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발레, 남자는 복싱을 해야 '정상?'
-너무 뛰어나도 안 되고, 너무 부족해도 안 되고
-병원 대신 사회가 함부로 내리는 진단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일까?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의 한 장면 *사진 출처=parkcircus.com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의 한 장면

여자는 발레, 남자는 복싱을 해야 '정상?'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의 주인공 빌리는 영국의 북부 탄광촌에 살고 있다. 이 동네 남자아이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광부이다. 남자아이들은 권투를 배우면서 자라고 아버지들처럼 광부가 되는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빌리 또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거친 말을 사용하는 투박한 남자아이이다. 그런데 권투 대신 여자아이들이 배우는 발레에 마음을 뺏기면서 비밀리에 배우게 된다. 그러다 아버지에게 들켜 발레를 그만두게 되고 갈등이 이어진다. 여자아이들이나 배우는 발레를 배우려는 남자아이 빌리는 동네 사람들 눈에 ‘비정상’이다. 남자아이라면 당연히 주먹을 잘 사용해야 하고 권투를 배워야 ‘정상’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발레리노가 된 성인 빌리가 큰 근육을 한껏 올려서 비상하는 백조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또한 기존의 '백조의 호수' 발레 작품을 고려하면 비정상이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백조 대신에 근육질의 발레리노가 그려내는 백조를 볼 줄이야…….  

너무 뛰어나도 안 되고, 너무 부족해도 안 되고  
정상(正常, normality)은 ‘제대로인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비정상(非正常, abnormality, irregularity)은 ‘정상이 아닌 상태’를 말한다. 정상과 비정상에서 사용되는 한자는 바를 정(正)과 항상 상(常)인데, 상(常)은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 등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영어 표기에 등장하는 ‘norm’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norm은 표준, 규범, 기준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따라서 정상은 ‘따라야 하는 기준이나 규범을 항상 행하는 것’으로, 비정상은 ‘따라야 하는 기준이나 규범을 항상 행하지 않고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탄광촌에서 태어난 남자아이가 권투 대신에 발레를 배우는 것은 비정상 행위일 것이다. 그전에는 그런 사례가 없었기에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다. “13살짜리가 대학생이라는 것은 비정상이지.”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것은 비정상이야.” “사람이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공부하는 것은 비정상이야.” “학생이 이 시간에 학교에 가야 정상이지.” “그때 출발했으면 지금 학교에 도착해 있어야 정상이지.”

일상에서 정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대부분 어떤 정해진 기준을 지켰거나 우리가 표준이라고 여기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상은 사회 대다수가 하는 것이나 사회가 기대하는 것, 사회가 정한 규범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다.

반면에 비정상은 정해진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우리가 표준이라고 보는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표준에서 벗어나면 너무 탁월하거나 부족해도 비정상이라 일컫는다.

병원 대신 사회가 함부로 내리는 진단  
우리가 정상이냐 아니냐에 대해 궁금해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병원이다. 병원에 간 사람들은 자신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병이 든 상태인지를 확인할 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묻는다. 병원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볼까?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이어서 정상 범위에서 벗어났으니,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병원에서는 그냥 두어도 되는 상태와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구분하는 기준을 수치로 표현할 때가 많다. 그런데 수치의 경우 보통 범위를 정해서 얼마 이하 혹은 얼마 이상이면 ‘정상 범위’라고 말한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도 연령별로 범위를 정하고 그 사이에 있는 경우를 정상 발달이라고 한다. 반면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는 비정상이라고 하지 않고, ‘발달이 빠른 편’이라거나 ‘문제가 되는 상황’ 또는 ‘발달이 느린 편’이라고 말한다.

