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야만적 본능'을 꿰뚫어본 소설가 
- 무인도에 표류된 ‘25명의 소년들’  
- 마음 속 ‘악의 본성’이 깨어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과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왔다. 198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 역시 이 물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핵전쟁이 터져 태평양의 한 외땀섬으로 불시착하게 된 25명의 소년들이 생존을 위해 점점 악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인간의 '야만적 본능'을 꿰뚫어본 소설가 
‘파리 대왕’을 쓴 소설가 윌리엄 제럴드 골딩(William Gerald Golding)은 1911년 영국 콘월 주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 브레이스노스 칼리지에서 자연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교사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듬해 영국 해군에 입대한 그는 발커렌 작전과 노르망디 상륙 작전 등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 이후, 1954년에 발표한 그의 첫 소설 [파리 대왕]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품고 있는 악이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기에 이른다.  

1983년에 [파리 대왕]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에도 [후계자들], [핀처민턴], [거침없는 전락], [첨탑], [피라밋], [전갈 신] 등의 작품을 연달아 발표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무인도에 표류된 ‘25명의 소년들’  
이 소설은 어린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해 인적 없는 열대 섬에 추락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인도에 표류된 25명의 소년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민주적인 회의를 하면서 어른이 없는 이 섬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규칙을 만들어 간다.   

소라의 소리  
“이건 몇 마일 밖에서도 들릴 거야.” 랠프는 숨을 돌리고 나서 짤막짤막하게 끊어 연거푸 불어댔다. 새끼돼지가 외쳤다. “저기 한 명 있다!” 모래사장을 따라 약 1백 야드 떨어진 곳에서 한 명의 어린애가 야자수 사이로 나타났다.  

여섯 살 가량의 소년으로 건강한 금발이었다. 옷은 찢기고 얼굴은 끈끈한 과일즙으로 얼룩져 있었다. 바지는 그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내렸다가 반쯤밖에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야자수가 있는 둑으로부터 백사장으로 뛰어내렸다. …(중략) 

앉아 있는 랠프의 모습에는 남들과 다른 조용함이 있었다. 그의 덩치와 외모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모호하지만 강력한 힘을 은연중에 발휘한 것은 그의 소라였다. 소라를 불고 나서 무릎 위에 그 섬세한 것을 균형 있게 올려놓은 채 바위판 위에서 자기들을 기다리며 앉아 있던 랠프야말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존재였다. 

“소라를 가진 아이!”
“랠프! 랠프!”
“나팔 같은 것을 가진 애를 대장으로 삼자!”
랠프가 손을 들어 조용할 것을 명령했다.
“좋아. 그러면 잭을 대장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
지겹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성가대원들이 손을 들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은?”  

성가대원 말고 새끼돼지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그러다가 새끼돼지 역시 마지못한 동작으로 손을 들었다. 랠프가 세었다.
“ 그럼 내가 대장이다.” 

다른 모든 소년들은 물론 성가대원들까지도 박수를 쳤다. 잭의 얼굴에 깔린 주근깨는 붉어진 얼굴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잭은 벌떡 일어섰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앉았다. 랠프는 무엇인가를 제의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구조용 봉화를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랠프는 아이들의 지도자가 되지만, 사냥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잭과 자주 충돌한다. 날이 갈수록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섬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짐승’이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그럴수록 랠프의 권력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 아이들 중 진짜 짐승은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자기 자신들이라는 것을 눈치 챈 이는 사이먼뿐이었다.   

바다로부터 온 짐승  
공포와 짐승 이야기가 오고갈 뿐 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생각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회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었다. 불쾌한 문제만 새로 생겨났다. 

랠프는 근처의 어둠 속에서 소라를 보고 그것을 모리스로부터 빼앗아 들고 있는 힘을 다해서 불어 댔다. 모두들 깜짝 놀라 조용해졌다. 사이먼이 그의 곁에 있다가 소라에 손을 댔다. 사이먼은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겁났다. 

“아마.”
그는 주저했다.
“아마 짐승은 있을 거야.”
모두가 사납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랠프는 놀라서 일어났다.
“사이먼, 너마저 그 이야기를 믿니?” 
“나는 몰라. 하지만…”
사이먼은 말했다. 심장이 그를 질식시킬 정도로 쿵쾅거렸다. 폭풍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앉아!” 
“닥쳐!”
“소라를 뺏어라!”
“제기랄!”
“닥쳐!”
랠프가 고함쳤다. 

“그의 말을 들어! 소라를 들고 있는 것은 저애야.”
“내 말은… 짐승은 우리들 자신일 거라는 뜻이야.” 

날이 갈수록 랠프와 잭의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결국 랠프는 잭과 갈라서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잭은 첫 돼지 사냥에 성공하고, 자신이 잡은 돼지의 머리를 막대에 꽂아 전시하며 위엄을 과시한다. 돼지 머리 주변에 파리가 득실대지만, 사냥에 성공한 아이들의 눈빛은 광기로 가득하다. 

마음 속 ‘악의 본성’이 깨어나다!  
어둠에게 주는 선물 
로저는 쓰러진 멧돼지 주위를 돌며 멧돼지의 살이 드러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창으로 찔러댔다. 잭은 암멧돼지를 올라타고 칼로 내리 찔렀다. 로저는 자기 창끝이 찌를 마땅한 곳을 발견하자 자기의 체중을 전부 실어서 창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 창은 조금씩 살 속을 파고 들어갔고 겁에 질린 멧돼지의 비명은 점점 높아갔다.   

