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봄
- 동백꽃
- 김유정의 문학세계

▲[톡톡 매거진] '똑똑 라이브러리'에 실린 콘텐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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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3월이에요. 여러분은 ‘봄’, 하면 어떤 문학작품이 떠오르나요? 몇몇 친구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거예요. 오늘은 사계절 가운데 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봄봄>과 <동백꽃>을 읽어보고, 소설가 김유정만의 진솔한 문학 세계를 함께 들여다봅시다. 

김유정(1908-1937) 
일제강점기의 소설가로 강원도 춘천의 엄청난 부잣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일찍 부모를 여의고 큰 형이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며 가세가 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살이를 접고 실레마을로 돌아온 김유정은 이곳 에서 작품활동에 집중하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다가, 앓고 있던 폐 결핵이 심해지며 1937년, 30세의 젊은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봄봄 
<봄봄>은 가장 유명한 김유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요. 점순이와 혼례를 두고 장인과 데릴사위가 옥신각신하는 다툼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봄봄의 줄거리를 만나볼까요? 
 

* 소설 [봄봄] 속, '나'와 '장인'이 점순이의 키를 놓고 실랑이를 버리는 장면 
* 소설 [봄봄] 속, '나'와 '장인'이 점순이의 키를 놓고 실랑이를 버리는 장면 

주인공 ‘나’는 점순이에게 장가를 가기 위해 3년 7개월째 돈 한 푼 받지 않고 농사일을 해주고 있는 어수룩한 데릴사위입니다. 나는 점순과 하루 빨리 성례를 하고 싶어 안달이 안달 났지만, 성례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장인은 “점순이가 다 자라야 시집을 보내지”라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합니다. 

내외를 하며 서먹하게 지내고 있는 점순이도 나의 모습이 답답한지 “밤낮 일만 할 것이냐”며 핀잔을 놓고는 도망갑니다. 나는 점순이의 말에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을 하지 않으며 장인을 약 올리는데요. 약이 바짝 오른 장인은 나를 한 대 때려놓고는 도리어 자기가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나는 장인을 끌고 구장댁으로 갑니다. 구장님은 성례를 시키라고 하지만 장인은 “아직 점순이가 덜컸다”는 핑계만 또 늘어놓을 뿐입니다. 이틀 뒤 점순이는 또 다시 ‘나’를 찾아와 “구장 댁에 갔다 그냥 오는 법이 어딨냐”며 얼굴이 빨개져서 들어갑니다. 점순이에게 ‘바보’라는 말까지 듣자 ‘나’는 자존심이 상해 어떻게든지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일터로 나가려다 말고 바깥마당 공석 위에 드러눕습니다. 장인은 나를 보고 징역을 보내겠다고 겁을 주지만 나는 징역을 가는 것이 더 낫다고 말대꾸합니다. 화가 난 장인은 지게의 막대기로 배를 찌르고, 발길질을 합니다. 

나는 이 모습을 점순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장인의 수염을 잡습니다. 바짝 약이 오른 장인은 나의 사타구니를 잡고 늘어지는데요. 내가 악을 쓰며 까무러치자 놓아줍니다. 하지만 나도 포기하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 장인의 사타구니를 잡고 늘어집니다. 

장인 역시 악을 쓰다가 점순이를 부릅니다. 점순이가 달려와 나의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아버지 편을 들며 웁니다. 나는 점순이의 알 수 없는 태도에 넋을 잃습니다. 허탈해진 나를 장인이 다독이며 올 가을에 혼례를 시켜주겠다 약속하자 나는 다시 일터로 향합니다. 

데릴사위 |  처가에서 데리고 사는 사위 
성례(成禮) |  혼인의 예식을 지냄 
구장(區長) |  예전에, 시골 동네의 우두머리를 이르던 말 
징역(懲役) |  죄인을 교도소에 가두어 노동을 시키는 형벌 


동백꽃 
<동백꽃> 역시 <봄봄>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요.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괜한 심술을 부리는 소녀 점순이와 영문도 모르고 당하기만 하는 소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17살, 소작농의 아들인 ‘나’는 점순이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마름의 딸인 점순이가 나를 못 괴롭혀 안달이기 때문이죠. 매일 우리 집 비실비실한 수탉과 자기 집의 살찌고 힘 좋은 수탉을 싸움 붙여놓고 우리 수탉을 못살게 굽니다. 

점순이가 이러는 이유는 내가 얼마 전 점순이의 호의를 거절했기 때문인데요. 점순이는 얼마 전 삶은 감자 몇 개를 나에게 사람들 몰래 건네줍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나에게 점순이가 감자를 건네며 “늬 집엔 이런 거 없지?”라 하자, 나는 약이 올라 감자를 거절합니다. 

