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대학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 혹은 꿈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이 모든 학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4차 산업형명시대는 융복합의 시대로,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어떤 분야와 융합되거나 협업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질 진로, 직업, 하게 될 일 등에 대한 시각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전공을 하며 배우고 있는 새내기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전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자유전공학부 (2014 김◆◆)

Q. 안녕하세요! 화려하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걸로 유명한 ◆◆ 학생을 인터뷰하게 돼 영광입니다. 어떻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셨기에 이런 소문이 다 났나요?


화려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깊이 재거나 따지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벌이고 보는 게 제 성격이거든요. 하다 보니 과학, 국사, 예체능 등 범위가 넓어진 것뿐이죠.

제일 열심히 한 건 역시 과학이에요. 처음에는 과학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고등학교 인근의 대학교와 함께 연구를 하는 교내 영재학급에 참여하게 됐어요.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따라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했는데, 결과가 좋으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과학전람회에 도전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어요. 신과학에 대한 책을 읽다가 비펠드 브라운 효과에 흥미가 생겨 주제로 삼았지만, 국내에는 관련 논문이 없는 거예요. 결국 유튜브에서 외국 실험 영상을 찾아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저만의 실험을 설계해서 대회에 나갔는데 그다지 높은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과정이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비펠드 브라운 효과(Biefeld-Brown effect) | 전극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고, 한쪽 전극은 방전이 쉽도록 뾰족하게 하면 방전으로 이온화된 기체가 이동함으로써 전극에 추진력이 발생하는 듯 하는 전기적 현상


Q. 이 얘기만 들으면 전형적인 이과생 같네요. 역사 공부도 열심히 하셨다고 들었어요!

2학년 말에 적정기술공학자라는 진로를 정하고 나니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정기술공학자란 문화를 고려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3학년 때 한국사 1급 자격증을 목표로 역사 공부를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자격증은 동기 부여를 위한 것일 뿐이고, 공부 자체가 목표였죠. 고3이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썼어요. 낮에는 내신 공부, 밤에는 수능 공부,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와 소등할 때까지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에는 한국사 공부, 이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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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게 공부만 하기에도 벅찬데 어떻게 예체능 분야까지 도전할 수 있었나요?

도전이라기보다는 취미 삼아 한 일이에요. 교내 축구부 차장, 부장을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거든요. 마침 아는 분의 권유가 있어서 주말 시간을 조금 할애해 축구심판 3급 자격증을 땄어요. 자격 취득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심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리더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아마추어 경기든 프로 경기든, 경기는 선수 본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하죠. 심판은 그 경기를 이끄는 사람, 즉 리더로서 사소한 일에까지 책임을 져야 하죠. 절대 쉬운 자리가 아니고, 그것이 리더의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장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생뚱맞을지 몰라도 심판 자격증을 따며 색다른 리더십을 경험한 셈이에요.

또 뜬금없이 젬베라는 악기에 매력을 느껴 구매했는데, 판매자가 원래 공연을 하던 분이셨어요. 그래서 거리 공연도 종종 함께 했어요.


Q. 이거야말로 성적과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불안하지 않으셨나요?

공부라는 게 오래 한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공부를 할 차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게 더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즐기자고 하는 일이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아까 말했듯이 축구 심판으로 리더십 경험을 했던 것도 그렇고, 물리 멘토링 경험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물리를 가르쳐 주었는데, 제 공부에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친구들의 고마웠다는 문자를 받으니 정말 뿌듯했어요. 똑같은 학생 입장에서 가르치니까 어디가 간지러운 부분인지 알 수 있어서 친구들에게도 좋았나 봐요.

그 뿌듯함을 잊지 못하고 후배까지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고3이라 부담이 되긴 했지만 복습을 하는 계기가 됐죠. 가르치는 일의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도 다양한 멘토링 캠프에 참여하고 있어요.


Q. 그렇게 광범위한 활동을 어떻게 자기소개서에 녹여낼 수 있었나요? 중구난방이 되기 쉬웠을 것 같은데요.

자유전공학부 홈페이지에서 비전과 인재상을 확인하고 제가 한 활동, 저의 특징을 나열한 뒤 하나하나 대입시키는 방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하다 보니 결국 그 활동들이 모두 인재상과 가까워지더라고요. 그래도 더 깔끔하게 ‘다양성’과 ‘열정’이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했어요. 마지막 자유 형식 부분에는 임팩트 있게 저를 표현하고 싶어서 ‘SNU인재’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Sociable, Never give up, United라는 단어를 합한 거예요.


Q.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적정기술공학자라는 꿈이 다양한 관심사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럼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한 것도 진로와 관련이 있나요?

네. 위에서 말했듯이 적정기술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학 공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자유전공학부에 가면 인문/자연계열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설계전공을 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한 가지에 몰입할 성격도 아니고요.


Q. 이미 개설돼 있는 전공 외에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설계전공은 정말 독특한 자유전공학부만의 특징이죠. 하지만 전공 설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설계전공을 많이 선택하나요?

