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시만드로스 우주
-피타고라스학파 우주
-에우독소스 우주
-아리스토텔레스 우주

원을 따라 움직이며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즐겁게 따라갈 때면, 내 발은 더 이상 땅을 딛고 있지 않다. - 프톨레마이오스 -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우주의 모습을 상상하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기원전 6세기경부터 자연의 근원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세상 모든 물질의 근본이 되는 물질은 무엇인가?’, ‘물질의 변화란 무엇이며 어떻게 일어나는가?’, ‘무거운 물체는 왜 아래로 떨어지는가?’,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고, 답을 찾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천문학을 연구하기 훨씬 전인 기원전 3000년 전후에 나일강 유역이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이미 정밀한 천문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농업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천문 관측을 중요시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신이 천체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태양이 뜨고 지는 현상은 태양신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것이었고, 일식이나 월식도 신이 일으키는 현상이었다.

이들은 천문을 관측하기 위해 해시계와 같은 천문 관측 도구를 이용했다. 그 결과 고대 이집트인들은 1년이 365와 1/4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일식과 월식을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성술을 바탕으로 수리천문학이 크게 발달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축적된 정밀한 천문 관측 데이터는 고대 그리스에서 천문학이 발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관측 데이터와 자신들의 철학적 고찰을 더해서 독창적인 우주 구조를 고안했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예측해 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우주를 관장하던 신들은 점차 사라져 갔다.

*이집트의 우주 : 하늘의 여신 누트가 동생이자 남편인 대지의 신 게브 위에 엎드리고, 이들의 아버지이자 대기의 신인 슈가 하늘을 떠받친다. 태양신 라는 매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아낙시만드로스 우주  
고대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우주 체계는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약 200년 먼저 활동했던 밀레투스학파의 자연철학자 아낙 시만드로스(Anaxi￾mandros, 기원전 555년경 활동)가 제안한 모델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가만히 정지해 있다고 생각했다. 또 대지는 평평하며, 지구는 직경이 높이의 3배인 원통형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우주 구조에서는 태양이 가장 멀리 있으며, 별들은 태양이나 달보다도 아래쪽에 위치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숫자 3과 대칭성을 중요하게 여겨 지구와 천체의 거리를 지구 직경의 3배수로 계산했다. 그 결과 별까지의 거리는 지구 직경의 9배, 달까지는 18배, 태양까지는 27배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

피타고라스학파 우주  
아낙시만드로스와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피타고 라스학파는 아낙시만드로스와는 매우 다른 우주 체계를 고안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불이 우주 중심에 놓여 있다. 그리고 불 주위를 지구와 ‘반대편 지구(counter earth)’가 돈다. 지구는 불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회전한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

피타고라스학파는 10을 완전한 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편 지구’를 고안해서 별을 제외한 천체의 수를 10개로 맞추었다. 지구,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별이 박혀 있는 항성 천구, 그리고 ‘반대편 지구’였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우주 체계는 천체 사이의 수학적인 관계를 고려한 모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를 구형이라고 생각한 점, 천체들이 위치한 순서를 정했다는 점, 그리고 지구를 우주의 중심이 아닌 곳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고 주목할 만했다. 그럼에도 피타고라스학파 이후 약 2,000년 동안 우주의 중심 자리는 지구가 계속 차지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기원전 4세기경이 되자, 고대 그리스에서는 우주와 천체에 관한 추상적·수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철학자들이 등장했다. 추상적·수학적 천문학을 강조했던 대표적인 철학자로 플라톤(Platon, 기원전 427?~기원전 347?)을 들 수 있다.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 에서 우주를 현실 세계와 이데아로 구분했다. 현실 세계에는 생성과 변화가 있는 반면, 현실 세계의 규범인 이데아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플라톤은 현실 세계에 대해서는 ‘있을 법한 설명’ 혹은 ‘가능한 최선의 설명’만을 할 수 있지만, 이데아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반박할 수 없는 설명이란 이상적·수학적 논리였다. 플라톤은 천문학도 수학적인 학문이라고 믿었다. 기원전 4세기 당시 천문학자들의 설명을 필요로 했던 천문 현상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동쪽에서 서쪽으로 돈다. 이것은 지구의 자전 때문이지만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다. 

둘째, 별자리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년 같은 계절에는 같은 별자리가 같은 위치에 온다. 셋째, 태양은 1년에 걸쳐 황도대라는 별자리 띠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간다. 이것은 지구의 공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당시에는 이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필요했다.

넷째, 달과 행성들은 황도대 안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단, 달과 행성이 지나가는 길은 황도대에서 8°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다섯째, 동쪽으로 이동하던 행성들은 일정 시간 동안 서쪽으로 역행하다가 다시 동쪽으로 이동한다. 

