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의 발달과 사람과 자본의 유연한 흐름으로 지구는 급속하게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그간 문화인류학은 비서구 사회의 연구에서 시작해 전지구상의 다양한 국가·지역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들을 연구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데 기여해왔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위험사회, 생태 위기, 문화, 성찰성 등의 논의에서 드러나듯 인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 그리고 상상력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능력인데요.

문화인류학은 이 포괄적인 능력을 키워 인류가 지구상에서 계속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게 돕는 핵심적 인문사회과학이며, 그 태생상 다른 어떤 학문보다 통섭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학문입니다.


Q. 문화인류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문화인류학은 문화적 감수성과 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이해하고 이론화시키는 학문입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성격의 학문이지요.

특정한 문화현상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고, 사회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자신의 문화와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내는가? 이것이 문화인류학자들이 던지는 주요한 질문입니다.

문화인류학은 자신의 사회가 아닌 낯선 사회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된 학문이라는 특성상, ‘현지조사’와 ‘문화기술지’라는 특별한 방법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현지조사란 일정한 현장에 장기 체류하면서 현지인의 관점으로 그 문화를 심층적이고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지조사를 통해 인류학자는 외부에서, 또는 우월한 입장에서 연구 대상 사회를 판단하는 오류를 줄이고 ‘현지인의 관점’에서 현실을 충실하게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문화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관찰과 연구자의 심층적인 분석 및 해석을 결합해 문화기술지를 작성합니다. 인류학은 현지인의 시선을 충실하게 파악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매우 중시하며, 그 과정을 거친 후에 현실 밀착형 이론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학습을 통해 인류학도는 ‘문화 비평가’이자, ‘사회 디자이너’이며 ‘지역 코디네이터’이자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가’로서의 자질을 키우게 됩니다.

전통적인 문화인류학자는 고립된 지역에서 독특한 삶의 양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규모 부족 사회, 산업화 이전의 생활방식을 고수해온 ‘저개발’ 지역, 그리고 이동이 적은 농촌사회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눈물>과 같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오지’의 부족을 찾아가 연구하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도 문화인류학도가 하는 일입니다.

1970년대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문화인류학의 연구 영역은 급속히 확장됐습니다. 가장 길고 거대한 주제인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개인의 일상을 연결시키는 문화인류학은 글로벌 시대의 정치와 경제, 문화, 생태의 주제를 망라한 분야를 다루게 됐습니다.

일상의 드라마를 찍은 피디부터 국제기구의 개발 컨설턴트,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일, 지역, 국가, 국가를 아우르는 시공간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모두 인류학적 훈련을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지구를 지키고 가꾸는 일, 지역을 가꾸고 지키는 일 모두가 인류학도들이 할 일인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는 문화상대주의와 비교문화적 관점을 통해 삶의 총체적 양식으로서의 문화를 연구하며, 궁극적으로는 현대 문화를 해석하고 분석하면서 그 자체를 또한 새롭게 창조하는 기획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문화인류학과는 ‘인디아나 존스’에서 본 것처럼 고대 유적이나 유물을 발굴하는 전공인가요?
문화인류학이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학문이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인류학은 인류 조상들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뼈나 화석을 발굴하거나 오지에 가서 탐험을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류학은 크게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론적 측면을 다루는 체질인류학(biological anthropology), 고고학(archeology) 등의 분야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으로 나눠집니다.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인류학자는 고고인류학자이고요. 문화인류학은 고고학과 연결고리를 이어가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문화인류학은 특정 직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학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화와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모든 직업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참여관찰을 수행하고, 편견 없이 행위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지식을 구성하고자 하는 문화인류학의 접근 방식은 어떤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텔과 같은 대기업에서 인류학자는 현지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류학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현실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을 결합함으로써 회사 창업, 국제개발원조, 기업의 공익사업, 사회적 기업, 문화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창조적 기획자와 코디네이터로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Q. 어떤 친구들이 오면 좋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인류학은 차이와 다양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학문이며,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의 관념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려면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할 준비가 돼있어야 합니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불편해하고 배척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만약 나와는 다른 것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면 왜 내가 그렇게 느끼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려는 성찰적인 자세를 가졌다면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인류학은 책과 논문뿐만 아니라 현지조사를 중시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요.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들,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친구들, 여행과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친구들이라면 문화인류학의 세계에서 행복한 가능성을 발견할 거예요.


Q. 전공과목이 궁금해요!
문화기술지, 성과 문화, 가족과 문화,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 세계화 시대와 다문화주의, 현대 중국의 사회문화, 일본문화연구,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기획, 문화기획실습, 글로벌 이슈와 인류학적 전망, 인류학 특강,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이주, 일본문화연구, 영상인류학, 몸의 인류학, 현대 사회의 정체성 등입니다. 인류학과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1년에 두 번 현지조사나 현지답사를 다녀옵니다.


Q. 졸업 후 진로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은 모든 분야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자나 다큐멘터리 PD 등 언론계도 있고, 공적개발분야(ODA)나 국제NGO 등 국제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죠.

또한 문화나 예술분야의 기획자가 될 수도 있고 질적연구방법을 필요로 하는 연구분야나 학계 등에도 진출합니다. 정책, 경영, 복지, 문화 인프라, 환경 등의 전 영역에서의 문화 전문가로서 일할 수 있겠지요.


“문화인류학 관련 추천도서를 읽어보세요”
문화인류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거나, 막연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입학하는 친구들이 전공 수업을 들으며 다소 고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소 어렵겠지만 <오래된 미래>, <증여론>, <국화와 칼>, <슬픈 열대>, <세부족 사회의 성과 기질>, <문화의 수수께끼> 같은 책들을 읽고 오면 앞으로의 공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와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을 입문서로 추천해요. 문화인류학에 대해 쉽고도 재미있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출처=연세대 전공안내서 ‘연세 올웨이즈’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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