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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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 혹은 꿈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이 모든 학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4차 산업형명시대는 융복합의 시대로,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어떤 분야와 융합되거나 협업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질 진로, 직업, 하게 될 일 등에 대한 시각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전공을 하며 배우고 있는 새내기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전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수의예과 (2017 박♧♧)
Q. 수의과대학과 생명과학부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들었어요. 수의과대학에 진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환경운동가가 돼 우리나라의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명과학부에 진학해 생태계에 대해 공부해볼까 고민해봤고,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환경과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환경문제를 함께 공부하던 선배가 동물의 구조와 생태에 대해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수의과대학에 대해 소개해 주셨고, 그때부터 수의과대학의 학부 과정을 꼼꼼히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알수록 수의과대학에서 공부하면 동물에 대해 정말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고, 제가 환경을 지키고 싶은 것도 결국은 생명체와 생태를 사랑하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아서 수의과대학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Q. 수의과대학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첫 전공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수의과대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며 수의과대학이야말로 동물에 대해 가장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수의과대학은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을 공부해요.

수의과대학은 6년제로 운영되고 있고, 2년의 예과 생활과 4년의 본과 생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갓 대학에 입학해서 예과 1학년을 보내고 있는 저는 아직 본격적인 수의과대학 전공 공부를 시작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전공 과목들이 정말 흥미롭게 여겨져 앞으로가 기대돼요.

1학년 1학기에 수강한 것 중에 그나마 전공과 관련된 수업을 꼽자면 ‘수의학의 이해’라는 2학점짜리 과목이 있어요. 인류의 문명을 살펴보며 수의사라는 직업이 등장하게 된 맥락과 역사 속에서 수의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배웠는데, 수의역사학자로 활동하고 계신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셔서 그런지 내용이 풍부하고 무척 흥미진진했답니다.

아직 듣지 못한 과목 중에 특히 신기해서 꼭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과목이 있는데, ‘수의기생충학’이라는 과목이에요. 본과 선배들의 시간표를 보다가 발견한 과목인데, 동물에 빌붙은 기생충을 한 학기에 걸쳐 배울 정도로 동물에 대해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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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동물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나요?
수의예과에는 동물 학대나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공부나 활동을 해온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에 비해서 동물에 대한 관심이 조금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동물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기에 수의학과 진학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랬던 제가 수의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수의과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모두 수의사가 될 것이란 생각을 깬 이후부터였어요. 제가 원하는 바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인데, 수의예과에 진학한 사람들이 모두 동물병원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난 후에 제가 수의예과를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하고 반성했어요.

현재 저의 롤모델은 동물행동학을 주력 분야로 연구하고 계신 최재천 교수님이신데, 가장 관련 있는 분야가 수의학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이후 수의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동물 생태계는 환경문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라는 것을 깨달았고, 많은 경각심을 가지게 됐어요. 예전에 윈도우킬 문제에 빠져서 애정을 갖고 활동한 것이 기억나네요.


Q. 윈도우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윈도우킬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등학교 친구들과 ‘새살림 프로젝트’라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윈도우킬은 새들이 빠른 속도로 비행하다 건물의 유리창을 허공으로 착각해 그대로 부딪혀 목뼈가 부러져 죽는 것을 말하는데, 학교 건물에 윈도우킬을 당하는 새들이 많았어요.

평소 이를 문제라고 생각해 안타까워하던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남긴 장문의 글을 보고 저도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졸업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며 친구와 본격적으로 윈도우킬 문제개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새살림 프로젝트’였답니다.

얼마간의 조사 끝에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안은 학교 건물 벽면에 도트필름을 부착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나 학교 측의 허락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장애물도 많았고 설득해야 할 대상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원금을 후원할 수 있는 재단을 찾고 학교와도 합의해서 건물 미관에 가장 영향을 적게 미치는 도트필름을 찾아냈고, 결국 성공했습니다. 이후로 바닥에 즐비했던 새들이 현저하게 줄어든 걸 보면서 무척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Q. 학업만으로도 시간 관리가 힘들었을 텐데,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니 힘들었겠어요. 혹시 시간 관리의 비법이 있나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덕택에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물론 가끔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학업이나 프로젝트 중 하나를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공부하는 이유가 나중에 커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인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꿀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을 때 공부에 방해된다고 불만을 가지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너무 현재의 이해관계에 매달려있다는 것을 자각하고자 노력했고, 반성하며 의도적으로 불만을 줄여나갔어요.