다음 순간 잭이 멧돼지의 목덜미를 땄다. 뜨거운 피가 그의 두 손으로 솟구쳤다. 소년들 밑에 깔린 멧돼지는 축 늘어지고 소년들도 나른해지면서 소원을 풀었다. 나비들은 꽃 위에서 여전히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중략) 

잭은 피가 흐르는 암 멧돼지의 머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일어섰다.
“막대기 어디 있지?”
“여기 있어.”
“한쪽 끝은 땅에 박아. 이봐, 거긴 딱딱한 바위야. 저 틈에다 박아. 그래, 거기야.” 

잭은 멧돼지 머리를 들고 막대기의 뾰족한 끝에 멧돼지의 부드러운 목구멍을 밀어 넣자 막대기는 목 근처로 빠져나왔다. 그는 물러섰다. 멧돼지 머리는 막대기에 걸려 있었고 막대기를 타고 피가 약간 흐르고 있었다. 

소년들은 징그럽다는 듯이 그곳에서 물러섰다. 한편 고요한 숲에서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 가장 요란한 소리는 흘린 내장 위에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파리의 소리였다.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를 ‘짐승’이라 착각한다. 사이먼은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그러나 그것은 낙하산을 탄 군인의 시체였다. 사이먼은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급히 산을 내려오지만, 엄청난 광기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사이먼을 짐승으로 착각해 살해하고 만다.  

죽음 앞에서  
무엇인가가 숲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 시꺼먼 것이 말굽 모양으로 둘러선 소년들 속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그놈을 죽여라!”
청백색의 번개가 끊임없이 치고 천둥소리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사이먼은 산 위에 있는 사람의 시체에 대해 무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피를 흘려라! 그놈을 죽여라!” 
막대기가 내리퍼부어지고 새로 원을 그린 소년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 짐승은 원의 한가운데에서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짐승은 고함소리에 지지 않으려고산에 있는 시체에 대해서 무어라고 자꾸만 큰소리로 떠들어 댔다.…(중략)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무리는 비틀거리면서 흩어지고 도망쳤다. 바다에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곳의 짐승만이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그들은 그것이 얼마나 조그만 짐승인가를 알 수 있었다. 이미 피가 모래를 물들이고 있었다.…(중략)  

한밤이 되어 비가 멎고 구름은 걷혔다. 하늘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별들이 총총했다. 바람마저도 멎고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뿐이었다.   

빗물은 잎에서 잎으로 흘러내려 갈색 땅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공기는 서늘하고 축축하고 맑았다. 얼마 있지 않아 물방울 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짐승은 파르스름한 모래사장에 새우등을 하고 누워 있고 핏자국이 조금씩 번져 갔다.…(중략) 

계속해서 밀려드는 발광 생물에 둘러싸인 채 별무리의 별빛을 받고 은빛으로 빛나는 사이먼의 시체는 서서히 바다로 밀려나갔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발광 생물에 둘러싸인 채 별무리의 별빛을 받고 은빛으로 빛나는 사이먼의 시체는 서서히 바다로 밀려나갔다.  

피기와 랠프, 쌍둥이 형제, 몇몇 어린 아이들만 남게 된 랠프 그룹은 잭 그룹이 훔쳐간 안경을 되돌려 받기 위해 그들을 찾아가지만, 잭 그룹에게 목숨을 위협당하자 랠프는 홀로 도망을 친다. 랠프를 잡기 위해 잭 그룹의 아이들은 섬에 불을 지르고, 우연히 불길을 본 영국 해군 장교에 의해 모든 아이들이 구조된다.     

사냥꾼의 소리 
랠프는 소리를 질렀다. 공포와 절망과 분노의 외마디 소리였다. 두 다리를 뻗치고 그의 절규는 계속되었다.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뛰쳐나가 덤불을 짓밟으며 탁 트인 빈터로 나가 처참한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막대기를 휘둘렀다. 야만인은 나뒹굴었다. 그러자 함성을 지르며 다른 야만인들이 몰려오고 있었다.…(중략) 

나무 뿌리에 걸려 그는 넘어졌다. 그를 쫓던 고함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오두막이 불길에 휩싸여지는 것이 보였다. 오른쪽 어깨로 불길이 날름대었다. 반짝이는 바닷물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그는 쓰러져 따가운 모래 위에서 마구 뒹굴었다. 무엇인가를 피하려는 듯이 몸을 웅크린 채 팔을 들어 살려 달라고 소리치려 하였다. …(중략)  

웬 해군장교가 모래 위에 서서 랠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놀라움에 마음이 안 놓인다는 표정이었다. 장교 뒤쪽의 해안에는 보트 한 척이 보였다. 뱃머리를 육지 쪽으로 향한 채 해군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배의 뒤쪽에는 또 한 사람의 해군이 경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소설 제목의 파리(fly)는 거대한 파리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악마 ‘바알세불’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무인도에 표류해 하루하루 생존의 고비를 겪는 아이들 즉, 인간에게 내재한 악한 본성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절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진정으로 완벽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 물음에 대한 여러분의 답은 어떠한가.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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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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