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에 충실한 녹색 동물 ‘식물’ 
- 식물은 ‘생각하고’ 행동한 걸까? 
- “설계된 대로 움직였을 뿐… 의식은 없어” 
- 만약 식물이 감정을 느낀다면? 

해마다 5월이면  봄에 핀 꽃이 지고 식물들이 싱그러운 초록잎을 뽐내기 시작한다. 비록 움직이지는 못해도 작열하는 태양과 거센 바람, 눈과 비를 오롯이 맞으며 살아가는 식물들의 모습은 생존이 아닌 투쟁에 가깝다. 또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얼굴을 바꿔가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끊임 없이 외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낙엽을 떨구고, 눈 속에서 다시금 봄을 기다리는 식물들. 그런데 과연 다 ‘생각이 있어서’, ‘감정이 있어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욕망에 충실한 녹색 동물 ‘식물’ 
미국의 저명한 식물학자 로버트 휘태커(Robert Harding Whittaker, 1920~1980)에 따르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은 크게 동물계, 식물계, 균계,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 식물은 지구 전체 생물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육상 식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식물이 땅 속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겉보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은 사실 그 누구보다 강한 욕망을 가졌고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動物)이다.   

비록 동물처럼 소리를 내거나 몸을 재빨리 움직일 수는 없지만, 대신 자신을 보호하고 더 좋은 조건에서 성장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방어용 화학물질 방출 
식물은 자신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고 병들게 하는 곤충이나 동물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화학물질을 만들어 방출한다.   

‘고추’에 들어있는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나 ‘커피나무’ 열매인 커피콩에 들어 있는 카페인, 담배의 원료인 ‘담배풀’에 들어 있는 맹독 니코틴 등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화학물질이다.   

가을에 노란 잎으로 거리를 물들이는 ‘은행나무’에서도 플라보노이드라는 살충, 살균 화학물질을 뿜어내 해충과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 ‘고추’의 캡사이신, ‘커피나무’의 카페인, ‘담배풀’의 니코틴, 은행나무의 플라보노이드  

만지면 바로 움츠린다 
누군가 잎을 만지면 바로 움츠러드는 식물도 있다. ‘미모사’는 잎을 갉아 먹으러 온 동물이 자신을 건드리면 순식간에 잎을 접어 밑으로 처지게 만든다. 마치 시들어 죽어버린 것처럼 위장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햇빛과 영양분 쫓아 이동, 곤충 잡아 육식하기도 
태양을 좋아하는 양지식물은 햇빛이 잘 드는 쪽으로 몸을 가까이 가고 싶어 하고, 태양을 싫어하는 식물은 음지식물은 그늘 속으로 몸을 더욱 숨기려 한다. 여러분이 잘 아는 대표적인 양지식물 ‘해바라기’는 태양빛을 쫓아 시곗바늘이 돌 듯 해를 따라 꽃이 방향을 바꾼다.   

어떤 식물은 영양분과 물을 찾아 직접 땅 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이 식물의 이름은 ‘워킹팜(walking palm).’ 워킹팜의 뿌리는 다른 나무들처럼 땅 속에 묻혀 있는 게 아니라 나무의 몸통에 매달려 있어서, 이동할 방향으로 새로운 뿌리를 뻗어가며 원래 있던 뿌리는 죽이는 방식으로 서서히 몸통의 위치를 옮긴다. 워킹팜은 이렇게 일 년 동안 최대 4m까지 이동할 수 있다.    

흙에서 충분한 양분을 얻기 힘든 식물은 직접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식충식물은 육식동물이 그러하듯 단백질을 얻기 위해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대부분 어둡고 축축한 지대에 사는 식충식물은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질소(N) 같은 무기질을 얻기 위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육식을 할 수 있게 진화해 왔다.    

이들은 끈끈한 점액을 이용해 먹이를 잡거나 가시 달린 덫 안에 작은 미끼를 달아 먹이를 유인한다. 또는 긴 통 모양으로 변형된 잎에 빠뜨려 먹이를 유인하고 서서히 소화해 흡수시킨다.  

식물은 ‘생각하고’ 행동한 걸까?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줄로만 알았던 식물이 이처럼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새삼 놀랍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식물은 정말로 곤충들의 공격에 ‘화가 나서’, 태양빛이 ‘좋아서’, 동물이 ‘무서워서’와 같이 ‘감정’을 느끼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생각’으로 반응한 걸까?  

동물에게는 자극에 대한 반응과 행동을 결정하는 ‘중추 신경’이 있다. 중추 신경에는 뇌, 척수 등이 해당된다. 사람이 깊게 생각하고 복잡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대뇌, 소뇌, 중뇌, 간뇌, 연수 등으로 구성된 뇌의 기능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뇌와 온몸의신경계를 연결하고 있는 척수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움직임을 위한 단순한 형태의 정보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설계된 대로 움직였을 뿐… 의식은 없어” 
식물이 화학물질을 내뿜고, 햇빛과 양분을 찾아 이동하는 모습. 분명, 감정을 가지고 생각이 있어 자극에 반응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잎, 줄기, 뿌리, 꽃 등의 기관으로 구성된 식물은 뇌나 신경세포를 갖고 있지 않아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입력돼 있는 방식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세포생물학자 겸 식물학자 링컨 타이즈(Lincoln Taiz) 교수는 “식물과 동물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식물에는 동물의 두뇌가 갖고 있는 복잡성과 비교할 수 있는 특징이 없다”라고 했다.    

또한 “식물은 땅에 뿌리를 박고 에너지를 위해 햇빛에 의존하며 포식자를 능가할 필요나 빠른 사고를 할 필요 없이 정착해 살기 때문에 식물은 이런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신경계통에 의지하고 있다.”라며 식물이 의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식물이 감정을 느낀다면? 

“동물과 인간은 감각의 능력을 함께 가졌다. 그렇지만 이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인간과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동물은 자극에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반사할 뿐, 자신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현대 과학 이론에 따르면 식물은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100% 확실한 이론이라는 것은 없다.   

서울대 화학부 박충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식물의 뿌리는 햇빛의 성분을 분석해 잎과 줄기 생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뿌리는 흙속에 파묻혀서 잎이 받는 빛 신호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이 ‘식물도 두뇌 활동을 하며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라고 주장했던 ‘루트-브레인(root-brain) 가설’의 타당성 검증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도 16억년 전에는 단세포 생물이었다는 점을 미루어 생각해 보면 식물과 동물을 지나치게 구분하는 것은 생물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식물도 인간처럼 지능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사회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분명한 사실은 식물은 지구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하고 먹이가 되어 주는 등 지구 생태계에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전 세계로 자손을 퍼뜨릴 수 있고, 무기를 휘두르지 않고도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멋진 생명체 식물. 인간과,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이므로 아끼고 사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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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cms.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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