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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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 혹은 꿈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이 모든 학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4차 산업형명시대는 융복합의 시대로,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어떤 분야와 융합되거나 협업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질 진로, 직업, 하게 될 일 등에 대한 시각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전공을 하며 배우고 있는 새내기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전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디자인학부 (2014 김◎◎, 소□□) 

Q. 안녕하세요? 두 분은 ‘실기 미포함 전형’으로 미술대학 디자인학부에 입학했다고 들었어요. 실기 미포함 전형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위해 본인들이 입학한 전형을 소개해 주세요.

소□□) 실기 미포함 전형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신, 수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는 한편 미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 온 학생을 뽑는 전형이에요.

김◎◎) 성적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건 아니에요. 다른 과에 가고 싶은데 성적에 맞춰 미대에 지원하는 학생이 아니라, 미술에 대해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공부와 미술, 양 쪽 모두 놓치지 말아야겠죠.

이 전형은 일반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고 잘 아시는 것처럼 1단계 서류평가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 2단계에서 면접을 치르고 최종합격자가 됩니다. 말 그대로 실기는 전형요소로 사용하지 않아요.


Q. 이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 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소□□) 공부만 하는 것도, 미술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실기 미포함 전형’을 준비한다면 공부와 미술 둘 다 열심히 해야하는데, 둘 중 하나라도 좋아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공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미술로 풀었고, 미술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공부로 풀었어요. 미술 활동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즐겼으면 좋겠어요. 미술이라는 취미가 쌓이면 자연스레 대학입학에 도움이 될 거예요.

김◎◎) 미술을 전공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는 것도 중요해요. 확실한 진로 계획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럼 두 분은 면접에서 자신의 무기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소□□) 별다른 준비를 할 수 없었어요.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한 질문도 있었지만, 창의력을 요하는 난해한 질문도 있었거든요. 저에게는 ‘달이 지구에서 보면 한 면만 보이는데, 뒷면에는 뭐가 있을지 과학자, 시인, 정치인의 입장에서 말해 보아라’라는 질문이 주어졌어요. 그때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저도 제가 신기해요.

김◎◎) 저도 만만치 않게 당황했어요. ‘중국, 일본과의 관계 같은 시사적인 문제’도 있었고요. ‘완전한 구인 당구공을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문제는 전혀 이해가 안 돼서 질문을 했는데 교수님들은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제가 지닌 생각을 말해보라는 방향으로 유도해 주셨어요.

그렇다고 정답이 없는 질문만 나오는 건 아니에요. 제가 윤리를 좋아한다고 하니 사상, 철학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등 관심 분야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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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소양을 갖춰야 하겠네요. 그런데 두 분은 왜 이 전형을 선택했나요?

김◎◎) 처음에는 영화 제작이나 웹툰 연재 경험이 있는 특별한 학생들을 뽑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저는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해서 도전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3학년 여름까지는 미술학원을 계속 다녔고요.

하지만 막상 전형을 결정해야 할 때가 되자 지금까지 열심히 관리해 온 내신 성적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기 미포함 전형이 아니더라도 내신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늘 성적에 쿨하지 못한 학생이었거든요.

수행평가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고, 내신 시험 기간에는 미술 학원도 안 가고…. 그래서 최저 등급이 그다지 높지 않은 실기 전형에서 미술 실력만으로 경쟁하기에는 조금 자신이 없었어요.

소□□) 저는 중학교 때까지 부모님의 반대로 미술을 할 수 없었고, 고등학교에 와서도 미술 학원에 다니는 걸 허락받지 못했어요. 공부를 못 하니 핑계 삼아 미술을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셨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성적을 크게 올리자 제 의지를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마침 ‘실기 미포함 전형’이 생겼는데, 부모님 바람대로 별도의 미술 공부 없이, 학교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미대 진학을 할 수 있는 길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어요.


Q. 성적이나 환경 등 지원 동기가 다양하네요. 그래도 대학입학을 준비한 방법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김◎◎)
저랑 □□이는 조금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제가 교내 활동과 내신 성적에 집중한 반면, 수민이는 미술과 관련된 활동이 많았거든요. 저는 말씀드렸듯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의 다른 과를 지원할 정도의 성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교내에서는 학생회와 미술 동아리 활동을 했고요. 이렇게 고등학교 때 쌓은 다방면의 지식이 도시 디자인이라는 제 꿈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어필했어요. 지식은 타인과 소통할 때 바탕이 되어 줄 것이므로 사람과 큰 관련이 있는 도시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이에요.

