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수업의 재구성

   
▲ 목포대 '찾아가는 실험심'. 전남 장흥고에서 생물실험 수업 진행 모습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본업이지만, 의외로 수업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수업 양이 많고 학생 수도 많은데 잡무까지 넘쳐나니 많은 교사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런 부담들이 모두 해소된다면 만족스러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자신의 수업에서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잘 하고 있는지, 학생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과 교사로서 충분한 지식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최수일 박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수학 수업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현재 행해지는 수업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혁신하는 것이 수업의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교사의 자긍심과 직업의식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에 <에듀진>은 최수일 박사가 제안하는 혁신적인 수업 재구성 방법과 사례를 소개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문제의식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고민을 해결할 길이 없던 서근원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무작정 학교를 떠나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관찰하러 다녔다. 그는 몇 년간 전국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교사들의 도움으로 수업을 관찰하고 그 기록을 남겨 왔다. 그리고 수업을 분석하면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들의 공통점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한국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교사들은 수업 외의 잡무가 너무 많고, 학급당 학생 수 또한 과다해서 수업을 잘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수업을 잘할 수 없는 원인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학교의 현실이나 학생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는 점과 가르쳐야 할 양이 너무 많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둘째, 한국 교사들은 자신이 교사로서 올바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수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특히 처지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돌봐주지 못하는 것에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

셋째, 한국 교사들은 수업에서 스스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그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교사는 왜 그렇게 가르쳐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주어진 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스스로 소외를 당할 수밖에 없다.

넷째, 한국 교사들은 자신이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교수 방법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과 그에 따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즉 전문성에서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수업에서외 소외와 실제’ 중에서)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들의 문제의식
한국의 중등 수학교사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수업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호소한다. 나는 최근 수업 관찰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교사들에게 수업을 관찰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자신의 수업을 보여줄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수업에 관한 각종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문제의식이란 연수에 참여한 동기와 현재의 자기의 문제점 진단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수생 중에는 교직경력이 10년 이상인 교사도 많이 있었는데 아직도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웬 일일까?

둘째,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호 의사소통하는 수업을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 위주의 일방적인 수업보다는 학생 중심의 수업을 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 위주의 수업을 하다 보면 수업의 본질을 잃을 것 같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 수준별 수업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하반으로 분류된 학급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소외 현상을 막을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계고 교사와 산간 벽지 교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넷째, 수학교사로서의 전문성에 관한 자신감 부족이다. 자신이 과연 수학적으로 충분한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섯째, 교사가 ‘나홀로 50분’ 수업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학생의 학습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해방된 교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수학교사가 이런 고민을 해결하지 않고는 제대로 수업을 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교사들이 수업을 보자고 하면 거절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나 초등학교 교사나 거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수업에 자신이 없는 것일까? 그리고 수업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수업 준비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
Palmer는 26년간 교단에서 가르쳐온 것을 총정리하면서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가 가져야 할 질문으로 다음 네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우리가 흔하게 묻는 것은 ‘무엇’이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
둘째, 논의가 약간 깊어지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나온다. 잘 가르치려면 어떤 방법과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가?
셋째, 논의의 단계가 더 깊어지면 ‘왜’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어떤 목적,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르치는가?
넷째, 하지만 우리는 ‘누구’라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의 자아는? 그의 자아의식은 그가 학생, 학과, 세상에 연결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교육제도는 어떻게 하면 훌륭한 가르침의 원천인 자아의식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중에서)

우리 교사들은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중에서 어떤 점을 고려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와 ‘왜 가르치는가?’에 대한 답을 하기가 어렵다. 주어진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그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수학과를 예로 들면, 현재의 교과서는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초등화시켜 학생들의 인지 발달 수준에 맞게 각색을 한, 소위 교수학적 변환을 한 것이므로 학생들에게 적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수학 학습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아 현재의 교과서는 아이들의 인지 발달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적당하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습 내용 전개가 너무나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교과서의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문제가 저절로 풀리기도 하고, 뭔가 이해를 한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날은 모든 학생이 교과서의 문제를 잘 해결했다고 할지라도 다음날 익힘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로를 느끼는 학생들이 다수 발생하는 현상을 자주 경험할 것이다.

수업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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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Palmer는 교사가 제기해야 할 질문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왜 가르치는가?’, 그리고 ‘교사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

교사들은 늘 어떻게 가르칠지가 고민이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경우에 따라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재구성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국가 수준에서 정한 표준 정도이므로 교사는 각 학교의 실정이나 학생들의 학습 환경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수업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 것이다.

교과서를 잘 분석해보면 차근차근 단계적 사고를 요구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다음 수학 교과서를 보자.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가르치기 위해 6가지 발문을 하고 있다. 마주보는 변의 길이가 같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재어보게 했고, 마주보는 각의 크기가 같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역시 재어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이런 발문에 대해 실제적으로 자와 각도기를 이용하여 측정하는 활동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 대변의 길이와 대각의 크기가 같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빈 칸에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잘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행사변형은 마주보는 두 쌍의 변의 길이가 같고, 마주보는 두 쌍의 각의 크기가 같다!”
 

■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알아봅시다.
- 평행사변형에서 마주 보는 변의 길이는 어떠하다고 생각합니까?
- 평행사변형에서 마주 보는 변의 길이를 재어 보시오.
- 평행사변형에서 마주 보는 변의 길이는 어떻습니까?
- 평행사변형에서 마주 보는 각의 크기는 어떠하다고 생각합니까?
- 평행사변형에서 마주 보는 각의 크기를 재어 보시오.
- 평행사변형에서 마주 보는 각의 크기는 어떻습니까?
- 평행사변형에서 발견한 성질을 말해 보시오.
(제7차 교육과정 ‘초등 4학년 2학기 수학 교과서’ 중에서)


이날 학생들은 과연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정말로 이해한 것일까? 그리고 자기 것으로 소화를 했을까? 확신하기 어렵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이날 아이들은 교과서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을 뿐이다. 교과서가 길이를 재라고 해서 자를 들고 쟀고, 각을 재라고 해서 각도기를 사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결과가 수치적으로 같은 것을 확인했을 뿐, 그것을 평행사변형이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연관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면 평행사변형에 대한 학습 결과가 별로 남지 않는다.

독수리 교육 방식에서 배우자
이런 단계적 발문이 아이들의 학습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존재할 수 있다. 순기능 측면에서 교과서나 교육과정은 일반적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단계적 학습을 시키고 있지만, 때로는 역발상도 해볼 만하다.

단계적 발문이 아이들의 지적인 자율성(intellectual autonomy)을 해친다는 연구도 많이 있다. 그래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연구집필진이 밝힌 교과서 집필 계획을 보면, 그동안 만연했던 단계적 발문을 줄이고 교과서의 발문을 좀더 개방적으로 열어놓겠다고 했다.

교사가 모든 것을 가르치려 든다면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 듯하지만, 조금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결국 아이들을 순한 양으로 키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독수리가 새끼를 키우는 방식을 생각하면 인간 교육이 독수리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면 독수리 교육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Holt의 다음 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시키는 일이란 바로 아이들에게 배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짧게만 보면, 아이들이 쓰는 이런 전략들이 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아무것도 배운 게 없어도 학교 과정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놓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길게 보면 이 전략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인격과 지성을 파괴해버리고 만다.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아이는 규격화된 존재 이상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틀에 박힌’ 인간이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진짜 실패다. 이 실패에서 벗어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중에서)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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