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거짓을 판별하는 과학적인 방법들
-피노키오가 받은 천사의 선물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카를로 로렌치니(Carlo Lorenzini)는 신문에 살아 움직이는 나무 인형의 모험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러나 신문사와 마찰로 인해 로렌치니는 나무 인형이 목매달아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 버린다. 황당한 결말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신문사는 작가에게 재연재를 부탁하고 푸른 요정이 나무 인형을 살려 내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연재가 끝난 후 로렌치니는 『피노키오의 모험(Le aven￾ture di Pinocchio,1883)』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이 동화에서 거짓말을 하면 나무 인형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진다는 설정이 너무나 인상적이라서 사람들 대부분이 거짓말에 대한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기억할 것이다.

*카를로 로렌치니
*카를로 로렌치니

하지만 이 소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짓말을 매개로한 한 어린이의 성장 소설에 가깝다. 드라마 <피고인>(2017)에서도 거짓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고 들추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범인을 잡아서 그들의 죄를 입증하던 검사 박정우(지성 분)는 어느 날 범인으로 몰려감옥에 갇힌다. 그는 누명을 썼지만 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범인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제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거짓말을 입증하고 감옥에서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박정우가 진실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그가 감옥에서 나오기를 원치 않는 진짜 살인자 차민호(엄기준 분)가 방해하기 때문이다. 원래 박정우는 차민호를 수사하던 검사였다. 박정우가 범행을 밝혀내려고 하자 차민호는 쌍둥이 형인 차선호(엄기준 분, 1인 2역이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

여기서 형과 다투다가 형을 죽이고, 자신이 죽은 것으로 모든 것을 위장한 채 형 노릇을 한다. 이것을 수상하게 여긴 박정우가 차민호의 뒤를 캐자 박정우의 부인을 죽이고 그 죄를 박정우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만일 살인자 차민호가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할 때 코가 길어진다면 쉽게 진실을밝힐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살인자인 차민호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드라마를 시청한 많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는 범인을 보며 피노키오의 코처럼 거짓말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 [사진 출처=SBS]
*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 [사진 출처=SBS]

거짓을 판별하는 과학적인 방법들  
이 드라마에서 동생이 형을 죽이고 형 노릇을 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두 사람이 쌍둥이였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니고서야 주변 사람들은 일란성 쌍둥이인 두 사람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닮았어도 갑자기 다른 사람의 행세를 하려다 보니 동생 차민호는 자주 실수를 한다. 그때마다 그는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둘러대고 가짜 증거로 위기를 모면한다.

드라마 속뿐만 아니라 실제 세상에도 거짓이 난무한다. 거짓말이 얼마나 많으면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장난감 거짓말탐지기로 게임을 하겠는가? 이러한 세상에서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재판장에서는 거짓을 가리는 것이 곧 재판의 결과로 직결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거짓말 판별법(예를 들면 생쌀을 씹어 침이 묻은 정도를 보는 것. 거짓말을 하면 입안의 침이 마른다는 것 때문에 생긴 방법이다)이 전해져 온다.

그러한 판별법들은 인간이 거짓말을 할 때 긴장한다는 걸 이용한 것으로 타고난 거짓말쟁이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 오히려 마음이 약하고 정직한 사람이 긴장하여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도 많았다.

19세기 중엽에 이르자 이러한 신체 반응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장치들이 등장하면서 거짓말탐지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탈리아의 범죄학자로 유명한 롬브로소(Cesare Lombroso)였다. 그는 거짓말을 할 때 혈압과 맥박의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을 가릴 수 있다고 여겼다.

*롬브로소
*롬브로소

20세기에 들어서자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베누씨(Vittorio Benussi)는 호흡계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1921년 미국의 법의학자인 존 라슨은 혈압, 맥박, 호흡 등을 동시에 측정하는 폴리그래프(polygraph)를 발명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경찰에서 흔히 사용하는 거짓말탐지기의 원조다.

