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화폐 리라화 ‘최저점’ 기록 
- 불어난 기업 부채, 금융권에 연쇄 타격 
- 전 세계적으로 불어난 부채, 터키 사태 영향력 커질 듯 
- 터키발 금융위기 대응하려면? “국가 경쟁력‧ 에너지 자급 중요” 

▲[나침반 36.5도] '시사 돋보기'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나침반 36.5도] '시사 돋보기'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두 번째인 ‘세계 금융위기 2.0’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터키인데, 터키의 화폐인 리라화 가치의 급락으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언론사들은 터키의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터키의 경제 위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터키의 경제 위기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과, 이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진원지(震源地) | 사건이나 소동 따위를 일으킨 근원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터키 화폐 리라화 ‘최저점’ 기록 
코로나19 팬데믹은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더딘 경제 회복과 더불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유가가 급락하며 주식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온 글로벌화가 있다. 세계는 모두 연결돼 있고 가치사슬은 국가 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시장 또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좋은 구조이다. 코로나로 경제 체력이 약해진 세계 곳곳이 지뢰밭이 됐고, 어느 한 국가만 잘못돼도 위기는 쉽게 전이된다. 최근 이런 연쇄적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경제 전문가들은 터키의 리라화 위기에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021년 11월 26일 독일 공영방송 ARD는 “터키 화폐가 역사상 최저점으로 내려앉았고 유로존에 커다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리라화 위기가 유럽 및 세계의 금융권을 직접적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사를 돌아보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리먼 사태 당시, 리먼은 6,130억 달러의 부채 규모 때문에 와해됐고 이는 바로 전 세계 금융위기로 번졌다. 물론 터키의 문제가 유럽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한 국가의 문제가 전 세계 금융권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시사 상식 플러스+ 
리먼 사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칭하는 말. 리먼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할 당시 자산 규모가 6,390억 달러였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과도한 차입과 악성 부실 자산으로 촉발된 리먼 사태의 영향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    

기저(基底) | 사물의 뿌리나 밑바탕이 되는 기초 
가치사슬(value chain) |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 
부채(負責) | 남에게 빚을 짐. 또는 그 빚   


불어난 기업 부채, 금융권에 연쇄 타격 
유럽의 다른 미디어들도 터키의 통화 위기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유럽 입장에서 터키 화폐 리라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경쟁력이 좋아질텐데 왜 리라화 가치 하락이 터키와 유럽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터키의 많은 기업들이 유로화와 달러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터키 화폐 리라화의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는 터키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한다.   

즉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독일알렌 대학의 금융학 교수 크리스티안 크라이스에 따르면 터키가 외국에서 빌린 부채규모는 총 5,760억 달러, 그중 터키 기업의 부채는 2,400억 달러로 터키 국내총생산액(GDP)의 34%에 이르는 규모다.  

리라-달러 환율은 2016년 1달러에 3.5리라였던 것이 5년 뒤인 2021년 9월 중순에 들어서 1달러에 8.5리라로 급락했다. 이어 지난 12월 중순 기준 리라화는 1달러에 14.62리라로 3개월도 채 안 되는 새 40% 이상 하락했다.   

터키 내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고 일어나 보니 부채의 규모가 불어나 버린 격’이다. 이는 채무 변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고, 이로 인해 터키의 많은 기업들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파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파산은 연쇄적으로 터키 금융권에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기업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되면 터키 은행의 채권은 악성 채권으로 바뀌고, 터키의 금융위기는 터키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유럽은행으로 전이될 것이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터키에 여신을 공급해 왔다. 특히 스페인은 800억 달러, 프랑스가 350억 달러, 독일은 130억 달러의 여신을 공급했다. 만약 리라화의 가치가 급격히 추락해서 터키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유럽의 은행들은 거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터키의 경제 위기가 유럽의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시기’와도 관련이 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전 세계의 부채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유동성(流動性) | 기업의 자산이나 채권을 손실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  
여신(與信) | 금융 기관에서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    


전 세계적으로 불어난 부채, 터키 사태 영향력 커질 듯 
독일 통신 하이제는 지난 2021년 11월 29일 ‘터키는 전 세계 금융위기 2.0을 촉발시킬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칼럼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여러 중견·중소기업들의 체력이 약화됐고 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국가든 기업이든 경제력 대비 부채비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사례가 없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게 형성됐고, 따라서 현재의 자산 가치는 부풀려졌기 때문에 만약 금융위기가 온다면 분명 2008년의 금융위기보다 더 강하게 올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다.  

칼럼을 쓴 크리스티안 크라이스 교수는 현재 전 세계의 부채 규모는 296조 달러로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 수준이며 이는 세계 경제력 대비 353%라고 분석했다. GDP 1달러의 경제력에 3.5달러의 빚이 있다는 것인데, 부채 규모의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전 세계의 금융자산이 너무 고평가된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통화를 관리하는 연방 준비 기금은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는 너무 높았던 부동산 가격이 원인이 됐다. 그리고 현재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기에 터키가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의 주식가격도 부담을 주고 있는데, 크라이스 교수는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경제지표 ‘S&P/케이스-실러지수’가 150년 평균에 비해 2.5배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역사 속에서 S&P/케이스-실러지수가 지금보다 높았던 때는 1929년과 2000년 딱 두 차례인데, 이 두 번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시장이 붕괴됐다.   

터키발 금융위기 대응하려면? 
“국가 경쟁력‧ 에너지 자급 중요” 

크라이스 교수는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시점을 모를 뿐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거대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고, 터키의 금융시장 붕괴로 전 세계의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누군가 감기만 걸려도 큰 중병으로 확산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핵심은 이를 타개할 정책의 설계 속도보다 리라화의 가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인데 이대로라면 터키의 많은 채무자들이 지불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 터키는 GDP 대비 153%의 채무가 있으며, 2020년 기준 국내 총생산 7,200억 달러 대비 부채 1조 1천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리라화의 가치 하락은 터키의 지불 능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 그리고 터키가 지불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이 소용돌이는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전이될 것이며, 투자자들은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터키의 문제는 개발도상국으로만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신용등급이 낮은 공업국으로도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 신뢰가 깨지면 시스템 자체가 흔들린다. 터키발(發) 세계 금융위기 2.0이 시작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터키의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국가 경쟁력’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나라의 산업기반이 충실하면 환율이 급등해 수입 물가가 급등해도 수출 가격을 증가시켜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기반이 튼튼했기에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오르자 수출이 급증하면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터키의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에너지 자급의 필요성이다. 터키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산유국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자국의 원유나 천연가스 생산은 전무하다시피 한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경우 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양한 에너지원을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업국(工業國) | 공업이 발달하여 산업의 주를 이루는 나라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시사 돋보기]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경쟁력 있는 나만의 학생부 만드는 비법이 매달 손안에 들어온다면? 학종 인재로 가는 길잡이 나침반 36.5도와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매달 선명해지는 대입로드를 직접 확인하세요!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08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입 합격 길 알려주는 '나침반 36.5' 매거진 정기구독 이벤트 자세히 보기 [배너 클릭]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