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말

현재 여러 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학습자 참여형 수업 설계-과정 평가-조직 문화 개선을 동일 축선에 놓고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늘 대입제도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대입제도까지 아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수차례 이야기했다.

재차 강조하지만 초-중-고-대학 교육과정이 연계되려면 대학입학시험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반영해줘야 가능할 것이다. 국가 수준의 교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학생들이 제대로 도달하면 지식, 기능, 태도 측면에서 수능 및 대학별 고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학과 고등학교가 전향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 우수학생을 싹쓸이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다보니 모든 고등학교를 한 줄로 세우려는 잘못된 관행을 보이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교육과정 개정 성패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주로 고등학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만 봐도 초중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보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교과 교육과정 중심으로 고등학교 공교육이 정상화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수능 시험을 관리하는 평가원의 역할이 과연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열망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평가원이 기관 내부에서 칸막이를 치고 조직, 인력, 예산 등 기관의 기득권에만 안주한다면 교육현장으로부터 외면받는 기관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정부로부터 수능 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고 있는 평가원이 수능 시험을 오지선다형 형태에 묶어두지 말고 다양한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서라도 향후 수능시험 방식을 개편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토론자가 알기로는 평가원에서 국문, 영문 논술 시험을 채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예산을 들여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력 측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무리한 주문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선진 각국에서는 주로 논술 형태로 시험을 치르는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성공하려면 교원 양성기관의 존립의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겠지만 교과 교육과정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교사가 전무한 암울한 현실에서 교원 양성대학이 인문대학과 별반 차이없는 학문 중심 교육과정을 계속 고집하는 일부 교원양성대학의 현실을 방치하고서는 초․중등학교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점을 꼭 제기하고 싶다.

정책이 어느 한 구석만 건드린다고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원 양성대학에서는 예비교사들에게 향후 개정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적용 능력을 길러서 현장에 내보내야 한다. 

만약 교원양성기관이 이런 역할을 거부하면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즉 교육과정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직접 자기 수업을 학생 활동 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는 유능한 교사를 선발, 임용할 수 있도록 교원 선발․임용고사 체제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교원 양성기관들이 발등에 떨어지는 불을 진화하기 위해 바빠지게 될 것이다.

끝으로 국어 교과를 예로 들어 본 토론자가 바라는 바를 진술한다. 1학년-4학년-8학년-12학년에서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별로 학년 간의 위계성을 고려하면서도 차별성이 주어진 체계적인 교과 교육과정을 기대한다. 

성취기준을 보면 1학년에서 배우는 바가 4학년에서 가서는 어떻게 발전해 있고, 8학년이 되면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 알고, 12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사도 알고, 학생과 학부모도 알고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이렇게 지식 암기 위주 교육으로 파행적인 운영을 하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교사들이 본인의 교과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능숙하게 수업 설계를 하다보면 분명히 타 교과 선생님들과 성취기준이 비슷한 경우에 같이 수업을 설계해보려는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이 교사들을 교과서 지식만 앵무새처럼 가르기보다 학생들이 지닌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수업을 설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이런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을 간절히 염원하면서 토론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