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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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의예과 (윤현배 교수, 손환철 교수)

Q.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윤현배 교수, 이하 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의예과 2년과 의학과 4년을 합해서 총 6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의예과 2년은 관악캠퍼스에서, 의학과 4년은 연건캠퍼스에서 공부합니다.

먼저 의예과 2년은 자연과학 외에도 인문사회 지식을 함양하고 예술체육, 봉사활동 등을 충분히 경험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후 의학과 4년은 본격적으로 의학에 전념하는 시기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공부합니다. 기초의학이 임상의학의 기반인 자연과학에 가깝다면, 임상의학은 환자를 진료하는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기초의학이 주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실험을 한다면, 임상의학은 대개 병원 실습으로 채워지죠. 예전엔 의학과 4년 중에서 앞의 2년은 기초의학을, 뒤의 2년은 임상의학을 배웠는데, 근래에는 2학년부터 기초와 임상을 통합해서 배우는 통합의학이 1년 정도 있고,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습을 하게 됩니다.


Q. 얼마 전에 교육과정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차이점이 있나요?

(윤) 우선 과거에는 선택의 폭이 거의 없어 수강신청이 불필요할 정도로 모든 학생들이 거의 동일한 과목을 이수했습니다. 교실에 앉아 있으면 강의하는 교수님만 바뀌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바뀐 교육과정에서는 주요 핵심사항은 모두 공통적으로 듣지만 일부 내용은 학생들이 골라서 수강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통합입니다. 2학년 과정에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융합해서 공부하고 있을뿐더러, 1학년부터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하면서 임상의학의 기초를 다지고 있어요.

덧붙여 학생들이 의학 연구에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과거에 학생들이 의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방학 기간을 이용해 실험실을 활용해야 했는데, 지금은 정규 교육과정 2학년 2학기에 10주간 의학 연구만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을 신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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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생들이 의과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윤)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의예과 2년과 의학과 4년으로 나누어진 것은 아주 오래됐는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앞의 의예과 2년은 교양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한 시기예요. 단순한 전문직업인이 되지 않고 지성인이 되기 위해선 전문지식 외에도 여러 인문사회 분야의 안목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 시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고 학생들이 이 시기를 잘 활용하길 바라고 있어요.

의학과에 진입해서는 본격적으로 의학을 배우며 나 자신만이 아닌 이 사회에 필요한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수반된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보고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의과대학 진학에 앞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손환철 교수, 이하 손) 임상의학에 뜻을 둔 학생이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럽고 힘들다면 의과대학에 와서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누군가 아프고 힘들 때 기꺼이 다가가 귀 기울여 돕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영위하는 의사로서의 삶은 완전히 다를 거예요. 한 사람은 생동하고, 다른 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겠지요.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자연계열 의과대학 쏠림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손) 의과대학에 상당한 쏠림이 있다는 말에 동의해요. 의과대학에 진학할 성적이 되면 누구나 의과대학에 입학해야만 할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그건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가 반성을 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처럼 의과대학에 쏠릴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세상에는 참 많은 분야가 있는데, 아직 잘 모르면서 의과대학이 좋다고 하니까 무조건 가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힘겹게 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문제가 생겼을 때는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진정 의학이 좋고, 환자를 치료하고 싶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열정이 본인에게 있는가를 충분히 성찰했으면 합니다.


Q.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손)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한데 본과 1학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예과 때는 무척 자유롭고 시간도 많았는데 본과에 진입하자마자 그 방대한 학업량에 압도당하고 말았어요.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아서 ‘내가 이걸 계속 할 수 있을까?’, ‘휴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여러 번 고민했어요.

그런데 동기들이랑 얘기해보니까 친구들도 저랑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우리끼리 농담처럼 ‘고등학생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 대입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가장 힘들었던 본과 1학년을 잘 넘기고 난 다음부터는 그럭저럭 잘 이겨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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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과대학 졸업 이후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윤)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의 진로는 크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 나누어져요. 대부분 임상의학을 택하는데, 이 경우 병원에서 1년의 인턴 과정과 3~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각 진료과의 전문의가 됩니다.

반면에 기초의학은 여타 자연과학 대학원 과정과 비슷해요. 기초의학 안에는 생리학, 면역학, 의생명과학 등의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법의학, 의사학, 의학교육학 같은 인문사회 분야도 있어요. 이상의 과정을 마치면 임상의학을 택한 학생들은 전문의로 취업하거나 개원을 하고, 아니면 대학병원의 교수로 남기 위해 전임의라고도 하는 펠로우 과정을 2~3년 정도 이수하기도 합니다. 기초의학을 하는 경우 연구소에 재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박사 후 과정을 거쳐 대학에 남게 됩니다.

(손) 물론 법조인, 전문경영인 등 의사 이외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일단 의사라는 직업으로 한정한다면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초의학은 생물학과 비슷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고, 임상의학은 의과대학 고유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의학을 다시 나누면, 실제로 환자를 돌보는 파트와 그렇지 않은 파트로 나누어져요. 이를테면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다른 의사들의 활동을 돕는 파트로는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이 있어요.

직접적으로 환자를 보는 파트를 살펴보면, 크게 내과계와 외과계로 구분됩니다. 내과계에서 주로 환자를 문진 검사하고 약을 처방한다면, 외과계는 주지하다시피 수술을 시행하는 분야로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메이저와 다소 거리가 있는 마이너로 세부 분야가 다시 나눠집니다.


Q. 의사로써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윤) 기초의학 연구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의학적 발견에서 희열을 느끼고, 의과대학 교수 입장에서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제자들을 키워내는 일이 보람차요.

(손) 어느 날 새벽이었어요. 환자가 위독했어요. 그 환자 옆을 떠나면 당직실에서 병실까지 5분 동안에 혹시나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아예 환자 옆 간이침대에서 밤을 보냈어요. 살짝 잠이 들었다가 깼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어요. 이 말은 그 동안 알람이 안 울리고 환자의 상태가 괜찮았다는 거죠. 이 환자가 안정을 찾고 서너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을 때 창가가 밝아 왔습니다. 그 때가 의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예요. 물론 몸은 고단했고, 잠시 눈을 붙였지만 사람의 생명을 지켜냈다는 뿌듯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Q.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 가요?

(손)
대학생 때 읽었던 가장 감명 깊은 책은 앨빈 토플러의 <미래충격>입니다. 새로운 문화나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그것이 상당히 좋고 괜찮은데도 왜 반대하는지 아주 명쾌하게 설명한 책이었어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도 읽어보면 상당히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책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고전과 신간을 7 : 3 비율로 읽으면 좋다고 하시던데 고전에 흥미가 없다면 그 반대가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의과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윤) 의과대학 공부가 쉽지 않아서 들어오면 고생도 많이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는 길이기도 해요.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내가 왜 의과대학에 들어오고 싶은지 내가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에 대한 소신, 도와주는 것에 대한 보람이 있지 않으면 굉장히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어요. 의과대학 교육과정도 힘들지만 수련 과정도 만만치 않거든요.

(손) 다른 직업도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만 의사는 모르는 게 허용되지 않는 직업입니다. 일단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의사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모르는 의사는 환자를 살리지 못할 테고, 환자를 살리지 못 한다는 건 의사에게 죄에 가깝기 때문에 일단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수월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건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의과대학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반드시 이 환자를 치료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그런 의사를 만나는 환자도 불행하고, 그런 환자를 기계적으로 처방하고 수술해야 하는 의사도 무척 불행할 거예요. 환자를 진심으로 따뜻하게 맞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잘 숙고해서 진로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전공 돋보기’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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