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의 축제 12월 25일 크리스마스(Christmas).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모두 함께 즐기는 기념일이 됐다. 오늘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남겨진 다양한 화풍의 작품들을 통해, 화려했던 과거의 그날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고요한 밤 (1891, 비고 요한센)   
한 가정에서 작은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어두운 방 안, 천장에 닿을 만한 큰 키의 트리가 온갖 장식으로 뒤덮여 빛나고 있다. 어른과 아이들은 트리 주변을 빙 둘러 양손을 맞잡고 트리를 감상한다.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환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누군가는 눈을 크게 뜨고 감탄한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행동에 제약이 걸린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을 배배 꼬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크리스마스이브 (1906, 칼 라르손)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 오고,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멋진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준비하나 보다. 예상대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식탁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멀리 벽난로에 모닥불을 피워 둔 덕에 따뜻한 기운이 지속된다.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은 가족과 집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 ‘가족의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그는 단순한 선과 맑고 투명한 색채를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케아에 영감을 준 가구 디자이너답게 가구나, 식기, 장식품 등의 요소가 100년 전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됐다는 것도 포인트다.  

거룩한 밤 (1530, 안토니오 다 코레조) 
크리스마스 하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도(nativity)’를 빼놓을 수 없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게 될 것’을 알렸고(수태고지), 기적적이게도 마리아는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는다. 

메시아가 탄생했다는 기쁜 소식에 하늘에서는 천사들이, 땅에선 동쪽에서 찾아온 동방박사 3인, 그리고 목동, 하녀 등이 다가와 축복한다. 해산 직후 아기를 바라보는 마리아와 누워 있는 아기가 조명을 받은 듯 환하게 빛나면서 탄생의 성스러움이 더욱 강조된다.  

숲속의 경배 (1459, 필리포 리피)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화가 보티첼리의 스승 필리포 리피의 작품이다. 아기예수에게 경배하는 마리아와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아기 예수에게 성령의 빛을 쏘고 있다. 디테일한 묘사는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고요한 숲속이 실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기 예수 얼굴이 ‘인생 N회차(?)’처럼 보이는 이유 
르네상스 이전, 중세 초기와 성기(盛期)에 그려진 아기 예수를 잘 보면 조금 독특한 특징이 발견된다. 바로 갓 태어났거나,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예수가 어른스럽게 묘사된 것이다.   

아기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렸하고 근엄한 눈빛을 한 마치 인생 N회차(?)는 살아본 듯 나이 들어 보인다. 얼굴뿐 아니라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성모마리아와 교감하거나 관객에게 설교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갓난아이가 마치 ‘작은 어른’처럼 그려진 이유는 작가가 그림을 못그려서가 아니라 예수를 신격화 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림 아래에서 기도하는 숭배자들의 믿음을 굳건하게 만들려면, 화가는 단순히 어린 모습의 예수가 아닌 ‘아기의 몸만 빌렸을 뿐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세상을 바꿀 준비가 돼 있는 예수’를 보여줘야 했다. 어느 나이대가 됐든 예수는 구원의 길을 설파하는 ‘특별한 존재’임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메시아(Messiah) | 구약 성경에서, 초인간적 예지를 가지고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왕을, 신약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르는 말
원죄(原罪) | 기독교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죄 때문에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는 죄

크리스마스 (1910, 조제프 리플-로나이) 
헝가리 후기 인상주의를 따르는 작가는 타일을 이어 붙인 듯 일정한 길이의 색들을 모자이크처럼 수놓았다. 그는 때로는 음울하거나 몽환적인 파스텔화를 그리지만, 때로는 나비파(Nabis)의 영향을 받은 순수하고 색채와 장식적인 패턴을 구현하기도 한다.   

덕분에 대형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두 사람, 천사 조각상, 소파에 앉아 책 읽는 남자. 의자와 카펫, 한가운데 놓여있는 피아노까지··· 각각의 요소들이 개성을 뽐내고 있음에도 방해가 되기는커녕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 축제는 언제나 따뜻한 분위기였을까? 
크리스마스는 중세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거의 같은 방식으로 기념됐다. 집 주변을 담쟁이나 겨우살이, 호랑가시나무 등으로 장식하고, 따뜻한 집 안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칠면조, 민스파이(mince pie)를 먹거나 재미있는 공연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늘 따뜻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 영국에서는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크리스마스 축제가 청교도인들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청교도 혁명(Puritan Revolution)을 이끈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과 청교도인들은, 크리스마스 축제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나온 ‘대중적이고 낭비적인 전통’이라며 혐오하고 죄악으로 여겼다. 그들은 예수의 탄생을 즐겁게 기념하는 건 ‘가톨릭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644년 영국 의회는 사실상 크리스마스 축제를 금지했고, 1647년에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속죄하는 엄격한 날’이 되었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날 금식을 해야 했으며 흥겨운 캐럴도 부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이 일을 그냥 두고 보지만 않았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거의 20년 간 금지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몰래 종교 조직을 결성해 성탄절을 즐기고 캐럴을 불렀다. 그러다 크롬웰 사망 이후 1660년 영국이 왕정으로 되돌아가면서 크리스마스 금지 법안은 결국 무효가 된다.  

청교도(淸敎徒) | 16세기 후반, 영국 국교회에 반항해 생긴 개신교의 한 교파. 칼뱅주의를 바탕으로 모든 쾌락을 죄악시하고 사치와 성직자의 권위를 배격하였으며, 철저한 금욕주의를 주장했다 

청교도혁명 이후 엄숙한 분위기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 [출처=bbc.com]
청교도혁명 이후 엄숙한 분위기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 [출처=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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