아, 그리고 저는 잠이 적은 편이 아니에요. 잠이 정말 많은 편인데,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한 번 잠을 줄여봤다가 그 다음 날 하루 종일 졸았어요.(웃음) 그래서 충분한 수면 시간만큼은 확보하려고 애썼어요.

대신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쉬는 시간, 식사 시간, 식사 이후의 쉬는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마저도 그때 할 수 있는 얼마간의 공부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하루 1~2시간 정도는 더 확보할 수 있어서 공부량 부족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게 맞는 방법을 견지하려고 마음관리도 무지 했어요.


Q. 예과 1학년 생활은 어떤가요?
수의과대학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2년 동안의 예과 생활이에요. 예과생은 학점 부담이 거의 없어요. 몇 가지 필수과목을 이수하고, 4학기 동안의 학점 평균이 일정 수준만 넘으면 본과에 진입할 수 있거든요.

고등학교 3년을 쉼 없이 달려온 저에게 예과 2년은 너무나도 고마운 시간이에요. 바로 본과에 진입했다면 방대한 전공을 이수하느라, 다른 분야 공부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제게 예과 2년은 기회의 시간이에요.

그래서 1학기 때 ‘곤충과 인간’, ‘녹색생활과 소비’ 같이 평소에 관심이 있는 환경 분야 과목들을 많이 수강했어요. 교양수업이었는데, 정말 인생 수업이라고 할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학점 부담이 없는 만큼 자칫 의미 없이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학기에는 타 학과 전공 과목에 도전해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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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삶을 비교하자면, 제가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하는 일까지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른 것 같아요.   
  
근래 저는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일상을 꾸준히 바꾸어 나가고 있어요. 제 스스로 환경학도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을 보호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주 고민하며 돌아보곤 해요. 먹는 것과 입는 것, 냉난방과 같은 일상적인 것들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면 바로 고쳐 나가는 편이에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가 급했기 때문에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별로 없었지만, 대학생이 돼서는 일상에 지장을 주는 측면이 있더라도 환경보호 차원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애써 실천하고 있어요.   
 
매일의 일상이 무수히 많은 선택의 연속임을 깨닫고 그 사이에서 제가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고 그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거듭나려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Q. 연극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연극에 취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 새내기로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연극부 활동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었는데, 입시가 끝난 겨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본 뒤로 다소 충동적으로 연극부에 입회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마침 수의과대학에 연극부가 있어 지원했고, 신입생 워크숍 차원의 작은 공연을 했어요.  
 
호기롭게 주인공 역을 맡아서 A4 몇 페이지에 달하는 대본을 몽땅 외워야 했는데, 제 대사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통달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그래도 극을 올리고 나니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컸고 재미도 있어 연극의 매력에 빠져버렸답니다.(웃음) 
 
 
Q.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삶 속에서 여유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누군가 보면 우활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고등학교에서 입시로 인해 극도로 긴장하면서 살았어요. 저는 제가 긴장하지 않으면 금방 나태해질 것이라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항상 저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모순적일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시험 전에 긴장이 되면 그만큼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불안해했고, 마음을 편히 먹고 긴장하지 않으면 긴장하지 않는 제 자신이 미덥지가 않았어요. 몸 상태나 마음가짐은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인데, 너무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을 조금 더 믿어볼 걸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지금 와서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면 너무 각박하게 살았던 것이 가장 아쉽고 후회가 돼요. 그래서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최선을 다한 후에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학교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Q. 꿈은 무엇인가요? 
최종 목표는 어떤 위치에 있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환경운동가의 자질을 하나하나 갖추어 나가는 것이에요.  
 
환경운동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환경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저 자신부터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채식을 시작했어요. 당장 저의 실천이 세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걸 알지만, 채식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꾸준히 일깨워 주리라 생각해요. 이제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앞으로 삶을 성찰하며 주위에 환경의 소중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파릇파릇 서울대’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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