 기가급일지라도 통신요금 문제로 100M급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정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가급 서비스를 공급받고 있어도 사설로 설치한 무선공유기 등이 오래돼 54M급 이상은 연결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무선 공유기가 기가급이어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무선 랜카드가 54M급일 수도 있습니다. 

즉, 학교 교실에서 가정의 학생에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인터넷 망의 속도를 저하는 요인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이는 교원들이 선제적으로 알아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수십 명의 교원들이 동시에 수백 명의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한 품질의 영상을 딜레이없이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때 골이 터졌는데도 TV 망 속도가 늦어 3초 정도 늦게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화면에 30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실시간에 가깝고, 누군가는 5초 정도 딜레이가 걸립니다. 학생들은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댓글로 질문해도 선생님은 딜레이에 걸려 반응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2미터 정도 떨어진 손바닥 만한 화면의 댓글들을 읽으며 반응해야 하고, 노트북으로 한다고 해도 칠판 앞에서 움직이며 수업으 해야 하므로 보조교사가 필요합니다. 화면에서 사라진 학생을 찾는 것도 교원의 몫입니다. 원격수업이야말로 경험을 통한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하루이틀 수업으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업의 운영 부분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시간 개인방송 방식이 자리잡기까지 정말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중에는 느닷없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는 분이 계시겠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원격 수업에 대한 점검들을 지난 2주간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원격 수업', '원격 개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반인들에게 던지고는 70% 전후로 "찬성한다"는 뉴스를 내보내며, 시범학교 몇 곳을 촬영하고는 마치 모든 학교가 가능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올해 1월 1일에 전격 교체한 K-에듀파인(교직원들의 행정업무망)의 안정화 작업을 3개월 넘게 하고 있습니다. 수년을 준비해 한 일임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원들의 SNS에는 "갑작스럽게 학생들의 인터넷망과 보유장비 현황을 하룻밤 사이에 보고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학부모들에게 급하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내용이 쏟아져 올라오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여론조사가 아닙니다. 일선 학교들로 하여금 수업이나 출석과는 무관하게 학생들과 교원들이 원격으로 만나 얼굴을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 인터넷과 가정의 인터넷을 점검하는 시간을 만들어줘야합니다.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리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책임은 모두 학교로 돌리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장부상으로만 점검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점검이 되도록 일선 학교를 준비시키는 것이 교육부의 할 일입니다.  

코로나19는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종식되어도 해외로부터 다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시민들이 질병관리본부를 신뢰하는 이유는 예측된 문제에 대한 준비된 모습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차분한 태도를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도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개학은 시기의 문제일 뿐, 무기한 연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들과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예측된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여론조사 발표로 개학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 관료가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온라인 개학 관련 내용을 흘리면, 학부모들은 자연히 교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문의합니다. 하지만 교원들은 사전에 어떤 내용도 미리 전해들은 바 없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무기력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와 교사 간에 불신이 첩첩이 쌓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교육부가 만들고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반드시 잡아야 할 것이 바이러스 말고 또 있습니다. 바로 교육계의 고질적인 권위의식과 교육부의 무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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