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답게 죽고 싶다 ‘존엄사’ 
- 연명의료 중지, 조력사망, 적극적 안락사 
- 스스로 죽음을 결정해도 되는가 

▲[나침반 36.5도] '격돌! 이슈 토론'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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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논의가 진화 중이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환자 자의에 의한 소극적 안락사, 즉 ‘연명의료 중지’가 합법화됐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조력사망’과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해야 하는가로 모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와 달라진 존엄사의 개념, 존엄사 도입에 있어 논란이 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자. 

사람답게 죽고 싶다 ‘존엄사’ 
지난 3월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남편 이 모(60세)씨가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아내의 기도에 삽관된 벤틸레이터를 뽑아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이다. 이 씨는 “아내가 어렵게 살면서 연명치료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고 했다”면서 아내의 뜻을 따른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환자가 자신의 임종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실상 환자가 갖는 실질적 권한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제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앞 사건의 경우 이 씨의 위법 행위가 명백하지만, 아내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사전에 알고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절차에 맞춰 밝혔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연명의료결정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먼저 연명의료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연명의료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 생명 유지술, 수혈, 혈압 상승제 투여 등의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회복의 가능성 없이 단지 생명만을 이어가도록 행해지는 의료행위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비인간적인 연명의료를 중지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제도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환자의 존엄성을 해치므로, 죽음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아래 마련된 제도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제도인 만큼 연명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는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싶을 때는 병원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등 서류를 제출해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밝히고, 환자와 가족 2인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작성한 문서이다. 만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전국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8월 25일 기준 101만 1,469명이다. 실제로 연명의료 중단까지 이행한 환자 수는 8월 10일 기준 16만 9,217명이다.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85.6%가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반대 의사를 밝혀,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가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담당의사에게 밝히면 이를 담당의사가 기록하는 문서이다.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해당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환자는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이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바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여기서 통과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지, 조력사망, 적극적 안락사 
연명의료결정법이 안락사나 존엄사를 다루고 있지만, 용어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정확히 내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안락사어떤 형태로든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뜻한다. 환자 자의에 의한 안락사로는 연명의료 중지, 조력사망(조력자살), 적극적 안락사 등이 있다. 이 중 연명의료 중지소극적 안락사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사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과정에 있다. 

‘존엄사’의 정의는 조금 복잡하다. 사전적 의미는 ‘치유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환자가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명의료 중지를 존엄사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조력사망, 적극적 안락사 등을 존엄사의 범주로 본다.

대개 죽음을 위한 약물 투여 등을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직접 행하는 것이 조력사망이고, 의사가 행하는 것이 적극적 안락사이다. 모두 환자의 상태가 회복 불가능하고 환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 연명의료 중지와 달리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상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스스로 죽음을 결정해도 되는가 
요즘은 많은 나라에서 연명의료 중지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조력사망이나 적극적 안락사는 다르다. 환자의 자발적 의사가 전제돼 있다 하더라도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야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합법화하는 국가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우리나라 역시 연명의료 중지 외에는 모두 위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품격 있는 죽음을 맞겠다는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환자가 의사에게 약물을 제공 받아 스스로 고통 없이 영면에 드는 조력사망이나, 의사가 약물을 등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2020년 7월 변호사, 시민 등이 참여하는 ‘(사)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은 ‘삶의 자기결정권은 인격체인 개인에게 귀속돼야 하므로 조력사망 등을 엄격한 요건 하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존엄사 입법을 촉구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김현 상임대표는 세미나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지만 제도의 범위가 너무 좁아, 보다 적극적인 존엄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고 짚었다. 

발제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존엄사의 시기를 ‘의학적으로 치유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바꾸고, 대상을 죽음에 임박한 자가 아닌 ‘그 단계에 진입한 사람’으로 하며, 죽음의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해야할 것”을 존엄사 정의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연명치료 중지와 존엄사 문제는 별개라고 짚으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지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논의해야 하고, 존엄사 문제는 별도의 영역으로 입법 보완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엄사는 판단주체, 시기, 조건, 절차 등을 엄격히 해야 하고, 의학적 판단주체를 진료의사 한사람만이 아닌 감정의사로 나눠 두는 것이 좋으며, 환자의 의사 확인을 위해 입회해야 하는 참여자 조건을 환자와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사람으로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존엄사 논란의 핵심은 환자의 죽음에 환자와 의사가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웰 다잉을 추구하는 이들과 생명의 신성불가침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이 존엄사 합법화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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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격돌! 이슈 토론]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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