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체를 띄우는 힘, 프로펠러와 엔진 
- 프로펠러 대신 ‘전압차’ 활용 
- ‘무공해 비행’ 시대 열린다 
- 바람 맞은 기둥 ‘진동’ 일으켜 발전 
- 소음, 조류 충돌 걱정 없어…크기 작아 도시에도 설치 가능 
- 숨어 있는 제트엔진,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다 
-기압차로 공기 순환시키는 ‘베르누이 원리’ 적용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은 ‘날개’를 다양한 형태로 진화시켜 왔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날개는 새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만든 것이었지만, 중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고안한 날개는 오늘날 비행기, 헬리콥터와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라이트 형제는 최초의 유인동력 비행기를 개발했고, 하늘 너머 우주를 향해 로켓을 만들어 쏘아 올린다.   

이제 인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떼 버리고’ 새롭게 도약하려 한다. 날개가 사라진 기계들은 어떻게 바람을 다스릴 수 있었을까?   

프로펠러 없는 ‘이온풍 비행기’  
비행체를 띄우는 힘, 프로펠러와 엔진 
모든 비행기에는 프로펠러, 터빈 날개, 팬 같은 비행을 하기 위한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장치들이 있다. 초창기 개발된 비행기에는 자동차 엔진처럼 ‘피스톤엔진’이 사용됐다. 피스톤엔진은 실린더 내의 폭발에 의해 피스톤이 직선운동을 하고 다시 크랭크축에 의해 회전운동으로 바뀌어 프로펠러를 돌리고 추진력을 얻는 원리를 이용한다.  

세월이 흘러 엔진 개발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대의 비행기는 더욱 빨라진다. 바로 제트엔진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제트엔진은 엔진 속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흡기), 충분히 눌러(압축) 폭발시키면(연소) 고온·고압의 공기가 터빈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고, 그 공기가 빠져나는 방식(배기)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제트엔진은 설계가 복잡해 엔진이 크고 무거우며, 그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연료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제트엔진을 이용하는 여객기와 같은 비행체를 제외하면 단거리 순찰기나 훈련기, 농업용, 레저용 비행기 등에서는 아직까지는 프로펠러를 이용한 엔진이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제트엔진 역시 내부에서 프로펠러 역할을 하는 팬이 돌아가고 있으며, 제트엔진과 비슷한 엔진을 쓰는 헬리콥터는 알다시피 대놓고 프로펠러가 달려있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프로펠러로 나는 최초의 동력비행기를 만든지 116년이 지났지만 인류의 비행기는 여전히 초기 고안됐던 프로펠러 엔진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어떤 비행체든 여전히 프로펠러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프로펠러 대신 ‘전압차’ 활용 
MIT 스티븐 배릿 교수 연구팀은 2018년 과학 저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하고 ‘이온풍 비행기’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온풍은 1920년대에 처음 확인된 물리 현상으로, 두 전극 사이에 전류가 흐를 때 한 쪽 전극이 다른 쪽 전극보다 얇으면 전압차가 발생해, 두 전극 사이에 작은 바람이 이는 것을 말한다. 이때 전압을 충분히 가하면 이 바람도 강해지면서 프로펠러 못지않은 강한 추진력을 내 비행기까지도 띄울 수 있게 된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이온풍 비행기는 외모가 조금 독특하다. 날개 길이는 총 5m에 무게는 약 2.5㎏으로, 날개 밑은 창문에 달린 블라인드처럼 전선과 얇은 알루미늄 포일들이 줄지어 달려있다.  

이온풍 비행기 날개 앞쪽의 가느다란 전선은 양극, 뒤쪽의 두꺼운 알루미늄 포일들은 음극 역할을 한다. 동체에 있는 리튬배터리가 컨버터를 통해 40,000V의 전기를 양극 전선에 공급해 주면 전기선 사이에 전기장이 형성된다. 이 전기장은 공기 중에 있는 질소 원자를 양전하를 띤 이온 형태로 바꿔, 질소 양이온들이 마치 자석처럼 음전하를 띤 음극 전선으로 빨려 들어 가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양이온들은 주변의 공기 분자들과 수백만 번씩 충돌하는데, 이때 전기를 띠지 않는 공기 분자들이 뒤로 밀려나면서 항공기를 강하게 앞으로 밀어내는 추력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온풍 비행기는 10번의 시험 비행을 통해 평균 0.47m 높이에서 60m 거리의 비행 능력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작은 결과 같지만 단위 에너지 대비 추력은 기존 제트엔진을 능가한다.   

‘무공해 비행’ 시대 열린다 
비행기 엔진은 엄청난 양의 연료를 소모할 뿐 아니라 이륙부터 착륙까지 커다란 소음을 내며 돌아간다. 그러나 연료전지를 이용한 이온풍 비행기는 탄소도, 소음도 배출하지 않는다. 항공기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 비행기 개발로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온풍 추력 기술을 일반 항공기에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행에 성공했지만 통제된 실험실 안에서만 이뤄진 수준이며, 전력 효율도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 MIT 연구팀은 프로토콜 비행기의 크기를 점점 늘려가며 일반 항공기까지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또한 소음 발생 여부가 중요한 무인용 항공기와 고고도(高高度) 태양열 비행을 단기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추력(推力) | 물체를 운동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힘. 프로펠러의 회전 또는 분사 가스의 반동에 의하여 생기는 추진력을 이른다   
탄소중립(炭素中立) |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  
고고도 | 지상으로부터 7∼12km의 높이. 아성층권에 해당한다  

