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증식·복제성공한 ‘인간 세포’
-다양한 질병 치료·연구에 큰 기여
-끝없이 분열하는 이유, ‘HPV의 방해’로 추측
-헬라세포 유전 정보, 가족 동의 있어야 활용 가능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1951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던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갑작스런 하혈과 체중감소로 들렀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자신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것. 그는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에 사망하고 만다. 이미 암세포가 온몸으로 빠르게 전이됐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불과 31세였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사망한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세포’ 상태로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세계 최초로 증식·복제 성공한 ‘인간 세포’ 
헬라세포는 최초로 시험관 내에서 증식한 인간 세포이자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세포이다. 헨리에타가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그에게서 채취된 조직의 일부는 병원 내 조직 배양 연구소 소장 조지 가이(George Gey) 박사의 연구실로 보내졌다. 

당시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인간 세포를 배양하려는 실험이 이어져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나 사람의 조직에서 떼어낸 일반세포들은 체외에서 배양하면 50세대 정도 분열한 뒤 며칠을 채 생존하지 못했으며, 아무리 활발한 증식 능력을 지닌 암세포라고 해도 인간의 몸 밖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헨리에타의 세포는 이전까지의 세포들과는 달랐다. 그의 세포는 영양공급 등 조건만 맞춰주면 수천 번, 수만 번이고 무한히 증식하는 악성 종양과 같은 불멸의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이 박사는 이 놀라운 세포에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의 이름을 따 헬라세포(HeLa cell)라고 명명하고 전 세계에 이 사실을 공표했다. 세계 최초로 실험실 증식에 성공한 인간의 세포는 이후 1955년 최초로 복제에도 성공하며 전 세계 연구실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다양한 질병 치료·연구에 큰 기여 
생명과학 전공자는 물론이고 관련 과목을 배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헬라세포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세포가 거의 반세기 동안 바이러스학, 암 연구, 분자생물학 등 주요 생물학 등의 표준 연구 재료로 널리 사용되면서 과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헬라세포를 이용해 얻은 대표적인 업적은 소아마비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며, 이외에도 항암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결핵 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같은 각종 질병치료제 개발은 물론 시험관 아기, 유전자 지도(게놈) 등 각종 연구에 활발히 활용됐다.  

심지어 헬라세포는 화장품, 테이프 및 기타 공산품 테스트, 독성물질, 우주개발, 방사능 영향 연구 등에도 이용됐는데, 원자폭탄이 인체에 주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핵폭탄과 함께 헬라세포를 터뜨리거나,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 세포의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헬라세포가 우주로 보내지기도 했다.  

지대하다(至大하다) | 더할 수 없이 크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분열 중인 헬라세포의 모습(왼쪽)과 분열 직후의 헬라세포(오른쪽) [출처=wikipedia]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분열 중인 헬라세포의 모습(왼쪽)과 분열 직후의 헬라세포(오른쪽) [출처=wikipedia]

끝없이 분열하는 이유, ‘HPV의 방해’로 추측 
헬라세포는 1953년부터 오늘날까지 무려 70년 동안 분열했고 앞으로도 무한히 분열할 것이다. 저서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헬라세포의 질량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모두 합치면 5,000만t 이상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거의 없는 것으로 치는 세포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워지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세포가 분열됐다는 말일까. 또한 증식한 헬라세포를 모두 이으면 지구를 3바퀴 이상 감을 수 있다고 한다. 헬라세포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2013년 유럽 분자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이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헬라세포 8번 염색체에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발견됐으며 이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p53 유전자’의 기능을 방해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p53 유전자는 일명 ‘항암 유전자’라고 불리며, 세포의 이상증식이나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라세포 [출처=wikipedia]
헬라세포 [출처=wikipedia]

헬라세포 유전 정보, 가족 동의 있어야 활용 가능 
한편, 현재까지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면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린 헬라세포. 헬라세포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만 해도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  

그런데 헬라세포 첫발견 이후 세포 생산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온갖 연구에 동원되는 동안, 헨리에타 자신은 물론 남편을 포함한 유가족들은 무려 20년 동안이나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생명윤리’에 따른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아서다.  

유가족은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세포를 채취하고 배양한 것에 대해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연구진들을 향한 윤리적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2013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헬라세포 유전자 정보 활용을 원하는 학자는 헨리에타의 가족 대표 2명이 포함된 패널의 사전 승인을 받는 조건에 한해서 헬라세포의 유전자 정보를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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