조금 다른 경우를 보자. 대체로 사람들은 신체와 관련해 갖출 것을 제대로 다 갖추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부모가 태어난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이 10개인지를 물어보면서 아이가 정상인지를 확인한다. 이 때 아이의 손가락이 하나 없다고 해서 의사가 태어난 아이를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왼쪽에 있어야 할 아이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아이의 손가락이 하나 없다거나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면 생활에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장애가 있다고 할것이다. 비정상이 아니라 불편이 있는 정도, 또는 장애가 있는 정도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장애인과 정상인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를 판단할 때 ‘정상’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사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정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잘 지내는 상태”(세계보건기구의 정의) 또는 “한 사람의 행동이나 성격적 특성이 전형적이거나 적절한 표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받아들일 만한 수준”(정신건강의학과 관점)을 정상으로 본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람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정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만큼 정상이 아닌 상태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고 정상이 아니라고 했을 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찰을 통해 복합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진단한 경우에도 그 목적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듯 의사들은 비정상이라는 표현 대신 ‘장애가 있는 상태’나 ‘해당 부분에 대하여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라고만 표현한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는 의사들이 말하는 증상을 듣고서 그것을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비정상이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인 자녀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아닐지 걱정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주로 아이가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 쉽게 말해 산만한 경우에 그렇다.

이때 주변에서 “초등학생이 산만한 게 뭐 문제야. 그 나이에는 당연한거지”라고 말하면 부모는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이 “어머, 애가 저렇게 산만하니 ADHD 같아요. 검사 한번 해봐요” 하는 순간, 부모는 자녀의 정상 발달에 대해 걱정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정상과 비정상은 결국 그 사회가 어떤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지 그 대상의 정체성 문제가 아니다. 즉 정상과 비정상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들의 상태나 특성 등에 따라 사회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상황을 자주 본다. 어떤 경우일까? 첫째,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여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눈다. 보통 남자 작가는 ‘작가’라고 소개하지만, 여자 작가는 ‘여류 작가’라고 부른다.

‘여류’는 존경을 담은 특별한 존칭이 아니다. 왜 그럴까? 남자 작가는 주류이고 여자 작가는 비주류이기 때문에 작가가 여자인 상황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분하고자 ‘여류’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이다. 여교사, 여의사, 여판사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성별과 같은 정체성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흑인 의사’도 여의사처럼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표현이다. 의사 범주에서 흑인은 비주류여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본 것이다. 사실 직업에는 ‘여’, ‘흑인’이라는 표현을 덧붙이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둘째, 집단의 지위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도 한다. 그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낮은 계층을 비정상적인 집단이라 구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과거 주류 계층은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오염된 비정상적인 존재라고 보아 그들과의 접촉을 금지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는 몇 가지 신분에 따른 금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브라만계층 집의 부엌에 불가촉천민이나 외국인이 들어가 요리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다. 불가촉천민이나 외국인을 오염된 불결한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손으로 만든 음식도 불결한 것이 된다. 성스러운 존재인 브라만이 오염되는 일을 방지하고자 아예 그들이 요리하는 것을 금지했다.

셋째, 특정한 상태에 처한 경우를 비정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생리를 하는 상황에 처한 여성을 비정상이라고 보았다. 과거 인도에서는 생리 기간 중인 여성이 요리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생리 중인 여성은 피에 오염된 상태, 즉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 상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염된 몸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도 불가촉천민이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이 금지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을 제사에 생리 중인 여성이 참석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이 또한 생리하는 여성을 불결하다고 본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금기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넷째, 사회 유지를 위해 필요한 규정을 어기거나 금해야 할 행동을 한 경우를 비정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사람들의 식(食)과 의(衣)와 관련한 금기나 사회에서 권장하는 행동에 반하는 경우에 주로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적용한다.

어떤 종교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불결하다고 여겨서 금기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위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과 위협을 가하면 비정상이라고 할 것이다.

*자료 제공=해냄출판사

브라만 | 신분 제도의 대표적 사례인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상층에 위치한 계급으로 주로 성직자와 학자가 속한다.
불가촉천민 | 카스트 제도의 카스트(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에도 속하지 못한 집단으로 사회의 최하위 계급인 이들을 말하며, 달리트(Dalit)나 하리잔(Harijan)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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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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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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