폴리그래프는 말 그대로 혈압과 맥박, 호흡 등 여러 신체 변화를 동시에 측정해 거짓말을 하는지 판별하도록 만든 기계 장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폴리그래프가 매우 정확하다고 묘사되지만 실제 정확도는 70~90% 정도다. 이 정도만 해도 정확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에는 부족하다. 피의자 10~30% 정도가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많이 쓰지만 법정 판결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려면 과학자 사회에서 충분히 수용되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거짓말탐지기의 결과가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일관성 있는 결과를 얻을 경우에 그것을 과학적인 결과로 인정한다.

즉 누가 조사해도 진실과 거짓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짓말탐지기는 그러한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거짓말탐지기가 거짓말을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을 보고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fMRI와 같이 뇌의 반응을 직접 탐지하는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신체 반응보다 조금 더 정확하다는 것이지 거짓말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 반응을 관찰한다고 해도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직접 읽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fMRI를 활용한 방법도 거짓말탐지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한동안은 거짓말탐지기의 증거 능력이 DNA나 지문보다 낮을 수 밖에 없다. 기계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역시 전통적인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1970년대 폴리그래프를 시연하는 모습
*1970년대 폴리그래프를 시연하는 모습

드라마에서 소위 ‘발로 뛰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잘 밝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죽했으면 영화 <범죄도시(THE OUTLAWS, 2017)>에서 마석도(마동석 분)형사가 진실의 방(범인을 CCTV가 없는 곳에 때려서 자백을 받는 곳)까지 등장시켰겠는가?

어쨌건 분명한 것은 첨단기법이건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건 거짓말을 밝혀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피노키오가 받은 천사의 선물  
만일 피노키오가 피고인이라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까? 아마도 재판을 진행하는 데 변호사나 검사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판사가 필요한 것을 물으면 피고인은 진실을 대답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피노키오가 아닌 인간 피고인의 재판에서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법정에서 누구나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은 자신이 결백하며 그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검사는 증거를 제시하며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리기 위해 판사는 변호사와 검사의 주장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위기 때마다 최민호는 갖가지 거짓말로 위기에서 빠져나가고 모든 죄를 박정우 검사에게 뒤집어씌운다.

최민호를 잡아넣으려던 박정우가 오히려 덫에 걸려 감옥에 갇힌 것이다.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진실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상반된 증언이 있을 경우에는 증거가 있는 사람의 증언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 [사진 출처=SBS]
*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 [사진 출처=SBS]

증거가 없다면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이때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만이 아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 말한다면 우리는 거짓말쟁이 세상에 살고 있으며, 날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을 반복한다. 허위 광고와 정치인의 거짓 공약처럼, 우리는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정직은 미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직을 강조하기 위해 <늑대와 양치기> 같은 동화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결국 모두 피해를 입는다고 이야기한다. <늑대와 양치기>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나쁜것이며,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준다.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러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징벌을 담은 이야기가 아이들의 행동을 바꾸지는 못한다. 통념과 달리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 후 벌을 받는 이야기보다는 <피노키오>처럼 정직함에 대한 보상을 주는 이야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했을 때 코가 길어지는 벌을 받았지만 정직하게 살았더니 천사의 선물을 받아 인간이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천사의 선물이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착하게 산 결과, 푸른 요정에게서 인간이 되는 상을 받았다. 그 후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피노키오는 외모가 나무 인형일 뿐 이전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피노키오가 달라진 점은 외모와 함께 거짓말을 할 자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무 인형이었을 때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 된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거짓말로 피노키오를 속였던 인간이나 의인화된 동물들처럼.

완벽한 존재인 천사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으며, 거짓말이 금방 들통나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사실 피노키오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된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해도 더 이상 코가 길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정직해지는 피노키노와 달리 사람은 오히려 성장을 하며 거짓말하는 법을 익힌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성장하면서 거짓말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렇다고 이것을 사회가 인간을 타락하게 만든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권위적인 사회에서 흔히 등장하는 권모술수와 같은 거짓말은 남에게 고통을 주지만 연인 사이에 오가는 거짓말은 때때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도한다. 거짓말에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순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을 본다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절한 방어와 타협을 견주어 낼 줄 아는 능력이 생겼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노키오보다 훨씬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자료 제공=팜파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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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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