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화여대]
[사진=이화여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중하위권 대학의 수시이월 즉 정시로 넘겨 모집하는 추가모집인원을 예전에는 어쩔 수 없는 상태로 이해했다. 그런데 19일자 본지의 교대 정시 대비 추가모집 비율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의 수시이월을 정시대비 추가 모집 인원 비율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대학은 이화여대로 대입전형시행계획에는 957명 모집에서 409명을 추가 모집해 그 정시대비 비율이 29.9나 됐다. 수시에서 선발하지 않고 정시로 이월해 선발한 인원이 거의 반수에 해당될 정도의 409명이나 된다.

이어 고려대가 모집계획은 1,411명이지만 실제 정시 모집인원은 수시이월 486명을 추가해 총 1,897명을 선발했다. 서울대는 모집계획에서 1443명에 284명을 더해 1,727명을 모집했다. 정시 모집계획 인원의 16%, 수시이월비율은 13%나 된다. 숙명여대는 모집계획 985명에 153명을 더해 총 1,138명을 모집해 정시 대비 13.4%, 수시이월 비율도 11.5%나 됐다.

수시이월과 정시대비 추가모집인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학측의 노력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한편, 수시이월이 적은 건국대, 한양대, 한국외대, 동국대, 중앙대, 성균관대는 모두 5% 미만이다. 이같이 수시 이월이 적은 것은 대학이 교육적 철학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해야 한다.

실제 수년 전 중앙대 입학처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입학처 관계자는 수시이월을 줄이기 위해 현재 1단계 합격자를 3배수에서 3.5배수~4배수로 바꿀 계획임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기사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이 수시에서 선발해야 하는 인원에 대한 최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보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신뢰가 한층 올라간 적이 있다. 이같은 중앙대의 사례처럼 대학은 수시이월을 줄이기 위한 각종 노력을 다해야 한다.

▶ 상위권대 수시이월 

사실 이화여대, 서울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등의 수시이월 문제는 한두해의 문제가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매년 반복돼 왔다. 그럼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이 어떤 노력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전형을 고집한다면 그들이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은 허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이화여대, 고려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는 모두 서류100%전형이다. 물론 한양대도 서류 100%이지만 수시이월 인원은 적다. 아마도 대학이 처한 상황도 상황이지만 대학이 수시이월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4개 대학은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이월시켜 정시로 선발한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수시에서 선발을 못해 정시로 이월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수시와 정시 선발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수시를 60% 정도는 선발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정시 선발 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대학이 교육적 철학을 가지고 운영한다고 말할 수 없다.

수시이월은 최소 3% 이내로 해야 한다. 몇 명 정도야 가능하지만 수백명을 매년 수시이월을 한다는 것은 교육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방기에 가깝다.

사실 정시가 40%가 되며 공교육의 붕괴현상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학교현장이 정시체제로 전환된 것만으로 일맥상통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꿈을 찾는 노력이 현저히 줄어든게 된 것이다. 공교육정상화는 학생들이 꿈을 찾는 노력을 수업과 창체에서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하고 발표하면서 성장해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시체제로 전환되면서 교실의 질문은 점점 사치화되고 있고, 교사가 학종 준비를 시키려면 학생들은 정시가 먼저라고 외치며 교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N수는 필수의 시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학종은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 교육이 가꿔가야 하는 전형이다. 대학은 수시이월을 줄여 최대한 대학이 수립한 계획을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학이 수시에 최선을 다해 수시에서 모집해야 하는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 선발하는 것은 수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배신이다. 학생들이 우롱당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 수시에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할 책임을 수시이월이라는 손쉬운 제도를 통해 아무런 교육적 책임도 없이 정시로 이월하는 것은 무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수시와 정시 준비는 매우 다른 성격으로 준비 역시 매우 다르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을 학종 준비처럼 하면서 4전형 1체제로 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하는 것은 대학이 수시에서 최소 자신들이 모집계획에서 밝힌 수시 선발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학은 더 모집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정시로 손쉽게 이월시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교육적 철학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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