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증감에 따라 재화의 가치도 바뀐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맥주의 비밀 : 열등재
-TIP | 아일랜드 대기근 때 감자의 수요량이 늘어난 까닭: 기펜재

'기생충'에 등장하는 맥주의 비밀 : 열등재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라는 현실을 꼬집은 작품이다. 디테일한 연출에 뛰어난 봉준호 감독답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까지도 모두 의미를 담아 선택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여러 종류의 술이 등장하는데, 이 술에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숨어 있다. 영화의 첫 부분, 기택의 가족은 네 명 모두 무직 상태다. 이때 가족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발포주(맥주와 비슷하지만 맥아 비율이 낮은 대용 술)와 과자 안주를 먹고 있다.  

영화 내용이 전개되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취업에 성공한다. 이를 축하하는 밥상에서 가족이 먹고 있는 것은 발포주보다 비싼 일본의 수입 맥주와 소고기다. 이후 부자인 박 사장의 저택에서 잠시 풍요로운 휴식을 즐길 때, 기택 가족은 양주를 마시며 상류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기택 가족이 먹는 술은 영화의 흐름에 따라 ‘발포주 → 수입 맥주 → 양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기택 가족은 수입이 늘어나면서 점차 더 비싼 술을 즐기게 된다. 원래 먹고 싶었지만 경제 사정 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가난할 때 먹었던 발포주의 소비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대부분의 재화는 그 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원래 소고기를 월 1회 먹던 사람도 소득이 늘어나면 이를 월 2회씩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소득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재화를 ‘정상재 正常財, Normal Goods’라 한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예전에 쓰던 저렴한 상품의 수요를 줄이고 대신 품질이 더 좋거나 고급스러운 재화로 소비 성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생충' 속의 발포주와 같이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며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들이 생긴다. 이를 ‘열등재 劣等財, Inferior Goods’라 한다.

예를 들어, 실업자일 때 컵라면만 먹던 청년이 취업에 성공해 수입이 생기면 컵라면을 예전보다 덜 먹을 수 있다. 이때 컵라면은 열등재가 된다. 과거 난방용 연료로 널리 쓰였던 연탄도 마찬가지다. 한때 연탄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개선되면서 연탄 대신 기름이나 가스 보일러가 일반화됐다. 연탄은 예전에 비해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어떤 재화도 항상 ‘정상재’나 ‘열등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정상재와 열등재는 개인과 시대, 상황에 따라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기에는 보리가 열등재로 취급된 적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보리의 소비를 줄이고 흰쌀의 소비를 늘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 바람이 불며 보리는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제 보리는 소득이 높고 건강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재화로 자리 잡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열등재에서 정상재로 그 위치가 바뀐 것이다.

사람의 성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정상재나 열등재의 분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소득이 늘어난 후 이전보다 라면을 더 많이 사 먹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라면을 열등재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정상재는 가격이 내려가면 많은 사람이 더 찾아 수요량이 늘어난다. 가령 소고기의 가격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소고기를 더 많이 사 먹는다. 그렇다면 열등재의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는 어떨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가격이 불러오는 두 가지 효과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만약 기택 가족이 처음 먹던 발포주가 더욱 저렴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기택 가족이 발포주와 함께 간간이 막걸리와 소주도 사 먹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발포주가 상대적으로 더욱 저렴해지면 막걸리나 소주보다 발포주를 먹을 때 더 많은 양의 술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간간이 사먹던 막걸리나 소주 대신 발포주의 소비를 더 늘릴 수 있다.

이렇게 한 재화의 가격이 내려가면 사람들이 비슷한 효용을가진 다른 재화 대신 가격이 떨어진 재화를 선택하는 현상을 ‘대체효과 Substitution Effect’라고 한다. 이것이 가격 변화에 따른 첫 번째 효과다.

반면,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피자 박스를 접고 있던 당시 기택 가족의 한 달 수입이 50만 원이라고 생각해 보자. 2,000원짜리 발포주를 250개 사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이제 기택 가족의 수입은 변하지 않고 발포주 가격만 1,000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기택 가족의 명목 소득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발포주를 500개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실질 구매력(실질 소득)이 올라갔다. 이때 기택 가족의 소비 패턴은 어떻게 바뀔까?

