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지어 토론하는' 하브루타, 유대인 교육의 핵심

   
 

유대인들의 교육방법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꺼리도 아니다. ‘원래부터 유대인들의 아이큐가 높다.’ 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아니, 평균 아이큐는 한국 학생들이 더 높다. 그들의 우수성은 아이큐 때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주제와 관련해 부천대 전성수 교수(하브루타교육협회장)은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나라 교육이요? 한마디로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고’의 반복이죠. 이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어디를 가나 계속 듣는 교육이다. 교실에서 12년이 넘도록 선생님에게 설명을 듣는다. 학원에서도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는다. 그렇게 하다가 대학을 가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에게 계속 강의와 설명을 앉아서 듣는다. 세미나에서도 계속해서 발표를 듣기만 한다. 교실에서든, 강의실에서든, 세미나장에서든 거의 질문이 없다. 질문을 하면 설명할 시간을 잡아먹고 교사를 귀찮게 하는 학생 취급을 받는다.

유대인을 다룬 책들에는 유대인들이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수도 없이 나열되어 있다. 역사교육, 고난교육, 영재교육, 쉐마교육, 유머, 경제교육, 탈무드교육, 침대머리교육, 밥상머리교육, 쩨다카정신, 티쿤 올람 등. 그 중에서도 핵심은 하브루타에 있다.

유대인의 전통교육기관인 예시바에서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이 둘씩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친구가 친구를 가르치는 것을 일컬어 '하브루타(havruta)'라고 한다. 즉, 하브루타는 보통 두 명이 짝을 지어 프렌드십, 파트너십으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때에 따라 여러 명이 하는 경우도 가끔 있으나, 보통이 두 명이고 거의 6명을 넘지 않는다. 학생들이 짝을 지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논쟁 수업을 한다. 친구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왜 두 명이 기준일까? 그것은 둘씩 짝을 지어야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전성수 하브루타협회장은 하브루타는 원래 ‘토론을 함께하는 짝’, 즉 파트너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짝을 지어 토론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설명한다.

하브루타를 단순히 말하자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주고받으면 질문과 대답이 되고, 대화가 된다. 거기서 더 전문화되면 토론과 논쟁이 된다.

뇌를 격동시키는 하브루타의 위력

짝을 이루어 대화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가 어떻게 특별한 유대인을 만들어가는 것일까? 하브루타가 어떻게 유대인들로 하여금 노벨상을 받게 하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게 하며, 의사나 변호사, 교수 같은 전문가가 되게 하고,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만드는 것일까?

전성수 협회장은 하브루타의 위력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하브루타는 뇌를 격동시켜 최고의 뇌로 만들어 준다. 하브루타는 무엇보다도 뇌를 격동시키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질문과 토론, 논쟁만큼 뇌를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검사의 법정 논쟁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논쟁은 가장 격렬한 머리싸움이다. 법정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하고,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듣고 그 논리를 파악해야 하며, 자신이 왜 옳은지에 대해 치밀한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상대방이 예기치 못한 질문을 하거나 증거를 댈 때, 그것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거나 대응하지 못하면 판결에서 지게 된다.

토론과 논쟁은 뇌를 계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며, 고등 사고력을 기르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렇게 변호사와 검사가 논쟁하듯이 어렸을 때부터 짝을 지어 토론과 논쟁으로 공부한다면 뇌가 계발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뇌를 격동시킨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생각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질문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토론과 논쟁을 하려면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대해 반박할 말과 논리를 치열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하브루타는 세상의 모든 대상과 사물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둘째, 하브루타는 창의성 계발에 가장 좋은 도구이다. 하브루타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견해, 다양한 관점,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창의성이란 다르게, 새롭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현재 세계 교육의 큰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창의성인데, 그 창의성을 가장 잘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이 하브루타이다.

유대인들은 학생끼리 주로 둘씩 짝을 지어 질문과 토론의 하브루타로 공부한다. 왜냐하면 하브루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생각’, ‘새로운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셋째, 하브루타는 의사소통 능력, 경청하는 능력, 설득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대에 들어 소통과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더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실력을 갖추어도 그것을 인간관계를 통하여 풀지 못하면, 그 실력은 썩고 만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하면 전혀 쓸모가 없다.

하브루타 자체가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이 저절로 생기게 만든다. 저절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저절로 길러준다.

넷째, 하브루타는 비판적 사고력를 계발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하브루타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질문이 좋아야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질문이 좋아야 생각을 날카롭게 할 수 있다. 배움 역시 질문으로 시작된다. 인간은 배우려면 질문을 해야 한다. 항상 의문을 가지고 질문해야 한다.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지혜의 출발이다. 알면 알수록 의문이 생기고, 질문이 늘어난다. 그래서 질문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유대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것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창의적인 사고의 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은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 불과 600만 정도의 인구로 자신들의 20배 규모인 아랍권에 둘러싸여서도 힘의 우위를 지키며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하브루타는 평생지기를 만들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한다. 하브루타는 평생의 친구를 얻게 만든다. 회당을 통해 하브루타 친구를 새롭게 만난다 하더라도 그 관계는 길게는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사람에게 평생지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것도 평생 매일 만나는 벗을 갖는다는 것은 행복 중의 행복이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은 하루에 회당을 두 번 가서 세 번의 기도회를 매일 열기 때문에 회당을 통해 하브루타 친구를 매일 만날 수 있다. 그것이 유대인 네트워크의 기본이다.

하브루타는 학생들의 기본 네트워크이며 사회성의 기초가 된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관계가 그 어떤 민족보다 돈독한 것이고, 그 네트워크가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것들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하브루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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