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방식 교육에서 창의적인 미래교육으로

   
 

강의 위주의 현행 교육모델은 18세기 산업화시대가 시작되면서 이에 필요한 대중교육을 위해 도입되었다.

이전의 멘토링을 통한 개별학습에서 공장식 대량교육 방식으로 전환하여 교수자 개인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평균적 수준에 맞추어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인식되었던 교육 모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답게 이런 방식의 교육적 효과를 톡톡히 본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힘’이던 산업화시대가 지나고 창조경제로 전환되면서 지식 습득에서 더 나아가 지식 응용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1995년에 발표한 ‘5.31교육개혁안’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향상’ 분야를 포함시키기도 했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교육의 질을 향상하려면 재원을 더 많이 투입하여야 한다. 교육의 질과 비용은 상호 비례해 질을 향상시키려면 비용이 늘어나야 하고 비용을 줄이려면 질을 희생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같은 제약 안에서 자율형 사립고,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같은 각종 혁신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사회적 부적합성과 과도한 교육비가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서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그 결과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학습모델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는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수업 후에 숙제를 통해 응용 및 문제풀이를 한다.

플립드 러닝에서는 수업 전에 비디오 등과 같은 학습 자료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수업시간에는 습득한 지식에 대한 논의와 평가 등을 통해 확인 및 보완을 한 후 문제풀이 혹은 토론을 통해 지식의 응용에 집중한다. “강의 없는 강의실”, “강의는 집에서, 숙제는 학교에서”, “강의는 죽었다”라는 표어들이 이런 상황을 잘 요약하고 있다.

‘플립드 러닝’은 미국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간헐적으로 시도되어 오다가 최근에는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50%가 2014년에 이미 ‘플립드 러닝’을 실행하고 있거나 할 것이라고 한다.

실행하는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향상된 학습경험이다. 학생들의 출석률, 학습 참여도 그리고 성적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많은 실증적 사례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플립드 러닝’은 이제 더 이상 실험이나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된 교육모델로서 실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이하 ‘유니스트’)가 2009년 개교 초부터 임진혁 경영학부 교수의 과목으로부터 시작하여 2013년에는 32과목으로 확대하여 적용하였고, 2014년에 다시 35과목(전체 과목의 약 20%)에 ‘플립드 러닝’을 적용하기 위해 과목 재설계를 진행 중이다.

요즘 많은 대학들은 당면한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으로 ‘플립드 러닝’을 시도하고 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KBS 1TV가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1편 거꾸로 교실의 마법'을 지난 2014년 3월20일 방송한 후 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플립드 러닝’에서는 교수자들이 교실에서의 강의 부분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기 때문에 강의 위주의 기존 과목을 재설계하여야 한다. 즉 수업 전에 학생들이 해야 할 일과 교수자가 수업시간에 할 일을 구별하고 그에 맞추어서 콘텐츠 구성과 학습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을 학생들이 해 오게 해야 할까? 서비스업에서 이용되고 있는 ‘DIY(Do it yourself)’ 개념을 교육에 도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공급자가 제공하던 서비스 활동을 소비자가 직접 실행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객관적 지식 습득은 수업 전에 자기 주도적으로 하게 하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습 진도와 스타일에 따라 개별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교실에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 풀이와 토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강의 위주의 교육방식에서는 평균적 학생을 기준으로 시간 단위로 학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빠른 학생은 지루하게 되고, 느린 학생은 뒤처지게 된다. 그러나 ‘플립드 러닝’에서는 시간 단위가 아닌 학업성취도에 따라 학습을 맞춤식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학습도 가능하게 된다.

울산대 임진혁 교수학습지원센터장(유니스트 경영학부 교수)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형태의 수업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처음 몇 주 동안은 온라인상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잊은 채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꽤 있다. 주 단위의 모니터링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또한 수업시간에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5주차가 되면 이런 문제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플립드 러닝’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학생들이 강의식 모델을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이미 초기의 검증 단계를 거쳐서 미래교육의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과연 한국에서 플립드 러닝이 효과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 개별 교수자 수준에서 실험하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혁신적 교육방법을 공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중고교와 대학에서 ‘플립드 러닝’ 교육방식의 확산을 위해서는 과목 재설계를 위한 정책적, 재정적, 기술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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