기둥만 남은 ‘풍력발전기’ 
풍차는 예로부터 바람의 힘을 이용해 곡식을 빻거나 물을 퍼올리는 데 사용하던 기계로, 풍력발전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는 많은 개선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으나 커다란 기둥 구조물 ‘타워’ 위에 거대한 날개 ‘블레이드’가 돌아가면서 바람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형태는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람 맞은 기둥 ‘진동’ 일으켜 발전 
스페인의 기술 스타트업 기업 보텍스 블레이드가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를 선보여 화제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풍력발전기(수평형)는 커다란 날개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수직형 풍력발전기의 경우도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날개를 돌려 바람을 일으킨다는 점은 기존 풍력발전기의 원리와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이 풍력발전기는 다르다. 날개는 사라지고 덩그러니 원기둥만 남은것이다.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는 ‘공기 흐름에서 에너지를 얻어 진동을 일으키는’ 플러터 (flutter) 현상에서 착안했다. 원기둥 안에는 탄성을 지닌 막대 형태의 실린더가 수직으로 고정돼 있다. 바람이 불면 실린더는 좌우로 유연하게 흔들리면서 진동, 즉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이를 이용해 발전(發電)하는 것이다.   

실린더(cylinder) | 내연기관·증기기관·펌프 따위에서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는 부분  

소음, 조류 충돌 걱정 없어…크기 작아 도시에도 설치 가능  
현재 시제품 테스트 중인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는 기존 풍력발전기가 가진 몇 가지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흔히 ‘무공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날개가 돌아가면서 소음공해를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발전기가 발생시키는 100Hz 이하의 저주파는 우리 귀에 잘 들리지 않지만 진동으로 전해 오면서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며, TV나 라디오 전파를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풍력발전에 적합한 바람이 부는 곳은 새들에게도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에 새들이 풍력발전기 날개에 치여 죽는 사고가 빈번하다. 미국에서는 풍력발전기 날개에 부딪혀 죽는 새만 50만 마리가 넘을 정도로 새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풍력발전기는 발전 효율 극대화를 위해 크기가 점차 커졌고, 아직까진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을 하기 위해서 개수도 많이 필요로 한다. 게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최소한의 공간을 띄워 설치하고 일정 거리 이내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발전기 설치를 위해선 상당히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기둥형 풍력발전기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아주 작은 소음을 내며, 조류 이동이나 야생동물 등에 별다른 위험을 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기둥형 풍력발전기의 발전 효율은 기존 회전날개형 풍력발전기의 30~40%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기존 풍력발전기보다 설치 및 유지 보수 비용이 저렴해, 전기 생산 비용이 약 30% 줄어들게 된다.   

또 발전기 높이는 약 3m에 불과할 정도로 설비 규모가 작기 때문에 부지가 적어도 전기가 필요한 어떤 곳이든 설치해 바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지(敷地) | 건물을 세우거나 도로를 만들기 위하여 마련한 땅  

날개 없는 ‘선풍기’  
선풍기는 1800년대 중반, 태엽을 감아 날개를 돌아가게 하는 형태로 처음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사용의 편리함을 위해 여러 가지의 기능이 바뀌긴 했지만, 날개가 돌아가며 바람을 일으키는 모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사는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최초로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숨어 있는 제트엔진,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다 
고정관념을 깨고 탄생한 다이슨사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출시된 이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 안전성 면에서 큰 호평을 받는다. 또 그해 미국 시사지 타임지에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크게 동그란 고리 모양의 윗부분과 원기둥으로 된 아랫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날개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터와 함께 원기둥 모양의 스탠드 안에 숨어 있다.   

스탠드 안쪽을 살펴보면 비행기 제트엔진을 연상시키는 작은 날개와 모터가 있는데 이들이 함께 돌아가면서 ‘제트엔진의 원리’를 이용해 공기를 기둥 안쪽으로 빨아들여 동그란 고리가 있는 위쪽으로 보낸다. 위로 올라간 공기는 시속 88㎞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기압차로 공기 순환시키는 ‘베르누이 원리’ 적용  
둥근 고리에도 유체역학의 원리인 ‘베르누이 원리’가 적용된다. 둥근 고리의 단면을 살펴보면 속이 빈 비행기 날개의 모양과 매우 비슷하다.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게 경사져 있고 아랫면은 평평한 형태다. 이렇게 위아래 모양이 다르면 비행기 날개의 윗면과 아랫면을 지나는 공기가 서로 다른 속도를 갖게 된다.   

비행기 위쪽의 곡면 날개로 이동하는 공기는, 아래쪽 공기에 비해 동일한 시간 내 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이때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면 기압이 낮아지고, 이렇게 날개 윗면과 아랫면의 기압차에 의해서 날개에 양력이 발생하면서 비행기가 뜨게 되는 것이다.  

선풍기 고리에서도 고리에 있는 작은 틈을 통해 나온 공기가 링의 벽면을 타고 빠르게 흘러나가면 고리 안쪽의 기압이 바깥쪽보다 낮아지게 된다. 그러면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공기의 특성상 링 주변의 공기가 고리 안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   

이 공기는 다시 바깥으로 흐르면서 일정한 방향의 바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다이슨에서 출시한 서큘레이터 없는 헤어드라이어 또한 날개 없는 선풍기와 같은 원리가 적용됐다. 

양력(揚力) | 유체 속을 운동하는 물체에 운동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비행기는 날개에서 생기는 이 힘에 의하여 공중을 날 수 있다  

- 이 기사는 진로 진학 매거진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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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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