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 독서법] 무작정 어려운 지식도서부터 읽으면 안 되는 이유
[공부머리 독서법] 무작정 어려운 지식도서부터 읽으면 안 되는 이유
  • 최승필 작가 (공부머리 독서법 저자)
  • 승인 2020.04.0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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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독서가 만드는 '지식도서 기본 독서법'
-초보 독서가인 아이에게 지식도서를 읽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기심은 지식도서를 읽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엔진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초보 독서가인 아이에게 지식도서를 읽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내재된 형식입니다. 삶 자체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탄생, 성장(노화), 죽음. 삶의 매순간 어떤 일을 겪고, 해결하려 애쓰고, 끝맺음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숱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것.' 

이야기의 3막 구조(시작-과정-결말)는 이렇듯 우리 삶의 형식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소설이나 동화같은 이야기책을 읽을 때는 딱히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으면 기억은 저절로 다 되니까요. 

하지만 지식도서는 다릅니다. 지식도서는 원인과 결과라는 논리가 쌍으로 진행됩니다. ‘인과관계’라는 형태는 우리에게 내재돼 있지 않은, 훈련을 거쳐서 습득해야 하는 형식입니다. 말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배울 수 있지만 글은 힘들여 배워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책은 스스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지식도서는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재미있게 읽기 힘듭니다. 

이것이 초보 독서가인 아이들에게 지식도서가 아닌 이야기책을 읽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초보 독서가에게 지식도서를 강권하면 읽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걸 시키니 독서를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독서 단절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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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지식도서를 읽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엔진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흔히 에디슨과 같은 위인들을 다룬 전기에 자주 등장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는 지식도서를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호기심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작동 원리를 통해 생성되는데요. 

첫째,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입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가는 것, 새가 하늘을 나는 것, 별이 밝게 빛나는 것이 놀랍기 때문에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심드렁한 아이는 호기심을 가질 수 없죠. 

둘째, 무엇이든 원인과 결과로 사고하는 버릇입니다. 차를 보면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이유가 긍금해지고, 새를 보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지고, 별을 보면 빛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사고방식 자체가 인과관계를 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지식도서를 읽는 가장 기본적인 엔진이기도 합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는 지식도서를 읽는 두 개의 엔진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고 있는 셈이죠. 그러니 잘 읽을 수밖에요. 

호기심 기르는 법을 다루면 좋겠지만, 호기심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선에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호기심을 제외하고 지식도서를 읽게 만드는 기본 원칙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본 원칙 1. 충분한 읽기 훈련 
“5학년이 됐으니까 역사책도 좀 읽어야지?” 흔히 어른들은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고부터 지식도서를 권합니다. 문제는 초등 고학년 중에 장편동화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읽어낼 수 있는 아이가 많지 않다는 점이죠. 자기 또래 이야기책도 못 읽는 아이에게 지식도서를 주면? 해보나 마나입니다. 20페이지도 채 읽기 전에 머릿속이 죄다 헝클어지고 맙니다. 

지식도서를 읽으려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충분히 숙련돼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이 특출난 경우가 아니라면 지식도서 독서 이전에 충분한 이야기책 독서를 해야 합니다. 

200페이지가 넘는 장편동화 정도는 분량에 대한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지식도서 독서를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읽기 훈련’은 지식도서 독서의 전제 조건입니다. 

기본 원칙 2. 흥미 분야 찾기 
흔히 부모님은 다양한 종류의 지식도서를 골고루 읽히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일찌감치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식의 지식도서 독서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녀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를 찾고, 그 흥미를 북돋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물관 견학이나 다큐멘터리, 관련 영화 시청 등이 흥미를 북돋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 원칙3. 함께 다큐멘터리 보기 
관심을 갖는 분야를 찾았다고 해서 그 분야의 책을 곧장 읽게 하면 아이는 제대로 읽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지식도서를 읽게 하는 것보다 흥미를 가진 분야를 많이 접하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상어를 좋아한다면 ‘매주 첫째, 셋째주 토요일은 상어가 나오는 다큐멘터리 보는 날’ 이런 식으로 정하고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는 거죠.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면 볼수록 관련 정보를 많이 취득하게 되고, 정보를 많이 취득할수록 호기심이 더 넓어지고, 강해집니다. 

또 다큐멘터리를 통해 습득한 지식은 훗날 지식도서를 읽을 때 훌륭한 도우미 역할을 해줍니다. 가족 여행을 갈 때는 관련 박물관이나 상어를 직접 볼 수 있는 어시장 같은 곳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본 원칙4. 연령보다 낮은 수준의 지식도서 읽기 
아이가 충분한 읽기 훈련을 해왔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봐왔다면 초등 고학년이 됐을 때 지식도서를 유의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연령대에 비해 낮은 책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지식도서는 이야기책에 비해 읽기 힘든 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기 연령대 책을 읽게 하면 아이가 지식도서 읽기를 힘겨워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린이 지식 전집부터 시작하는 거죠. 스토리텔링이 아닌 지식 자체에 집중하는 어린이 지식전집을 읽으면 아이는 지식도서를 읽는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도 지식을 습득하는 독서 방법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련 지식도 아주 빠르게 쌓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 지식도서로 시작해서 초등 고학년 지식도서 등 레벨을 올려갑니다.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분야의 책, 즉 ‘상어가 나오는 책’ 같이 분야를 한정해서 읽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초등 고학년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초등 고학년용 해양 지식도서를 읽은 아이와 이런 단계를 거친 아이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식을 다루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해당 분야의 지식량과 이해도 등에서 비교불가합니다. 

기본 원칙 5. 성인용 지식도서 읽기 전, 서문으로 테스트하기 
앞서 다룬 단계를 충실히 이행한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 해당 분야의 성인용 지식도서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아이의 읽기능력이 성인 수준에 근접했다는 뜻이죠. 당연히 중학교 교과서는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인용 지식도서 중에도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책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의 서문을 읽게 해보는 것입니다. 지식도서의 서문은 그 책의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만약 아이가 서문을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흥미가 간다면 그 책은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지식도서인 셈이죠. 

기본 원칙 6. 연필 들고 읽기 
이야기책과 지식도서는 읽는 방법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동화나 청소년 소설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한 채 쭉 읽으면 됩니다.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의 특성상 이렇게만 읽어도 책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을 이해해야 하는 지식도서는 이렇게 읽으면 안 됩니다. 연필을 들고 핵심 문장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 합니다. 

초보 독서가의 경우 지식도서의 논리 전개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밑줄을 긋는 것에 더해 문단별, 소제목별로 끊어 읽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문단을 읽고 그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읽어야 하는 거죠. 

중, 고등학교에 국한해 보면 우리의 독서교육은 사실상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식도서를 즐겨 읽는 청소년을 찾아보기가 흰수염고래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죠. 

‘지식도서 탐독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청소년이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끝난 이유이며, 글로벌 리더급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성인용 지식도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아이에게 학교 교과서는 한 번 읽으면 간단하게 이해되는 쉬운 책에 불과합니다. 고등학교의 수학 연산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재미있는 논리 게임일 뿐이죠. 숙련된 독서가에게 공부는 주된 고민의 영역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숱한 글로벌 리더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미 충분히 보아왔습니다. 

<코스모스>를 읽으며 우주의 경이로움에 잠기는 아이, <사회계약론>을 읽으며 시대정신의 본질에 가슴 벅차 하는 아이…. 숙련된 독서가는 한순간에 태어나지 않습니다. 긴 호흡으로, 아이가 숙련된 독서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는 충분한 일이지요. 

■ <나침반> 2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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