소□□) 저는 미술 학원을 다니며 미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적이 없는 만큼, 미술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캐릭터 특허를 내고,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미학 캠프에 참가하는 등 대외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교내 미술 동아리도 있고요. 여기선 교내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포스터를 만들거나 학교 축제 때 전시회를 준비했죠.

한양대학교 입학처
한양대학교 입학처


Q. 두 분을 포함해 ‘실기 미포함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미술대학에서 생활할 때 실기를 치르고 들어온 친구들과의 차이를 느끼나요?

김◎◎) 저는 원래 미술을 해왔기 때문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소□□) 학기 초에 교수님들께서 어떤 학생들이 ‘실기 미포함 전형’으로 들어왔나 관심을 보이시기는 하지만 학과 차원에서 학생들을 따로 관리하지는 않아요. 미술 실력도 원래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이라 큰 차이를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교양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웃음)


Q. 적응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나 봐요. 학과 분위기가 편안한 편인가요?

김◎◎) 디자인학부에는 회화를 전공하는 학과보다 독특한 친구들이 적어요. 또 디자인이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니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내 생각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우리 학부는 전통적으로 단합이 잘 되고 오순도순한 분위기에요.

소□□) 여학생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끼리 잘 놀아요. 미팅이 엄청 많이 들어와서 학기 초에는 미팅 목록을 적어 두고 나갈 사람을 투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1학기 말에 과제전을 한번 겪고 나니까 바빠서 더 이상 미팅을 못 하겠더라구요.


Q. 오늘도 과제전 때문에 바빠 보이시던데, ‘과제전’이 대체 뭔가요?

김◎◎) 한 학기동안 과제로 만들었던 작품들을 학년별로 전시하는 시간이에요. 수업 중에 만든 과제만으로는 전시할 수준이 안 되니까 새로 만들거나 고쳐야 해요. 전시 후에 교수님들께서 평가를 하시기도 하고, 선배들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야 하죠.

소□□) 저는 지금 4일째 집에 못 가고 밤을 샜어요. 오늘부터 전시가 시작되니 오늘은 드디어 집에 갈 수 있어요. 이번 학기에 석고나 키네틱 같이 과제 부담이 큰 수업을 몰아 듣는 바람에 이렇게 바빠진 것 같아요.

석고를 바르고, 깨고, 다시 붙이고, 사포질하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키네틱 수업에서는 처음으로 톱을 쓰고, 조립을 하고, 기계를 만져 봤어요. 몸이 힘들기는 했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까 생각하는 게 재밌었어요.


Q. 그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밤을 새기도 하죠? 그걸 ‘야작’이라고 하나요?

소□□) 네. 제가 지금 저희 과에서 ‘야작’의 아이콘이에요. 과방에서 친구들과 밤 새워 수다를 떨며 작품을 만들죠. 작품 하면서 맥주 한잔, 끝나고 또 함께 한잔 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김◎◎) 새벽 4시에 치킨을 시켜 먹기도 해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작업이 있어서 저녁을 먹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야식을 먹는 거예요. 노는 듯, 작업하는 듯, 그게 야작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렇게 야작을 하느라 점점 바빠지면 다른 걸 포기하게 돼요. 예술 계열에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독특한 옷을 입는 학생들이 많은데, 밤샘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무조건 편한 옷을 찾게 되더라고요. 대신 머리 색깔로 기분 전환을 하느라 분홍색 머리 같은 것도 하고. (웃음)


Q. 힘든 부분을 이겨낼 수 있는 건 꿈에 대한 열정 때문이겠죠? 어떤 꿈이 있으신가요?

김◎◎) 도시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자랑할 만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도 도시 디자인에서 지역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공공 디자인 쪽에 진출해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입학 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아름다우면서도 사람들이 살기 편한 공간,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건축과의 차이를 묻곤 하는데, 실제로도 건축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의 경계는 모호해요. 그래서 저도 건축공학 수업을 몇 개 들을 예정이구요.

소□□) 중학교 때는 운송, 고등학교 때는 제품 디자인을 좋아했고 지금은 둘 다 좋아요. 최종적인 꿈은 애플처럼 디자인과 기술을 결합한 기업의 CEO가 되는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운송에 관심이 있으니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요. 10년 뒤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닐 지도 모르니,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그만큼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이처럼 공학에 관한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계과의 자동차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자동차를 실제로 만드는 건 기계과 학생들이고, 저는 디자인팀이기 때문에 핸들, 외형, 로고 등에서 동아리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파릇파릇 서울대’


 

*에듀진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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