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송(瓦松)
 

인적이 드문 무인도의 바위틈에서나

높은 기와지붕에서 자라는 바위솔(瓦松)은

체형이 작고 몸이 깡말라서

바람이 지나간 길만 남아 있는 풀이다

 

작렬하는 햇볕에 달궈진 기와나 바위 위에서

무서운 태풍에 온힘을 다해 버티다 보니

생존에 필요한 만큼 육체의 최소화가 절실했을 터

 

바람에 실려 온 적은 흙속에서 살아남다 보니

덜 먹고 조금 싸면서

죽지 않고 견딘 덕에 온몸 가득 독을 품게 되었는데

 

어느 날 뭍에서 건너온 사냥꾼에게 뽑혀

무절제한 세상 밖으로 붙들려 나가서

이 악물고 쌓은 독이 무서운 항암 치료에 쓰이게 될 줄이야

 

사람도 위태로운 바지랑대 끝에서

남모르게 독기를 품고 버티고 살아남아야

일생을 걸었던 꿈이 한번쯤 약으로 쓰일 수 있다

 

<詩作 노트>

와송(瓦松)이란 식물은 오래된 기와지붕이나 갯바람 센 무인도에서 자라는 키 작은 풀이다. 일명 기와솔 또는 바위솔이라 불리는 약초인데 생존 여건이 매우 열악한 곳에서만 자란다. 그러나 이 연약한 풀은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약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에 겪을 수 있는 고통이나 갈등과 방황은 나중에 다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여, 쉽게 절망하지 마라, 슬퍼하지도 마라. 꽃과 나무도 그대들도 모두 흔들리며 살다가 마침내 세상을 온통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빛나는 별이 될 터이니.

 

   
 

시인 하재일
1961년 충남 태안에서 출생. 1984년 월간「불교사상」으로 등단. 2013년「창작과 비평」가을호에 ‘해후’ 등 2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함. 시집으로 <아름다운 그늘>, <선운사 골짜기 박봉진 처사네 농막에 머물면서>, <달팽이가 기어간 자리는 왜 은빛으로 빛날까>, <타타르의 칼> 등이 있음. 현재 고양시 화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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