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열등생이 사회 우등생 되다!

   
 

학창시절 공부라도 잘하면 좋으련만 내 성적은 늘 중위권이었다. 국어를 제외한 거의 전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놀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는 했다. 그런데도 성적이 안 나오니 나로서도 답답할 노릇이었다.

분명 머리가 안 좋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는 일부러 공부를 안 하는 척했다. 공부 같은 것은 인생에서 쓸모없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행동했다. 시험 기간에는 특히 심했다. “야야, 공부 대충 좀 해라. 공부가 밥 먹여주냐?” 하는 식이었다.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돌머리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행동한 자존심 탓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둘 무렵, 집안 형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에 졸업하면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가야 될 상황이었다. 그동안 일은 한 번도 안 해봤지만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대학 등록금 걱정하지 말고 꼭 합격하라고 당부했다. 어찌 되었든 대입 시험은 봤다. 예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 대학교에 응시했다가 탈락했다. 부끄러웠지만 그보다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재수를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재수를 한다고 해서 점수가 오를 것 같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후기 대학이라도 접수하라고 원서비를 손에 쥐어줬다.

하지만 나는 입학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부모님께는 후기 대학(당시 대학 입학시험은 전기와 후기 전형으로 나뉘었고, 전기에서 낙방할 경우 후기 대학 모집에 지원할 기회가 주어졌다)에도 탈락했다고 이야기하고 공장이나 다닐 생각이었다.
 

   
 

삶에 대한 무력감으로 친구들과 당구장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대학 안 다니고 공장이나 다닐 생각이라고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했다가 큐대로 얻어맞았다. 그 덕분에 원서 접수 마감 시간 10분 전에 제출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대학교에 합격했는데, 그것이 내게는 삶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대학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는 학생들을 상담할 때는 가능한 대학을 끝까지 다녀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사실 대학은 반드시 다녀야 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을 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을 뛰어넘을 만한 엄청난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만일 어영부영 시간만 보낼 생각이라면 시작도 않는 편이 낫다.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여러 구조적 제약을 만들어낸다. 학력에 따라서 직업 선택의 범위,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 심지어 배우자까지도 달라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을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럴 시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불이익들을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시작했지만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되는 느낌은 여전했다. 특히 시험만 보면 늘 지능이 모자란 인간 같은 위축감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줄곧 이런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30대 중반에 들어간 대학원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교만 가면 왠지 모를 열등감이 나를 휘감 았다.

나는 열등생이었지만, 그것이 나를 자극했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학교 공부와는 다른 보다 실질적인 ‘사회 공부’를 해야겠다는 반발적 욕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공부해봐야 소용없어. 공부 못해도 괜찮다니까’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공부를 등한시하는 태도는 대단히 잘못된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지능과 재능이 다르기 마련인데,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러한 능력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환경이라도 전력을 다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배우고 익히려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데, 이는 책뿐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익힐 수 있다.

사실 나는 학업적인 재능은 뒤떨어졌을지 몰라도 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부지런히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했기에 도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사람의 성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에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그대여,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배움을 구하라!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학교 열등생도 사회 우등생이 될 수 있다.

정철상 교수는 부산외대 취업전담교수는 인재개발연구소 대표이자 취업진로 강사협회 명예회장이다. 2년 넘게 <나침반 36.5도>에 연재를 하고 있으며 저서는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했던 남자', '가슴뛰는 비전', '청춘의 진로나침반' 등 다수가 있다. 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관련 부문에서는 한국 최고의 명강사이자 저자로 알려져 있다.

<기사 제공=진로진학의 나침반36.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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