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소통기구, '토론'

   
▲ 안융진에서 거란의 소손녕과 담판하는 서희 [이인영 작, 출처=국립중앙박물관]

고려의 문신 서희(徐熙, 942년~998년)는 우리 역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외교전문가이다. 서희는 거란의 침략을 받아 서경(西京) 이북을 할양하고 강화하자는 조정의 주장에 반대하여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인 끝에 거란 군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설득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 후 고려는 여진을 몰아내고 지금의 평북 일대의 국토를 완전히 회복했다.

서희의 토론 전략은 과거보다 더욱 복잡다단해진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필승 전략이다. 위대한 협상가 서희를 통해 토론의 왕도를 배워보자.

거란의 80만 대군을 혼자서 물리친 외교가 서희
고려사 서희열전에는 서희(徐熙, 942년~998년)가 혼자서 거란의 병영에 들어가 소손녕과 담판하여 거란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사실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 서희의 흉상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성종 12년(서기 993년) 거란이 쳐들어오자 어전회의에서 "임금이 서울로 돌아가 중신들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항복하게 하자"던가, "서경 이북의 땅을 떼어주고 황주(黃州)에서 절령(지금의 자비령)까지를 국경으로 삼자"는 주장이 나오자 성종은 마침내 땅을 떼어주자는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서경에 있는 창고를 열어 백성들이 마음대로 가져가게 하였으나, 그래도 남은 것이 많자 성종은 적의 군량이 될까 두려워 대동강에 던져버리라고 했다.

이때 서희는 "식량이 충분하면 성을 지킬 수 있고 싸움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은 (군대가) 강하고 약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의) 허점을 찾아내 움직이는데 있는 것인데, 왜 서둘러 버리려고만 하시나이까.

더구나 식량이란 백성의 목숨과 같은 것입니다. 그 식량이 적의 손에 들어간다 할지라도 강물에 헛되이 버리는 것은 하늘의 뜻에 어긋날까 두렵습니다"라고 아뢰니, 성종은 그렇다고 하며 (식량을 버리지) 못하게 하였다.

서희가 이어서 "거란의 동경에서 우리 안북부까지 수백리 땅은 모두 생여진(生女眞)이 살던 것을 광종이 빼앗아 가주(嘉州)와 송성(松城) 같은 성을 쌓았습니다. 지금 거란이 쳐들어온 원래의 뜻은 이 두 성을 찾으려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구려의 옛 땅을 찾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우리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들의 군사력이 크게 우세한 것만 보고 서경 이북의 땅을 떼어주는 것은 묘책이 아닙니다. 또 삼각산 이북도 고구려 옛 땅인데 저들이 계속 욕심을 부려 요구한다면 다 주시겠나이까.

더군다나 땅을 떼어주는 것은 만세에 부끄러운 일입니다. 임금께서는 서울로 돌아가시고 신들에게 한 번 싸워보도록 한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거란 침략을 막은 서희의 논리

   
▲ 청운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CFMzs0

그런 다음 서희가 군사를 이끌고 봉산군을 구하러 갔을 때 소손녕이 내건 침략의 근거는 두 가지였다.

① "우리나라가 이미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하였는데 지금 너희 나라가 국경을 침범하여 빼앗아 가기 때문에 우리가 와서 토벌하려 한다."

② "우리나라가 사방을 통일하였는데 아직 스스로 와서 섬기지 않은 자는 기어이 쓸어 없애버릴 것이다. 시간 끌지 말고 빨리 항복문서를 보내라."고 하였다.

이에 서희는 "그렇지 않소, 우리나라가 바로 고구려의 옛 땅이요. 그렇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고려라고 하였고, 평양에 도읍하였소. 만약 국경을 따진다면 귀국의 동경도 모두 우리 국경 안에 있던 것인데 어찌 조금씩 먹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압록강 안팎도 우리 경내인데 지금 여진이 훔쳐 살고 있습니다. 교활하고 간사한 그들이 통로를 막아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알현을 못하고 사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소. 만일 여진을 쫓아내고 우리의 옛 땅을 찾아 성보(城堡)를 쌓고 길이 통하면 어찌 사신을 보내지 않겠소. 장군이 만일 나의 말을 전해 천자께서 들으신다면 어찌 가엾게 여겨 받아들이지 않으리오."라고 하였다.

고려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명분을 주어 회유하는 내용이다. 결국 거란의 1차 침입은 이렇게 끝나게 된다.

여진을 물리치고 압록강까지 확보한 전략가
926년 발해가 멸망한 뒤 발해 땅이었던 대동강 이북이 무주공산이 된다. 후고구려 때부터 대동강을 건너 서경을 차지한 뒤 고려에서는 청천강까지 밀고 올라갔으나, 발해를 멸망시킨 요나라와 옛 발해 땅을 두고 국경 분쟁이 일어난다. 그 결과 성종 12년에 거란의 침략이 있었고, 이때 바로 서희의 담판이 있었던 것이다.