에우독소스 우주  
이러한 여러 천체 관측 결과를 종합해 천체의 운동과 우주의 구조를 기하학으로 설명하려고 처음으로 시도한 자연철학자가 있었다. 바로 플라톤의 제자 이자 동료였던 에우독소스(Eudoxos, 기원전 400?~기원전 350?)이다.

에우독소스는 복잡해 보이는 천체들의 움직임에 완벽한 기하학적 규칙성을 부여하기 위해 우주가 완전한 구 형태로 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에우독소스는 ‘2구체(two-sphere) 모델’이라는 우주 모델을 고안해 냈다. 오늘날까지도 천문학에서 우주의 기본 모델로 사용되는 바로 그 모델이다.

2구체 모델에서는 우주가 가상의 구체 2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한다. 2개의 구체 중 하나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지구이다. 우주의 중심을 차지한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영원히 제자리에 정지해 있다. 2구체 모델에서 우주를 이루는 두 번째 구체는 천구이다.

태양과 달, 행성들은 천구의 안쪽 벽에 박혀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천구가 움직이면 이들도 따라서 함께 움직인다. 에우독소스의 모델에서 우주는 완벽한 구형이었고, 천구와 지구는 같은 중심을 가졌다.

에우독소스는 천체들이 하루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일주하는 현상, 또 태양, 달, 행성들이 황도대를 따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등을 설명하기 위해 천구의 수를 여러 개로 늘려서 ‘동심천구(同心天球, concentric spheres) 체계’를 만들었다.

동심천구 체계는 같은 중심(동심)을 가진 여러 겹의 천구로 이루어진 우주 구조이다. 그는 여러 동심천구들을 조합해서 복잡한 천체 현상들을 설명했다. 에우독소스의 동심천구 체계에서 행성은 4개씩의 동심천구를 가지는데, 각 천구는 독립적으로 회전한다. 가장 바깥쪽 천구는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한다.

이 천구는 행성과 항성이 왜 매일 뜨고 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천구이다. 바깥에서 두 번째 천구는 행성이 황도대를 따라 움직이도록 한다. 이 천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한다. 즉 두 번째 천구는 행성의 공전 운동을 설명하기 위한 천구이다.

가장 안쪽에 있는 2개의 천구는 행성의 역행 운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이 두 천구는 같은 속도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8자형 곡선을 만드는데, 이를 통해 행성의 역행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

*2구체 우주 모델
*2구체 우주 모델

아리스토텔레스 우주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자연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기원전 322 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에우독소스의 동심천구 체계를 계승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동심천구 체계에는 에우독소스의 동심천구 체계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에우독소스는 자신의 우주 체계를 철저하게 기하학적인 모델로 여겼다. 이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심천구 체계가 실재하는 물리적 우주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우주에 실제로 천구가 있다고 생각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심천구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심천구 체계에 자신의 물질론과 운동 이론을 결합했다. 그는 달을 기준으로 우주를 지상계와 천상계로 구분했는데, 지상계는 달 천구 아래쪽 세상을, 천상계는 달 천구 위쪽 세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천상계와 지상계의 물체들은 서로 다른 원리에 따라 운동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 불, 흙, 공기를 지상계를 구성하는 근본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운동 이론에 따르면 지상계에서는 물체를 구성하는 근본 원소 중 더 우세한 원소에 의해 물체 본연의 무게가 정해지고, 이에 따라 물체의 자연스러운 운동이 결정된다. 본질적으로 무거운 물질인 흙은 언제나 아래쪽으로 운동하며, 본질적으로 가벼운 물질인 불은 언제나 위쪽으로 운동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행성과 항성은 천구에 박혀 지구 주변을 공전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행성과 항성은 천구에 박혀 지구 주변을 공전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천상계에는 지상계와 달리 에테르라고 부르는 원소만을 배치했다. 또, 천상계의 모든 행성은 완벽한 운동인 등속 원운동을 해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천상계는 변화가 있을 수 없는 완벽한 세계였다.

우주에 관한 오늘날의 지식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체계는 오랫동안 권위를 유지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체계가 가진 내적 견고함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체계가 오랫동안 권위를 유지한 또 다른 이유는 중심에 지구를 배치하고 천구들로 겹겹이 둘러싼 그의 우주 체계를 이용해 일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흙과 같이 무거운 물질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었다. 매일 별이나 행성들이 뜨고 지는 것은 각 행성이 가진 가장 바깥쪽 천구가 하루에 한 번씩 일주 운동을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지구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지구가 정지해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체계는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재하는 물리적 체계로 받아들여졌고, 르네상스 시기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등장하기 전까지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료 제공=리베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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