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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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 혹은 꿈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이 모든 학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4차 산업형명시대는 융복합의 시대로,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어떤 분야와 융합되거나 협업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질 진로, 직업, 하게 될 일 등에 대한 시각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전공을 하며 배우고 있는 새내기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전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인문계열 (2014 진◆◆)

Q. 안녕하세요. 처음 인터뷰 장소에 들어올 때 키가 정말 커서 한 눈에 알아봤어요. ◆◆ 학생의 고등학교 시절이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환경이 가장 다르지 않았을까요? 저는 여수에서 뱃길로 가야하는 금오도라는 섬에 살았어요. 주민은 2,000명 정도인데, 대부분 어르신들이고 학생들은 고작 45명 남짓이었어요. 분식집도, PC방도 없어서 보통의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죠. 바다에 돌을 던지거나, 바닷가에 있는 학교에서 축구를 했던 기억 같은 것들이지요. 놀 거리가 부족한 건 물론이고 공부도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Q. ◆◆ 학생은 말한대로 ‘스스로 공부’를 잘 해냈겠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 때는 없었나요? 정보도 부족하고, 사교육도 불가능하니까 말이에요.

정보가 부족한 건 맞지만,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입시 전략’은 생각도 못하고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하고 또 잘하면 어떤 대학에든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겠다는 의지로 불안함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도서지역도 지차체나 교육청에서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특히 면접 준비를 할 때 도움을 받았어요.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도 빼 놓을 수 없고요. 섬에서 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큰 각오를 하셨다는 뜻이기 때문에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이 많으셨어요. 작은 섬에서 선생님들과도 가까이 살기 때문에 친해지기도 쉽구요.


Q.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군요. 특별히 가까웠던 선생님을 한 분을 꼽는다면?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원어민 선생님과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아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정말 친해서 선생님 댁에 찾아가 놀기도 하고, 자고 오기도 했어요. TV를 보며 얘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듣거나, 장을 보러 시내에 나가거나, 요리를 좋아하시는 선생님의 요리를 돕기도 했어요. 물론 지켜보는 게 일이었지만요.(웃음) 평범한 친구 사이에 하는 일들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선생님 차를 타고 여수에서 출발해 서울과 부산을 갔다가 다시 여수로 돌아오는 전국 여행을 같이 다녀왔어요. 워낙 성격이 좋으신 분이고 혼자 한국에, 그것도 낯선 섬에 오셔서 심심해 하셨기 때문에 제가 다가갔을 때 쉽게 받아주셨어요. 2015년에 고향으로 돌아가신다고 들어서 그 전에 찾아뵈러 가려고요.


Q. 아무래도 소통이 어려워 원어민 선생님과 친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언어가 문제되지는 않았나요?

제가 영어를 능숙히 하지 못해 처음에는 눈치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갈수록 실력이 늘어 별 문제가 없었어요. 선생님은 한국어가 유창하셨지만 한국어로 대화를 하면 저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러 영어로 대화하해 주셨죠.

물론 제가 사용하는 영어는 능숙하지 않았지만 일단 뻔뻔하게 대화를 시도했어요. 어차피 선생님께서도 한국어를 틀릴 때가 있으니 저도 틀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죠. 선생님과 친해질수록 말하다 틀려도 창피하지가 않으니 말하기에 자신이 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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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학생이 영어 실력이 좋은 건 어떻게 보면 섬이라는 환경 덕분이었네요. 금오도 자랑을 한 가지만 더 해주세요.

조용하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과는 반대죠. 한적한 만큼 사색을 즐겨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독서하기도 좋아서 제가 철학으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한 환경이 된 것 같아요.

전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 도서관에 기부된 책 100여 권 정도를 읽었어요.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가 지루할 때는 교과서와 문제집 대신 책을 집어 들었죠. 읽자마자 바로 책의 내용을 이해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는 더뎠지만 덕분에 내용을 곱씹으며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어요. 책을 읽은 후에는 두서없이 글을 적기보다는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만 적어 두는 버릇이 있어요.


