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대학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 혹은 꿈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이 모든 학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4차 산업형명시대는 융복합의 시대로,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어떤 분야와 융합되거나 협업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질 진로, 직업, 하게 될 일 등에 대한 시각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전공을 하며 배우고 있는 새내기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전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간호학과 (2014 이◇◇)

Q. 반갑습니다. 간호학과가 2학년 때부터는 혜화에 있는 연건캠퍼스에서 공부를 하는 까닭에 관악캠퍼스에서 간호학과 학생을 만난 건 처음이에요. 어떤 동기로 간호학과에 오셨나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2년 간 크게 아파 병원에서 생활을 했어요. 그때 저를 잘 챙겨주시던 간호사 분들을 보며 그 직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어느 정도는 제가 간호사 역할을 했고요.

당시 제 나이가 소아 병동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기 때문에 같은 병실에 동생들이 많았거든요.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함께 놀아 주면서 나름대로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환자들과 친구처럼 놀아줄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소아과 간호사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Q. 중요한 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신 거네요. 학업에 지장이 있지는 않았나요? 그런데도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 대단한데요

친구들보다 2년이 늦었죠. 제가 고등학생일 때 친구들은 이미 대학생이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어요. 얼른 뭐든지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는 관심도 없던 공부를 시작했어요.

제대로 한번 아프고 나니 그것보다는 공부가 더 참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2년 늦었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어요. 학교 공부를 할 때는 특히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좋은 성적의 비결이기도 하죠.

지원 당시 준비한 자기소개서 작성도 제 경험을 쓰는 거라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환자 입장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 그러니까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거지?’라는 억울함을 솔직하게 썼어요. 그것을 달래 주는 게 간호사의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의 저와 같은 사람들을 돌보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어요.

중고교 진학, 학습 필수 매거진 '나침반 36.5도' 구독 신청 클릭!

Q. 본인은 그렇게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 주변에서 반응은 어땠나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힘들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한참 아플 때 자기 피도 못 봤으면서 어떻게 남의 피를 볼 생각을 하냐,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지 않았냐며 반대하셨어요. 주변 친척들도 간호대에 갈 거면 의대에 가라는 반응이셨고요.

하지만 저는 의사보다는 간호사가 더 환자와 가까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남자 간호사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제 강한 의지를 어른들도 인정해 주셨어요. 합격한 뒤에야 여자들만 가득한 과라는 걸 깨달았죠.

남중, 남고를 나온 탓에 여성이 많은 집단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등록을 잠시 망설였지만 다행히 그런 마음은 금세 가라앉았어요.


Q. 실제로 학교에 와서 동기들을 만나 보니 어떤가요? 청일점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여학생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여자도 결국 친구가 될 수 있더라고요. ‘여자친구’는 없지만요.(웃음) 오히려 늘 여자들 틈에 있으니 ‘여자친구’가 싫어할 거라는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또 여자인 친구들과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잖아요. 갑자기 PC방이나 당구장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친구가 없는 거예요. 그 친구들의 남자친구 눈치도 봐야 하구요.

아무리 이런 단점을 말해도 고등학교 친구들은 다 부러워해요. 또 제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여학생들이 많다 보니 술을 죽자고 마시는 게 아니라 적당히 즐기는 분위기거든요.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Q. 소수인 남학생끼리는 단합이 잘 되나요? 

전체 학년의 남학생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리가 있어요. 그곳에서 남자 선배들의 조언을 듣곤 해요. 행동거지를 조심해라, 과내 커플을 하지 마라 등등. 제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도 비슷한 내용이죠.

덧붙이자면 너무 여자 동기들이랑만 만나지 말고 남자 동기들과도 어울려야 하니 대외 활동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를 들어줄 남자 후배들이 적어도 5명은 있으면 좋겠네요. (웃음) 반대로 여자 후배들에겐 소수의 남학생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라고 말하고 싶어요.


Q.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요. 그럼 이제 과를 벗어나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재밌게 들었던 강의는 뭔가요? 

미술대학 교양 강좌인 ‘디자인과 생활’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어요. 처음에는 졸업을 위해 예술 분야를 필수로 들어야 하고, 워낙 디자인적 소양이 없어 이번 기회에 길러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어요.

하지만 디자인의 역사, 한국의 랜드마크와 그 의미, 좋은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배우면서 참 즐거웠어요.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과정이 즐거우니 다 만족스럽더라고요. ‘심리학개론’도 재미있게 들은 수업 중 하나에요. 이과 수업보다는 문과 수업이 신선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한양대학교 입학처
한양대학교 입학처


Q. 공부 외에도 재밌는 일이 많잖아요.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나요? 

노래하는 걸 좋아해 뮤지컬 동아리 ‘Let Me Start’에 배우로 지원했지만 너무 떨려서 오디션에서 실수를 해 버렸어요. 떨어져서 아쉬웠지만 간호대 봉사동아리를 만나서 그 아쉬움을 씻어냈어요.

매달 노인 요양원에 가서 할머니들 발도 닦아 드리고, 말동무도 해 드리는 일이에요. 의과대학과는 달리 봉사활동이 졸업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간호대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활동이라 생각해 친구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Q. 그것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학년대표(과대)까지 하신다고 들었어요. 힘들지 않나요? 

1학기 때 워낙 심심하게 살아서 2학기는 바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조용한 성격이라 나서지 않지만, 이번에는 자원해서 과대가 되었죠. 과 단체 점퍼를 맞추고, 과 전체 MT를 준비하고, 일일 호프를 계획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바빠져야겠다는 처음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셈이에요.

총원 70명의 적지 않은 사람이 모인 학과인 데다 함께 일하는 집행부 중 저만 남자라 가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의 보람이 있으니 계속 하는 거죠.


Q. 대학 생활을 정말 즐기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이 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 정도 해서 안 나오면 그만이다’ 싶을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제 선택에 만족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남자 후배들을 간호학과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랄게요.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파릇파릇 서울대’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198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학 길잡이 '나침반 36.5도' 구독 신청 클릭!
대학 길잡이 '나침반 36.5도' 구독 신청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