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올리기 가장 쉬운 영어>수학>국어 순으로 공부하라

   
▲ 평택대학교-동일공업고 연계 '옥상벽화' 프로젝트 회의 모습 [사진 제공=평택대]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진로 직업 능력을 갖추는 데 기본이 되는 학업능력 향상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학업능력은 학생의 현재 역량과 특성에 맞는 교육 방법이 제시될 때 극대화될 수 있다.
 

   
▲ 정명근 교사 (천안 복자여고)

우리나라 중고생 중 과반수가 ‘수포자’, ‘영포자’라는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학교는 여전히 진도 빼기에 바쁘고, 학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다.

학부모 세대는 수업 중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TV에서 접하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며 혀를 차지만, “오죽하면 저럴까”라고 하는 게 학교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학교 수업이 모든 학생의 수준에 맞춰 이뤄지기 어렵다 보니, 수업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엎드려 자거나, 딴 짓을 하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오늘 소개할 정명근 교사의 상담 사례는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해 일반고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학생들로 구분돼 있으며 이들의 능력향상에는 애써 눈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정 교사가 이끄는 대로 학습법을 바꾼다면 놀라운 학업능력 향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교 꼴찌에 가까운 고2 남학생 사례
고2 2학기 초에 상담을 시작한 이주환(가명) 군은 전교생 320명 중 310등을 하는 학생으로 교과영역 성적이 모두 낮았다. 상담 끝에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영어부터 시작할 것을 조언하면서, 일단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보는 것이 어떤가라는 대안을 내놨다. 이군의 부모도 “영어 성적은 신경 안 씁니다. 1개월 단기라도 좋으니 넓은 세상을 보고 진심으로 무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결국 주환이는 한 달 동안 단기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곳에서 듣기, 말하기 중심의 영어 학습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연수를 다녀오고 난 후 주환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제는 영어 듣기와 말하기에 자신이 붙었어요. 요즘 화상영어로 공부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주환이는 현재 영어 소설 ‘friendly’를 읽고 있다. 영어 원서는 고1 학생 기준으로 어휘 수준별로 가장 쉬운 1단계부터 가장 어려운 9단계까지 나눌 수 있다. 주환이가 읽고 있는 ‘friendly’는 3단계 수준의 책이다.

주환이는 어학연수로 얻은 영어 학습의 감을 이어가기 위해 영어권 국가인 필리핀 현지인과 함께 원서 읽기를 하고 있으며 화상영어를 신청해 프리토킹을 한다. 이제 주환이는 영어책이 아주 쉬워져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학습의 틀을 제대로 잡으면 이 틀을 다른 과목 학습에도 자연스럽게 적용시켜 간다. 특히 언어 학습은 언어능력 향상과 함께 사고력과 창의력이 커지고 자존감도 극대화되면서 대인관계능력도 향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학업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당장에 모든 과목을 잘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것은 꾸준한 학습을 통해서 ‘나도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성적 향상이라는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달 바짝 공부한 아이에게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느냐며 다그치고 꾸짖는다면 아이의 학업 의욕은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정 안 되면 휴학도 좋은 방법이다. 휴학 기간에 다른 부담을 주지 말고 오로지 독서와 영어 학습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하고 위험한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휴학 기간 동안 학생이 제대로만 관리된다면 이후 학업능력이 급상승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언어 성적은 조금 좋은 꼴찌 학생, 가망 있을까?”
주환이와 같은 학교 2학년 오정민(가명) 학생의 상담 사례다. 정민이는 주환이보다 4개월 정도 늦게 상담을 시작했다. 정민이는 건설, 건축 계통의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성적을 확인해 보았더니 거의 꼴찌인 313등이다.

고2 2학기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던 때라, 너무나 늦은 시기에 나를 찾아온 아이가 안타까워서 “왜 이제 왔니. 그래도 지금이라도 와 줘서 고맙다. 생각할 시간을 다오.” 하며 돌려보냈다.

다음날 정민이를 불러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네 삶을 바꿔 줄 테니 믿고 따라 줄래?”라고. 정민이는 얼굴이 확 밝아지며 “네!”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내 주문은 단 하나였다. “모든 것을 내려 놓아라.” 정민이는 두말없이 알겠노라고 대답했다.