발포주의 가격이 내려가 자신의 실질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도 발포주를 더 사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발포주를 싸게 사고 남은 돈으로 그보다 비싼 맥주나 소주를 사 먹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소고기 가격이 떨어졌다면 기택 가족은 정상재인 소고기를 당연히 더 자주 사 먹으려 했겠지만, 열등재일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실질 소득이 늘어나면 오히려 열등재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재화의 가격이 떨어져 재화에 대한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소득효과 Income Effect’라고 한다.

가격의 변화로 나타나는 효과는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합으로 나타난다. 정상재는 가격이 내려가면 대체효과와 소득 효과가 모두 수요량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열등재는 다르다. 열등재의 가격이 내려가면 대체효과는 수요량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소득효과는 반대로 수요량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열등재는 가격이 저렴해져도 대체효과가 크냐 소득효과가 크냐에 따라 수요량이 늘어날 수도 있고, 가끔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래서 열등재 중에서는 가격이 낮아질 때 오히려 수요량이 줄어드는 재화가 간혹 존재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펜재 Giffen’s Goods라 부른다.

TIP | 아일랜드 대기근 때 감자의 수요량이 늘어난 까닭: 기펜재  
19세기 아일랜드에는 감자 마름병(감자를 말라 죽게 하는 식물 역병의 한 종류)이 돌아 감자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공급이 줄어드니 이내 감자의 가격은 치솟았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르면, 감자의 가격이 오를 때 그 수요량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비싸진 감자를 찾는 사람이 오히려 늘어났다.

감자는 당시 아일랜드에서 하층민이 사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식이었다. 감자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다른 음식에 비해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하층민은 주식인 감자 소비를 줄일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감자를 사 먹고 남는 돈으로 고기나 다른 채소를 간간이 사 먹을 수 있었지만, 감자 가격이 오르면서 감자를 사고 남는 여윳돈이 없어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오로지 감자만 사 먹게 되면서 그 수요량이 늘어났다는 해석도 있다.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19세기 아일랜드의 감자와 같이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재화가 있다고 보고, 이런 재화에 영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기펜 경 Sir Robert Giffen의 이름을 따서 ‘기펜재’라 이름 붙였다.

기펜재는 열등재와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열등재는 ‘소득’이 올라갈때 ‘수요’가 줄어드는 재화를 말하고, 기펜재는 열등재 중에서 특히 ‘가격’이 올랐을 때 ‘수요량’이 줄어드는 재화를 말한다. 기펜재는 열등재 중에서도 무척 특별한 경우에 해당된다. 

노량진에 사는 고시생이 컵밥을 주로 사 먹으면서 살았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늘 컵밥만 사 먹을 수 없기에 그는 아주 가끔 고기도 사 먹었다. 만약 그가 사는 노량진 지역에 일제히 컵밥의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해 보자. 이제 그는 컵밥의 소비를 줄이고 고기를 덜 사 먹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가격이 높아졌더라도 고기보다는 여전히 컵밥이 더 싸기 때문에 컵밥의 소비량만 늘리고 고기는 아예 사먹지 못하게 된다. 가격이 높아져도 소득효과가 워낙 커서 대체효과를 압도하는 경우에만 기펜재가 된다.

현실에는 기펜재가 존재하기가 몹시 어렵다. 위의 예시만 보아도 그렇다. 컵밥의 가격이 올라도 사실 노량진의 고시생들은 주먹밥이나 컵라면 등 대체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이때는 굳이 컵밥의 수요량을 늘릴 필요가 없다.

기펜재가 되려면 그것이 대체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생활에 아주 중요한 것이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는 예가 현실에는 많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아일랜드의 감자 역시 이후의 연구에 의해 기펜재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펜재는 이론에는 존재하나 현실 생활에서 그 예를 찾기는 무척 어려운 재화다.

*자료 제공=꿈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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