서희가 소손녕과 논쟁할 때 “압록강 안팎도 우리 경내인데 지금 여진이 훔쳐 살고 있습니다. 교활하고 간사한 그들이 통로를 막아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알현을 못하고 사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소. 만일 여진을 쫓아내고 우리의 옛 땅을 찾아 성보(城堡)를 쌓고 길이 통하면 어찌 사신을 보내지 않겠소.”라고 하여 여진인들이 살고 있는 땅을 확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고 그 땅을 개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요나라에서도 자신들의 지배 아래 들어오지 않은 생여진의 처리에 어려움을 겪던 때라서 고려의 이러한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거란과의 담판이 있은 뒤 서희는 성종 13년(서기 994년) 지체 없이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여진족을 몰아내고 장흥진(長興鎭), 귀화진(歸化鎭), 두 진과 곽주(郭州), 귀주(龜州) 두 고을에 각각 성을 쌓았다. 이듬해 또 군사를 거느리고 안의진(安義鎭)과 홍화진(興化鎭) 두 진에 성을 쌓고, 또 그 다음해 선주(宣州), 맹주(孟州) 두 고을에 성을 쌓았다.

서희의 담판을 통해서 배울 점
잔혹하고 포악하게 사람을 죽이는 민족이라고 소문났던 거란이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했다. 건국 이후 고려에 닥친 최대의 위기였다. 하지만 강동 6주와 선물까지 받아낸 서희의 담판. 거란은 서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내막에는 고려, 송, 거란 사이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외교적 고리들이 감추어져 있었다. 사실 이런 외교적인 복잡성은 지금도 비즈니스 현장에서나 국가 간의 분쟁 현장 등에서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는 상대의 의중을 간파해 논리로써 국면을 유리하게 전환하는 토론의 능력이 대단히 중대한 가치가 있음을 서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본자세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으로 ▲토론을 잘하는 법 ▲토론에 임하는 자세 ▲말을 잘하는 법을 각각 정리했다.
 

■ 토론 잘하는 7가지 방법
 
   
 
1. 양측에서 나올 수 있는 세부주제를 모두 뽑아라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양측에서 나올 만한 주제를 정리하는 것이다.

2. 마인드맵과 브레인스토밍
혼자 준비한다면 마인드맵을, 조별로 하면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최대한 논란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논란거리를 작성할 때는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을 따로 만든다.

3. 찬반 세부주제를 연결하라
뽑아낸 의견을 서로 연결해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반박이 될 수 있는 것을 연결해 놓는다.

4.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라
충분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되는 자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 가장 비판적인 자료 4~5개를 준비하고 요약한다. 토론은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논리정연함과 침착한 태도, 상대방과의 조화를 통해 승패가 갈린다. 상대방이 할 말 없게 만드는 회심의 일격이 될 만한 자료를 만들자. 그러나 설령 이겼다고 기세등등하게 행동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 토론에 임하는 자세
1.말을 버벅대지 말라

평소에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할 기회가 없어 토론 때 버벅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반복적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잘할 수 있으며, 말할 주제가 저절로 머리에 그려지게 된다.

2. 이기려고 들지 말라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오만하거나 공격적인 자세를 지양하는 것이 좋다. 토론은 토의가 아니다. 토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대화 과정이지만 토론은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생각 교환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견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주장을 꺾어서는 안 된다.

3. 자료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머리에 기대라
열심히 준비해 자료만 산더미라면 자료를 찾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있다. 자료는 간소하게 준비하고 토론 준비과정에서 몸에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연습을 한 것이 결과로 드러나는 법이다.

 

■ 말을 잘하는 법
1. 상대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라

생소하거나 전문용어는 의도와 달리 전달에 한계가 있다. 상대방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침착하고 여유 있게 대화를 이끌어라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여유를 잃고 흥분하면 상대방의 말이나 주장을 잘못 알아듣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유를 갖고 경청하며 쉽게 흥분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3. 욕이나 거친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
욕이나 거친 언어를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역공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도 한다. 대화나 토론을 하는데 있어 흥분하여 주장하는 내용은 그만큼 설득력이 약해진다. 욕이나 거친 언어로 폭언을 하면 정당한 주장이라도 억지를 부린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4.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
대화에 있어 자신이 잘못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자신이 인정해야만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말은 적게 하고 차분히 상대방의 말을 들어라
말을 많이 할수록 그만큼 허점을 노출할 가능성도 크다. 적당히 자제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자. 그래야 토론을 주도할 수 있고, 유리한 고지도 점령할 수 있다.

6. 책을 많이 읽어 논리력을 키우라
성공한 사람치고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책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논리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7. 때로는 회유책을 통해서 승리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말을 잘하거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줄 것은 주면서 회유를 하는 것이 좋다. 회유책을 통해서 논쟁이나 대화의 협상점을 찾는 것이 좋다.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논쟁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8. 인간관계론이나 처세술 책을 읽는 것이 좋다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인간관계의 연속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의 처세술을 배우는 것도 대화를 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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