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①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다 
-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② 다수의 횡포가 일어날 수 있다 
-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③ 중우정치가 나타날 수 있다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오늘날 ‘민주적’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비민주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사용되곤 한다. 민주주의는 정말 완벽한가? 아무 문제도, 아무 흠도 없이 좋기만 한 것일까?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과 인도의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가 민주주의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정말이지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 형태다. 그동안 채택되었던 다른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한다면. - 처칠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다. 다른 제도들은 더 나쁘기 때문이다. - 네루  


처칠과 네루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단점이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그때까지 존재했던 다른 제도보다는 그나마 민주주의가 낫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즉 다른 제도에 비해 나은 정도라는 의미다. 심지어 민주주의는 ‘최악(the worst)’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왜일까?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①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다 

‘효율적’이라는 말은 어떤 일에 들인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라고들 한다. 민주적 절차를 따라 무언가 결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민주적 절차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충분하게’ ‘대화·토론·협의’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한다. 물론 의도는 좋으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대여섯 명이 모여서 저녁에 뭘 먹을지 결정하는 데도 금방 의견이 모이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 차라리 한 사람이 “됐고! 내가 먹자는거 먹어!”라고 강력하게 말하면 다른 친구들도 따라갈 텐데, 보통은 “너는 뭐 먹고 싶어?” “응, 너는?” “나? 나는……” 이러다 시간만 보내기 일쑤다.  

그렇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결정했다고 해서 다들 만족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결과에는 물론, 과정에서부터 누군가는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게다가 결과도 꼭 최선은 아니다. 막상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본 후에야 ‘아이고, 잘못 골랐네’ 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시간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오랫동안 일하게 두지 않고, 대신 몇 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러 일할 사람을 다시 뽑는다. 선거 규정에 따라 같은 사람이 다시 당선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선거는 거쳐야 한다.  

그런데 선거에는 돈이 매우 많이 든다. 정당에서는 자기 정당이나 후보를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걸고, TV나 신문에 광고도 한다. 후보자나 정당이 쓰는 돈도 많지만 국가가 쓰는 돈은 더욱 많다. 국가는 투표용지를 만들고 투표소와 투표 홍보물도 만든다. 투표, 개표 등에 필요한 시설을 확보해야 하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수당도 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를 한 번 치를 때마다 국가 와 각 정당 및 후보자들이 쓰는 돈을 합하면 수천억에 달한다.  

그런 선거를 평균적으로 1~2년에 한 번씩 치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4년에 한 번씩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5년에 한 번씩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다음 표는 2012~201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주요 선거를 나타낸다.  

2012년부터는 해외에 있는 한국 국민도 재외선거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서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늘어났다.  

2017년 5월 대통령선거에서는 대략 3,110억 원 (선거 관리 1,800억 원, 정당에 지급하는 보조금 421억 원, 후보자 보전 비용 889억 원 등) 이 들었다. 이 돈은 강원도 태백시의 1년 예산 규모와 비슷한 액수이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까지 계산하면 매우 많은 돈이 든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② 
다수의 횡포가 일어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는 대개 다수의 뜻에 따라 의사 결정을 이룬다. 하지만 이 점만을 내세워 결정을 밀어 붙인다면 소수는 그 자체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특히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한 예로 1950년대 초중반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McCarthyism)을 들 수 있다.  매카시즘은 미국 공화당의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의 이름을 땄다. 그는 1946년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는데, 잇단 부정부패로 정치적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미국에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이 몰래 활동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명단을 갖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은 당시 공산주의 진영의 소련과 경쟁하던 미국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로써 매카시는 단숨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의회와 언론은 물론 수많은 시민들이 그의 주장을 따르며 공산주의 혐의자들을 비난하고 체포에 동조했다.   

매카시의 발언이 진실인지를 검증하자는 소수의 목소리는 다수의 여론 속에 묻히고 말았다.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을 떠올릴만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몇 년이 지나 매카시의 주장은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직업이나 명예를 잃은 뒤였다.  

매카시의 주장은 합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았지만 선정적인 언론 기사와 결합하여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는 미국 국민 다수의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카시즘이 결국 힘을 잃게 된 것도 여론이 그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으면서부터이다. 정작 매카시는 처음 그 문제를 제기할 때부터 마지막까지, 뚜렷한 증거 없이 주장만 했고 진실은 달라진 게 없는데 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③ 
중우정치가 나타날 수 있다 

중우정치(衆愚政治, mob rule)란 어리석은 무리에 의한 정치, 즉 올바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변덕스러운 군중에 의해 결정되는 정치를 말한다. 중우정치는 다수의 횡포와도 관련이 깊다.  

대표자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 권위와 통제력을 잃었을 때, 그리고 감정적으로 선동되기 쉬운 대중에게 어떤 정보가 증폭되어 전달되었을 때 중우정치가 나타나기 쉽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가 바로 중우정치 때문에 죽었다고 보고 중우정치로 이어질 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페리클레스가 사망하면서 중우정치가 시작되었고 이후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의회개혁론(Thoughts on Parliamentary Reform)』이라는 책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학위를 가진 교양 있는 사람에게는 4~5표를, 숙련된 노동자에게는 2~3표를, 일반 노동자에게는 1표를 주고 문맹자에게는 아예 투표권을 주지 말자고 한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대중의 지식이나 선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오늘날에도 중우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영국 가수 노엘 갤러거는 2016년 브렉시트(Brexit) 결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해야 하나? 그런 문제는 국민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야. 세금으로 월급받는 정치인들이 결정하지 왜 국민들한테 탈퇴할지 말지를 물어봐? 국민 대부분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   

대중이 항상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최악의 결정을 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시대적 요구와 사회 구성원 다수의 성향은 민주주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비이성적이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민주주의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브렉시트 |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합성어다. 2016년 6월 영국에서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할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예상과 달리 잔류 48.1%, 탈퇴 51.9%로 투표 결과가 나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었다.  

제공 | 해냄출판사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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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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