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과 현실을 잇는 열쇠 ‘자각몽’ 
- ‘자각몽 소통’ 실험 방법 
- 자각몽으로 ‘수면 장애’ 치료 가능성 열려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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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꾼다. 꿈속은 현실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현실과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아무리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화나는 꿈을 꾸었더라도,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꿈에서 보았던 모든 것은 대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최근 ‘꿈을 꾸는 사람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등장했다. 잡힐듯 잡히지 않았던 꿈을 어떻게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꿈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던 성과는 무엇일까?    

꿈과 현실을 잇는 열쇠 ‘자각몽’ 
두 명 중 한 명의 인간은 자각몽을 꾼 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 자각몽을 경험한 이들의 10% 정도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각몽을 꾸며, 이 중 일부는 스스로 꿈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자각몽은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 단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정상적인 성인의 수면 패턴은 렘수면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비(非)렘수면 상태에 돌입한다. 수면 시작 후 80~100분 쯤 첫 번째 렘수면이 나타나고, 이후에는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각각 90분 주기로 반복된다.  

그런데 자각몽의 경우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지 가늠할 수 없어 관찰자가 능동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꿈에서 깬 후 단시간에 꿈의 내용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꿈을 꾸고 있는 실험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지금껏 확실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19일, 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꿈을 꾸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져 실시간으로 답을 들을 수 있는 기술 개발’ 이란 내용의 엄청난 연구결과가 등장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4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잠들어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고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실험자의 질문을 인지하고 전기생리학적 시그널로 대답을 할 수 있었다.”라고 발표했다.  

연구팀들은 각 나라별로 참가자들을 모아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자각몽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실험 결과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는 도중에도 실험자의 지시를 따르는가 하면, 덧셈 뺄셈과 같은 간단한 수학 문제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각몽 소통’ 실험 방법 
연구자들은 실험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꿈을 인지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인지했을 때 소리, 빛, 손가락 움직임 등으로 신호를 보내는 연습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던진 총 158번의 질문 가운데 정답률은 18.6%, 오답률은 단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7.7%는 불명확한 답변을, 나머지 60.8%는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 으로 확인됐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자신이 탄 승용차 라디오에서 산수 문제가 나오는 것을 들었다고 한 참가자부터, 파티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페인어를 할 줄 아냐”는 연구자의 목소리가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들렸다고 답한 참가자, 심지어 꿈의 내용과 상황을 실시간으로 설명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실험에 참여한 19세 미국인 참가자는, 렘수면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실험자가 보내는 소리를 들었을 때 눈동자를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번갈아 3번 움직임으로써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실험자가 이 참가자에게 “8 빼기 6”이라는 사칙연산 문제를 내자,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의 눈동자 반응으로 ‘2’라는 답을 정확히 맞혔다.  

또 다른 독일인 참가자의 경우, 렘수면 상태에서 모스부호 방식으로 전달된 “4 빼기 0”에 대한 질문에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4’라는 답을 정확히 맞혔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난 후, 꿈속에서 들은 질문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묻자 ‘4 빼기 0’이 아닌 ‘4 더하기 0’이라고 말했다. 이는 꿈속의 기억이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꿈은 인간의 뇌 속에 저장된 기억으로 재탄생한 또 다른 세상이다. 따라서 꿈꾸는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것과 같다. 마치 머나먼 행성에 사는 또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듯 말이다.  

이번 실험의 공동연구자인 노스웨스턴 대학교 켄 폴러 박사는 “꿈꾸는 동안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이 꿈꾸는 사람과의 소통에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각몽으로 ‘수면 장애’ 치료 가능성 열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은 억눌린 욕망을 투사하는 공간으로, 꿈을 해석해 각종 신경증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트라우마’로 인한 악몽으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치료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트라우마는 렘수면 상태에서 환각을 동반한 가위눌림 등의 수면장애로 이어지며 주로 긴장, 불안, 우울, 스트레스에 노출된 청소년기에 발생한다.   

트라우마는 끔찍한 교통사고의 기억이나, 정신적·신체적 학대, 자연재해 등의 공포를 경험한 자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시각적인 이미지가 수반되다보니 장기간 기억 속에 남아 쉽게 치료되기 힘들다.  

‘잠을 자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 자극을 얼마나 인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하지만 렘수면 상태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수께끼 같던 ‘꿈의 미스터리’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캐런 콘콜리 선임연구자는 “지금껏 꿈에 대해 알려진 것들은 대부분 ‘깨어난 후의 회상’에 의존한 것이므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기법이 트라우마·불안·우울증 치료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깨어있을 때 경험했던 기억들이 다양한 이미지로 나타나는 꿈. 비록 현실은 아니지만 꿈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그린다.  

인간은 꿈을 꾸는 이유와 꿈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해왔지만, 모든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찾진 못했다. 하지만 복잡하게 꼬여있는 미스터리한 ‘꿈’의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중이다. SF영화에서처럼 현실과 꿈이 완벽히 만나는 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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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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