Q. 그렇게 독서를 한 게 ◆◆ 학생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이런저런 공부에 바쁜 고등학생들의 경우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독서가 학교 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소설은 좋아하지 않아 문학 영역은 잘 모르겠지만 사회과학이나 철학 분야 도서를 많이 읽어 수능의 경우 국어에서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이런 도움은 국어보다 영어에서 더 효과가 컸어요.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알파벳을 처음 배워 영어의 기초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매우 부족했어요. 그런데도 내신이나 수능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지문 내용이 쉽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수능의 경우 영어 지문을 한국어로 해석해 놓아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미 책에서 읽었던 익숙한 내용이 많아 어렵지 않았어요. 사실 수능 영어는 영어 실력 자체보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정답과 오답을 가르기 때문에 독서의 영향이 크죠.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특히 철학 분야 책을 많이 읽었는데, 철학과 수업에서 과제로 내주시는 레포트 주제나 수업 내용이 이미 책을 읽으며 고민해 본 주제인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외에, 저에게 독서는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이기도 했어요. 소위 ‘멘붕’이 올 때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은 큰 위로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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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멘붕‘이 올 때가 있었다고 했는데, 고교 생활 중 위기가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집안 사정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저는 수학과 철학을 정말 좋아했지만, 철학은 흥미일 뿐이고 꿈은 수학자가 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자연계열을 선택하려 했지만 금오도에는 학생 수가 적어 자연계열을 개설할 수 없었어요. 시내 학교로 가기에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인문계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수학자라는 꿈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처음에는 가족들과 많이 싸웠어요. 2학년이 되어서야 교차지원이 쉽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인문계열에 왔다는 현실을 인정했어요. 원래 철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우연히 읽은 심리학 분야에 흥미를 느껴 심리학과에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2학년이 끝날 무렵 또 문제가 생겼어요. 부모님께서 등록금이 비싼 종합대학의 심리학과보다는 교대, 해양대를 가라고 권유하셨거든요. 금전적 문제 때문에 꿈이 한 번 더 무너지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겨우 극복했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나니, ‘멘붕’이었죠. 그래서 3학년 1학기는 게임만 하며 보냈어요.


Q. 학생들은 공부만으로도 힘든 시기에 그런 고민까지 해야 했다니,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 출연이 전환점이었어요. 담임선생님께서 최종 4인까지만 가도 대학입학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대학에 갈 길이 안 보이던 저에겐 좋은 기회였어요. 작가님들과의 면접 때 저는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금오도에서 살았던 진짜 섬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 다른 친구들과 차별화하고, 장기자랑으로 피아노 연주까지 했어요. 그만큼 출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운이 따랐어요. 마지막 문제가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철학 분야에서 나온 거예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의 이름이 답이었는데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라’라는 문제를 듣자 바로 답이 떠오르더라고요. 모든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어요. 비까지 오는 상황이라 더 드라마틱했어요. 학교에 체육관이 없어 야외에서 촬영을 했는데 비가 올 때마다 촬영을 멈췄다가 재개하길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촬영이 끝났어요. 정말 엄청난 하루였죠.

이렇게 골든벨을 울리고 나니 서울대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일종의 스펙을 쌓았다는 것보다 의지를 되찾았다는 게 더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었어요. 공부할 시간을 쪼개 골든벨 공부를 했던 시간처럼,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간다면 등록금 부담이 덜할 테니까요.


Q. 그렇게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삼게 된 후,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원래 수학과 철학을 좋아했어요. 먼 옛날에는 수학자가 곧 철학자였잖아요. 논리 정연한 사고방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두 학문은 뿌리가 같아요. 수학자를 꿈꿨던 것과 같은 크기로 철학이 좋았죠.


Q. 흥미에 따라 학과를 결정했으니 공부도 즐거울 것 같아요. 어떤 강의가 가장 좋았나요?

개인적으로 관악 3대 명강의라고 생각하는 ‘서양 철학의 이해’라는 교양 강의에서 교수님의 뛰어난 강의력에 반했어요. 교수님의 다른 철학 강의까지 쫓아가 들을 정도였죠. 철학에 입문하기에 딱 좋은 강의라 주변 친구들에게도 추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후배님들도 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한때 심리학도를 꿈꾼 만큼 ‘심리학 개론’도 재미있게 들었구요.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인문대 수업을 듣다가 규칙과 이론을 소개하는 사회과학대 수업을 들으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매번 논술식 시험만 보다가 사회과학대에서 선택형, 단답형 문항을 보고 깜짝 놀랐죠.


Q. 수업 내용부터 평가 방식까지 철학과와는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럼 철학과만의 독특한 분위기도 있나요?

사실 저는 아직 철학과에 진입하지 않았어요. 인문계열(광역)로 입학했기 때문에 내년(2015년)에 철학과에 진입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철학과의 분위기보다는 광역계열에 대해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광역계열 학생은 입학 당시 과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랜덤으로 반에 배정되는데, 저는 종교학과 친구들이 많은 ‘상상반’에 배정됐어요.

처음에는 종교학에 대해 잘 몰라 신학과로 오해하고 실수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종교학과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많은 종교학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학문을 접하고 매력을 알 수 있다는 게 광역계열의 장점인 것 같아요.


Q.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네요. 마지막으로 ◆◆ 학생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주변 환경에 너무 좌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없다고 의기소침해 하지 말고 ‘하면 된다!’라는 말을 믿길 바라요. 뻔하게 들리지만 저는 그 말이 진리라고 믿어요.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파릇파릇 서울대’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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