설계전공의 정확한 의미는 어떤 수업을 들을 것인지, 커리큘럼을 자신이 짜는 거예요. 각 학과의 수업 중에 선택을 해서 사다리 타기를 하듯 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100% 창조를 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하는 건 사실이고, 그 커리큘럼을 따르는 사람도 자신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을 친구 없이 혼자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설계전공을 택하는 사람은 소수에요.

하지만 자기주도적인 사람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에요. 법학과 심리학을 합한 범죄학 전공을 비롯해 예술경영, 놀이문화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지 않나요?


Q. ◆◆ 학생처럼 꿈이 분명한 경우에는 진로 계획에 맞는 전공을 설계하고, 정말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본인은 어떤 전공을 구상 중인가요?

아직 커리큘럼을 다 짜지는 못했지만 인류학, 기계공학, 경영학을 결합한 전공이 될 것 같아요. 인간의 욕구와 기계의 원리를 모두 고려한 적정기술공학자가 되기 위한 길을 만들고 싶어요. 1학년 내에 전공을 확정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2학년이 돼서도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사를 해 보고 결정을 하려고요.

중앙대학교 입학처
중앙대학교 입학처


Q. 설계전공 외에도 자유전공학부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게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닐까 싶어요. 독특한 제도만큼이나 중요한 게 학과 분위기이니까요. 왠지 자유전공학부에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영혼’이 많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런가요?

진로는 불확실할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친구들이 많은 편이에요. 세속적인 목적의식보다는 꿈에 대한 열정이 큰 친구들이라 같이 있으면 재밌는 이야기도 듣고, 힘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개성이 강하다고 해서 꼭 매사에 부딪치는 건 아니에요. 즉,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유대감이 약하고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편견이에요.

2학년 이후 각자 전공에 진입하면 자유전공학부 학생으로서 정체성이 희미해져서 동기들을 만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1학년 때는 다른 학부와 마찬가지로 단합을 위한 행사를 많이 해요. 마음만 맞는다면 좋은 친구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요.


Q. 자유전공학부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네요. 반대로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기 전에 고려해 봐야 할 점은 없나요?

학점 압박이 심하지 않아 시험기간에도 분위기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아요. 4.3점 만점에 평점 2.2만 넘으면 전공 선택이 가능하거든요.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경우에는 1학년 때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될 위험이 있는 거죠.

또,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에 열정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싫어하는 분야가 있을 텐데, 자유전공학부 학생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들은 간학문적인 것이 많아요.

예를 들어, 수학을 좋아해서 자연과학대학에 가면 실컷 수학만 공부할 수 있지만 자유전공학부에 오면 싫어하던 철학까지 배워야 해요. 이런 통합적 교육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실제로 교육적 효과도 있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힘들 수도 있어요.

*간학문(間學問) | 양쪽 학문 분야를 연결하거나 아우르는 학문


Q. 김◆◆ 학생은 그런 통합적인 수업이 잘 맞았나요?

네. 제가 대학에 와서 가장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 위에서 말한 ‘주제탐구세미나’에요. 과정이 1, 2로 분리돼 있는데 ‘주제탐구세미나 1’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해요.

저는 지식을 주제로 택해 철학적 관점에서 데카르트를 돌아보고, 과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생각하고,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푸코를 끌어오기도 했어요. ‘주제탐구세미나 2’에서는 한 가지 학문적 관점을 심화시켜서 주제를 탐구해요. 그 관점은 교수님에 따라 다른데, 저는 진화심리학을 배웠어요. 처음 접해 보는 건데,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Q. 진심으로 수업을 즐겼다는 느낌이 드네요. 수업 외에 ◆◆ 학생을 즐겁게 하는 건 어떤 게 있나요?

아무래도 동아리겠죠. 고등학교 때 거리공연을 하곤 했는데, 그 흥미를 살려 어쿠스틱 동아리를 하고 있어요. 축구도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자유전공학부 축구 동아리에 들었고요.

야구는 새로운 도전인데, 좋은 선배가 추천했기 때문에 믿고 법대 야구부에 들어왔어요. 다행히 연습 시간은 겹치지 않지만, 세 동아리의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체력이 모자랄 때는 있어요.


Q. 고등학교 때의 습관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여전히 다양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네요. 혹시 더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대학에 와서 느낀 건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이 이미 너무 많다는 거예요. 나름 제 활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도 전문적인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복지센터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 공부를 하고, 야구와 축구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기를 챙겨 보며 흐름과 규칙을 제대로 익힐 거예요. 취미도 ‘잘’하고 싶다는 게 지금 소망이에요.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학점이나 챙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에겐 중요한 일이에요..


Q. 욕심이 아니라 멋있는 꿈이네요.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와 자유전공학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특별한 말보다는 제가 1학년 때 이것저것 부딪히면서 깨달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요. 대학에 오면 자투리 시간이 정말 많고, 그 시간을 자율적으로 채워 나가야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시간을 잘 쪼개서 썼던 것 같은데, 그때보다 시간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어떻게 시간을 써야겠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대학 입학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되겠죠.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면서요.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파릇파릇 서울대’

 

*에듀진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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