점순이는 얼굴이 새빨개져 도망가더니 이후로 이렇게 수탉을 괴롭히며 심술을 부리는 것입니다. 나는 번번이 닭싸움에서 지는 우리 수탉에게 힘이 좀 세질까 해서 고추장을 먹이기도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산에서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데, 그 길에 점순이가 또 닭싸움을 붙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점순이네 수탉을 때려서 죽입니다. 그러다 번뜩 정신이 들어 두려움에 울고 맙니다. 

마름인 점순이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나의 가족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쫓아낼 수도 있으니까요. 이를 지켜보던 점순이가 앞으로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이르지 않겠다고 하자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 찰나에 점순이 어머니가 점순이를 찾는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란 나와 점순이는 껴안은 채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노란 동백꽃 사이로 넘어져 파묻히게 됩니다. 

소작농(小作農) |  정한 소작료를 지급하며 다른 사람의 농지를 빌려 짓는 농사. 또는 그런 농민 
마름 |  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 
자격지심(自激之心) |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김유정의 문학세계 
타임머신 타고 1930년대 농촌으로 Go! 

김유정의 작품을 읽다보면 1930년대의 농촌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그만큼 스토리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는 건데요. 실레마을에서 대부분의 작품을 집필한 김유정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작품 속에 담아냈어요. 특히 향토색 짙은 언어와 순수함을 간직한 채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독자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들죠. 

어리석지만 순수한 매력만점 인물들! 
<봄봄>과 <동백꽃>, 두 소설에는 어리석지만 정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요. <봄봄>에서는 세경 한 푼 주지 않고서 “남의 농사를 버려두고 가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억지를 부리는 장인이나, 그 억지에 속는 ‘나’나 모두 어리석은 인물들이죠. 특히 ‘나’는 점순이가 장인의 편을 드는데도 장인이 ‘올 가을에 성례를 시켜줄 테니 일하라’고 하자 또 군말 없이 일터로 향합니다. 

한편 <동백꽃>에서는 순박하고 우직한 시골 소년인 ‘나’와 대담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점순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나’에게 자신의 마음과 달리 짓궂은 행동을 하는 점순이는 마름의 딸이기 때문에 ‘나’는 화가 나면서도 함부로 할 수가 없죠. 참다못해 닭에게 고추장을 먹이기도 하고, 점순이와 말다툼을 벌이다 우는 장면들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김유정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어리석지만 순박한, 그래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어요. 소설 속 대부분의 요소들을 그가 살던 마을에서 착안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김유정 문학은 민중에 대한 사랑에 뿌리를 두었다고 할 수 있죠. 현실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과장해 독자를 즐겁게 하는 김유정의 문학은 이런 웃음을 통해 동정과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 소설 [동백꽃] 속, 나와 점순이가 닭싸움을 벌이는 장면 

웃음 뒤에 민중의 애환이 숨어있어요 
소설 <봄봄>에 등장하는 장인 ‘봉필영감’은 ‘마름’이에요. 그리고 <동백꽃>에서도 점순이는 ‘마름’의 딸, 그리고 ‘나’는 ‘소작농민’의 아들로 등장하죠. 마름과 소작농민 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요? 

땅을 가진 지주는 농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심복을 시켜 이들을 감독하게 하는 한편 소작료를 징수했는데요. 이때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바로 ‘소작농민’이고, 지주의 심복으로 소작농민들을 감독하던 사람을 ‘마름’이라고 합니다. 

김유정이 소설을 집필하던 일제강점기 때는 일제가 지주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화시켜 지주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는데요. 이를 통해 일제는 농촌에서 나오는 생산물들을 효과적으로 약탈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름은 소작농민을 노예처럼 함부로 다루기도 했고, 지주와 별개로 약탈을 일삼기도 했죠. 소작농민은 지주에게 신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거의 노예나 다름없었어요. 이때 당시의 농촌 모습이 바로 김유정 문학에서 드러나죠. 

김유정은 자신이 겪은 삶을 통해 실감나는 농촌 풍경을 소설로 그려냈어요. 인물들의 어리석음이나 무지함이 미소를 자아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가난하고 비참한 실제 삶을 비춰내 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과 비애를 함께 담아낸 것입니다. 

심복(心腹) |  마음 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 
유착(癒着) |  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음 
애환(哀歡) |  슬픔과 기쁨을 아울러 이르는 말 
비애(悲哀) |  슬퍼하고 서러워함. 또는 그런 것 

 

<동백꽃>의 정체는? ‘생강나무 꽃!’ 

* 가지를 잘라 상처를 내면 알싸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생강나무’. 
* 가지를 잘라 상처를 내면 알싸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생강나무’. 

우리가 원래 알고 있는 동백꽃의 색깔은 빨간색이에요. 그런데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의 색깔은 ‘노란색’이죠. 그 이유는 바로 소설 속 동백꽃의 정체는 진짜 동백꽃이 아닌 ‘생강나무의 꽃’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유정의 고향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또는 ‘동박나무’로 불렀어요. 추운 강원도에선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동백나무를 키울 수 없어서 동백기름도 얻을 수 없었지만, 대신 생강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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