정민이게 주문한 것은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내신, 수행평가 등 학교 학업 활동과 관련한 성적에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였다. 물론 수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대신 정민이의 수준에 맞는 영어 학습을 시작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가장 쉽게 자신감 얻을 수 있는 과목이 국어라고 생각하는 의외로 영어다. 게다가 정민이는 다른 과목에 비해 언어 과목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따라서 독서와 함께 영어 학습을 이어가면 실력 향상의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앞서 소개한 주환이는 310등이었지만 현재 영어 공부에 미쳐 있어 성적은 날로 올라가고 있었다. 정민이와 상담하고 난 후 주환이에게 “정민이라고 너랑 같은 2학년 친구가 있는데 도와줄 수 있겠니?”라고 물었더니 흔쾌히 “제 힘으로 도울 수 있는 건 돕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럼 네가 하는 방법대로 정민이와 영어 공부를 같이 해줄래?”라고 부탁해 정민이와 주환이가 함께 공부하도록 했다.

두 아이는 금세 친해져 머리를 맞대고 영어 듣기, 말하기 학습을 시작했다. 시간 날 때마다 모여앉아 영어 공부를 하곤 했다. 그 다음에는 원서 읽기에 들어갈 것이다. 정민이는 주환이와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한 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영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손에 항상 영어책을 들고 틈날 때마다 읽고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수학은 언어와 영어가 완성되면 그 이후에 시작하라고 말해 주었다. 내신을 포기해도 정시가 있어 수능 100%로 대입을 치를 수 있으니, 욕심을 내려놓으면 더 큰 것을 얻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이처럼 성적이 많이 부족한 학생들이 재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내려놓는 과정이 먼저다.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의 회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정민이도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4·4·4등급인데 꿈은 크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2 여학생 사례
강송이(가명) 학생은 언77, 수66, 외79로 모의고사에서 4, 4, 4등급을 받은 학생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어울려 살아보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정도 성적이라면 유치원 교사를 직업으로 택하는 게 적당하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송이는 유치원 교사가 아닌 다른 꿈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일선 학교에 진로교육이 도입된 후 많은 것이 달라져가고 있다고 하지만,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학교가 송이의 꿈을 깨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활동의 양으로 학생의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기회가 부여된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성적을 받는 게 아니듯이 학생의 개개인의 역량에 맞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즉 송이를 상담한 후 내린 결정은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한 후 활동을 하는 것이 순서다. 만약 1년간 휴학을 하고 전문가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 학습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1년간 미국에 다녀온다면 영어 능력이 얼마나 향상될까? 더 심하게 말해서 2년간 휴학한다면 이런 희생을 바탕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송이는 책을 읽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시작해 수준을 높여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상담하는 과정에서 송이는 책 읽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책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언어에서 1등급을 받는다. 따라서 송이의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라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깊이 있게 하기가 어렵다. 언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90%가 고등학교에 들어가 성적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나침반36.5도> 정기구독 http://goo.gl/bdBmXf

송이에게는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면서 영어공부의 방법을 바꾸고, 이후에 수학을 잡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향상에 가장 빠른 과목이 영어이므로 송이는 우선적으로 영어에 집중하라고 했다.

사실 영어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것은 공부 방법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듣기, 말하기를 중심으로 영어 학습을 시작하고, 3단계 수준의 원서 읽기를 함께 하면 듣기, 말하기, 읽기 능력이 동시에 향상된다.

영어 학습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으로 수학 학습에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 1등급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목표를 4등급으로 맞춰 보자. 3문제만 맞추면 한 등급이 올라가기 때문에 수학의 등급을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꾸준한 독서의 바탕 위에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영어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해보자. 그 다음 수학을 공부하는 순서로 진행한다면 성적향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물론 가장 어렵게 성적이 올라가는 언어영역도 독서의 힘으로 성적이 향상될 것이다. 

기본도 안 돼 있는 학생에게 국영수 학습을 한꺼번에 시키는 것은 실패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영어, 수학, 그리고 언어를 순차적으로 학습하게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절대 어떤 경우라도 문제지 풀이를 먼저 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담자를 믿고 따르며, 꾸준하게 상담을 지속하는 것이다. 상담자에 대한 신뢰 여부는 학생의 학업 동기 유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상담자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월등히 뛰어난 발전 양상을 보인다. ‘플라시보 효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믿음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이제 내일이면 모든 학교들에서 방학이 시작된다. 방학동안 많은 학습량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하기 보다는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독서를 기본으로 하되, 성적이 올리기 쉬운 과목인 영어>수학>국어 순으로 위에서 제시한 학습방법으로 시작해보자.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급한 채찍질'이 아니라 자신감 회복이며, 그 자신감은 다른 과목의 학습능력 향상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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