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아카데미, 완전 학습을 지향하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가라
지난달 소개한 칸 아카데미의 학습 동영상은 일반적인 인터넷 강의와 달리 체계적이고 세분화되어 있다. 칸 아카데미의 동영상 자료실에는 수학, 과학, 경제, 역사, 예술 등의 영역을 다루는 5,000여 개의 동영상이 있다.

미적분 강의만도 200여 개로, 누구나 자신의 수준과 내용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세분화되어 있다. 또 개인의 진도에 맞춰 연습문제를 연계해서 풀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를 풀 때 어려운 부분을 만나면 단계별 힌트와 해설 동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댓글을 통해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러한 칸 아카데미의 ‘강의 → 문제 → 힌트 → 해설 → 질문’ 시스템은 매우 체계적으로 짜여 있어 외국의 많은 학교에서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또 칸 아카데미에서는 학습 포트폴리오 개념의 데이터 분석도 함께 제공하는데, 이 코너에서 자신의 성취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세팅을 해놓으면 학습 코치인 교사나 멘토, 학부모에게도 학습자의 성취도가 제공된다.

칸은 “공부할 때 자신의 속도에 맞는 자료를 이용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완벽하게 습득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칸 아카데미에서는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필요가 없다. 진도 때문에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그대로 넘겨버리면 배움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 지도’와 ‘대시보드(dashboard)’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는 누구나 개인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초부터 탄탄히! 완전학습의 중요성
2007년 살만 칸은 캘리포니아 북부의 한 학교에서 성적이 평균 이하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6주짜리 프로그램에서 소중한 경험을 한다. 이때 그는 자기 속도에 맞춘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7학년(중학교 1학년) 학생 수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어요. 기초가 부족해 덧셈부터 시작하는 그룹과 5학년 수준에서 시작하는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하지만 6주간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처음엔 느리게 진도를 나간 듯 보였던 기초 그룹이 결국 5학년 수준에서 시작한 그룹을 앞서가기 시작했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개념의 구멍이 퐁퐁 뚫려 있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그러면 학습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 중에는 두 자릿수 뺄셈을 못하는 학생도 있었고, 분수나 나눗셈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구구단을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도 7학년인데 덧셈 뺄셈부터 시작하는 건 너무 모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칸은 5학년 수준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칸의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학생들은 기초부터 시작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5학년부터 시작’하는 그룹과 ‘맨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룹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칸은 5학년부터 시작한 그룹이 6주 후에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때 기초부터 시작했던 그룹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것을 보고, 완전 학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절감하게 됐다.
 

   
▲ 대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t5iQC2


칸 아카데미의 ‘마스터 학습’
그중 한 여학생이 보여준 성과는 놀라웠다. 그 아이는 수학에 대한 기초가 거의 없었고, 기초 그룹 중에서도 가장 더딘 편이었다. 특히 과도할 만큼 오랜 시간을 음수를 더하고 빼는 개념과 씨름하느라 보냈다.

그러다가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 순간이 지나자 교실 안의 거의 모든 학생보다 빨리 발전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아이는 모든 학생 가운데 수학을 가장 잘하는 학생이 되었다.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던 학생들조차 어려워하는 복잡한 개념들을 아이는 수월하게 풀어냈다.

모르는 것이 쌓여가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진도를 나가기만 했다면, 공부의 구멍을 언제 메울 수 있었을까?

칸 아카데미는 무료지만 성과 평가에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학생은 자신이 받은 교육에 대해 반드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 살만 칸은 ‘마스터 학습(mastery-learning)’이라는 자신만의 개념을 강조한다.

칸 아카데미는 이해가 안 되면 반복해서 듣거나 문제를 계속 풀어보면서 다양하게 사고하고 실패를 경험하면서 완벽하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기초 개념을 기반으로 해 그 다음 내용을 배우는 것이 필수적인 학문은 반드시 이런 마스터 학습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학생들의 능력은 결국 군데군데 구멍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대충 넘어가는 습관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완전 학습’을 통해 제대로 된 도약을 지향해야 한다.
 

정형권 B2B교육연구소장
해외진출 1호 학습코치, 진로학습 전문가, 인문교육 작가, 드림트리연구소장
저서: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거꾸로 학습코칭>,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나를 대신하는 책쓰기> 외 다수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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