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부족으로 ‘역선택’ 당하는 소비자들
-역선택 문제 예방하려면?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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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족으로 ‘역선택’ 당하는 소비자들 
중고차 시장은 새 차를 파는 시장과 달리 차의 품질이나 성능이 제각각이다. 심지어 심각한 사고 이력이 있는 중고차도 있다. 그러나 정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다.  

중고차를 판매하는 사람은 차의 사고 이력과 실제 성능 등을 알지만, 단점은 되도록 숨기려고 한다. 그래서 중고차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차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판매자가 정보를 숨기고 속이려고 해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중고차 시장에서 모든 차가 겉으로는 깨끗하고 멀쩡해 보이는 상황. 자동차 구매 희망자는 어떤 차를 선택하게 될까? 품질이 비슷해 보인다면 그중에서 가급적 저렴한 차를 구매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성능이 좋지만 가격이 비싼 차들은 선택에서 배제된다. 사고 이력이 있거나 성능이 좋지 않지만 겉보기에 괜찮아 보이고 저렴한 차들이 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실제로 괜찮은 차를 가진 사람들은 굳이 중고차 시장에 자신의 차를 팔지 않으려 한다. 중고차 매매시장에는 점차 성능이 좋지 않고 겉보기에만 좋은 차들만 남는다. 중고차 시장의 소비자들은 차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지 못해 성능이 나쁜 차를 사게 되는 최악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 George Akerlof 는 이런 중고차 시장의 특성을 빗대어 ‘레몬 시장 Lemon Market’이라 이름 붙였다. 레몬은 노란색 겉모습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시다. 애컬로프는 겉보기에만 훌륭하고 실제로는 형편 없는 상품이 팔리는 중고차 시장의 특성을 ‘레몬’에 비유한 것이다.  

또한 그는 레몬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개팅 시장이나 중고차 시장에는 거래 당사자 간에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배되어 있다. 중고차 판매자는 차에 대해 많이 알지만, 구매 희망자는 차에 대한 정보가 적다. 소개팅 당사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만, 상대방은 이를 잘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를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은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괜찮지 않은 이성과 소개팅을 해 시간을 낭비하게 되거나 성능이 나쁜 중고차를 고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정보를 가지지 못한 쪽이 바람직하지 못한 상대방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역선택 Adverse Selection 이라 한다. 중고차 시장 못지않게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나타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보험 시장이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과 보험사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고나 질병 가능성이 낮은 가입자를 받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가입 희망자의 사고나 질병 이력을 전부 알기는 어렵다. 반면 가입 희망자는 자신의 사고 위험성이나 건강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두 당사자 간에 정보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입 희망자는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해 구태여 밝히지 않거나 보험사를 속일 수도 있다. 게다가 건강보험이나 안전보험에 가입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주로 사고나 질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이 관련 보험에 더 많이 가입한다. 보험료는 실제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사고나 질병이 잦은 사람들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다 보니 책정되는 보험료 역시 올라간다. 높은 보험료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나 사고 위험성이 낮은 사람들은 보험 가입을 더욱 꺼리게 된다.  

성능이 불량한 자동차가 중고차 매매시장에 많이 남는 것과 같이 보험 시장에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사고 위험성이 높은 가입자들이 많이 남는다.  

역선택 문제 예방하려면?  
그렇다면 역선택으로 생기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보를 적게 가진 쪽은 ‘선별’이라는 단계를 거칠 수 있다.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 상대방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입할 때 사전에 가입 희망자의 건강진단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것, 다양한 종류의 보험 상품을 제시하고 그 중 어느 상품을 선택하는지를 통해 가입 희망자의 개인 정보를 유추하는 것도 선별의 한 방법이다.  

친구에게 낯선 사람과의 소개팅을 주선받을 때도 상대방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상대방의 SNS에 있는 사진이나 글을 미리 보고 최대한 상대를 파악해 보는 식으로 선별을 거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은 자신을 신뢰하게 할 수 있을 만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은 채용을 할 때 입사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해 엉뚱한 직원을 뽑는 역선택을 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입사 지원자는 자격증이나 영어 시험 성적, 학점 등의 스펙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이처럼 정보가 충분한 측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추어진 특성을 알리는 것을 ‘신호 발송(signaling)’이라고 한다.  

민간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역선택을 막기 위해 정부가 여러 가지 개입을 할 수도 있다. 가령 기업이 품질은 좋지 않고 겉모양만 괜찮은 상품을 내놓거나 거짓광고를 해 상품 시장에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품질인증제를 실시하거나 허위 광고를 제재할 수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시장에서 최적의 자원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역선택의 문제는 보험이나 중고차 시장 외에 어떤 시장에든 존재할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를 걸러내려면 제약이 있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료 제공=꿈결 출판사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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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인문 다이제스트]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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