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소재의 보물창고

놀라워라, 미래의 예지능력|
 

필립 딕은 놀라운 미래기술들을 숨돌릴 틈도 없이 제시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기술들이 쉴 새 없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목격한다. 20~50년 전에 이토록 엄청난 첨단기술의 가능성을 정확히 내다봤다는 점에서 그는 그토록 집착했던 미래의 ‘예지자’임에 틀림없다.

영화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재등장한 <페이첵>은 필립 딕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천재성을 스크린 가득 구현해놓고 있다. 주인공 벤 애플렉은 맨손으로 허공에서 PC를 조작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장갑을 낀 채 조작하던 ‘장갑형’에서 ‘맨손 제어형’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실제로 이 기술은 현실세계에서도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돼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고객에 대한 1대1 광고를 구현하는 MMS(Multimedia Messaging Service)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일단 대상인간의 상세 정보를 중앙컴퓨터에 내장해놓은 다음 일종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식별해내 맞춤형 정보(또는 광고)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의 위치는 GPS(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기술)로 파악한다. 현실세계에서 이 기술은 휴대폰에서 이미 비슷하게 구현되어 상용화된지 오래다.
 

   
▲ 놀라운 상상력으로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미래현실을 그려내 21세기형 실존의 물음을 인류에게 던진 필립 K. 딕.(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사진 제공=한겨레21>

가장 극적인 기술은 역시 필립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복제인간들인 ‘리플리컨트’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복제양은 인류의 눈앞에 등장했다. 기술적으로는 복제인간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복제인간의 수명을 4년으로 설정해놓고 있는데, 최초의 복제양이 노화증으로 인해 일찍 죽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준다.

특히 그의 작품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기억 추출·제거 기술은 21세기 독자들의 섬뜩한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소재의 보물창고

그는 생전에 그다지 각광받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는 자기 작품이 오래 기억되거나 평가받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으며, 먹고살기 위해 죽어라 하고 엄청난 양의 작품을 써댔다. 그리고 첫 영화화 작품인 <블레이드 러너>가 한창 막바지 촬영 중일 때 심장발작이 와서 눈을 감아야 했다.

결국 SF영화 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게 될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채 그를 기리는 헌사가 스크린을 장식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불행은 거듭돼 같은 날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흥행대작 에 밀려 흥행도 참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오히려 21세기에 들어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21세기 문화에서 주요한 테마로 부상하고 있는 그의 영향력은 넓고도 깊다. 그의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각 문화 부문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통 SF 작가가 아니면서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일본의 필립 딕’이라고 불린다.

그의 소설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가장 매혹을 느끼며 달려드는 소재로 꼽힌다. 거의 해마다 그의 소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나아가 그의 이름을 딴 SF문학상도 제정돼 해마다 권위를 더해가고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발리스>는 오페라로 만들어졌고, 마이클 비숍의 <아, 필립 딕은 죽었네>와 같이 그를 소재로 한 소설들도 여럿 등장했다. 그의 작품은 <X-파일>과 같은 TV시리즈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 시리즈에 나타난 ‘정치적 편집증’ ‘외계인의 음모’ ‘약물과 감정통제에 의한 환각현실’ 등은 필립 딕의 삶과 그대로 궤를 같이 한다. 나아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원으로 남주인공인 폭스 멀더가 자기 여동생을 찾으려는 강박증 환자로 묘사되는 것은 그의 일찍 죽은 쌍둥이 여동생 제인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나아가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조차도 정통 SF 작가가 아니면서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일본의 필립 딕’이라고 불린다. 이 밖에 그는 사이버 펑크와 펄프 픽션 등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온 + 오프 항해지도 ::


 
 
 

▶ 중고생
-<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집사재
-<페이첵> 필립 K. 딕/집사재
-<사기꾼 로봇> 필립 K. 딕/집사재
-<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필립 K. 딕/집사재
-<높은 성의 사나이> 필립 K. 딕/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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