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키우고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자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로 규정합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그 멋진 광고들의 설득에 감히 대적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 교묘한 설득논리 앞에서 우리는 매일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윤창출을 위해 온 인생을 바치다 생을 마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스스로는 그 사실에 대해 의식조차 못하고 있죠.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원제 Influence: Science & Practice)>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얼마나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주체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낱 소비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2010년 수능영어 시험에 일부가 지문으로 발췌돼 출제되기도 했습니다. 영어공부와 국어논술 1등급을 위해서 원서를 구입해서 꼭 일독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번역서를 읽어보셔도 수능과 논술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다음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영어와 우리말의 차이점을 생각하며 최대한 우리말답게 직독직해 방식으로 원문을 의역해 보았습니다. 프롤로그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만든 논술문제와 예시답안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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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다음은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 소개된 일화입니다(25페이지). ‘어느 친구’가 겪은 황당한 상황을 상품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반응과 관련해서 논술하시오.(1,000자 내외)

  I got a phone call one day from a friend (얼마 전 어느 친구한테서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who had recently opened an Indian jewerly store in Arizona. (이 친구는 최근에 인디언 보석가게를 열었습니다. 애리조나에서요) She was giddy with a curious piece of news.(친구는 아주 신기한 이야기라며 흥분돼 있었습니다.) Something fascinating had just happened, and she thought that,(참으로 희한한 일이 생기자, 친구는 생각했겠죠) as a psychologist, I might be able to explain it to her.(제가 심리학자니까 이 현상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거라고) 

The story involved a certain allotment of turquoise jewerly(재고로 쌓여있던 터키옥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she had been having trouble selling.(친구는 그 물건이 팔리지 않아 아주 애를 먹고 있었던 게지요) It was the peak of the tourist season,(관광객이 한창 많을 때라) the store was unusually full of customers,(가게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로 북적댔고) the turquoise pieces were of good quality for the prices she was asking;(터키옥은 좋은 품질에 비해 가격은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yet they had not sold. (그런데도 팔리지가 않았던 겁니다.)  

My friend had attempted a couple of standard sales tricks to get them moving.(친구는 아주 고전적인 판매기법 두 가지를 동원해서 그 물건들을 팔아보려고 시도했지요) She tried calling attention to them by shifting their location to a more central display area;(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 물건들을 진열대 가장 중심에 놓아보기도 했지만) no luck.(별 효과가 없었지요)

She even told her sales staff to "push" the items hard - again without success.(판매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손님들에게 권유하도록 밀어붙이까지 해봤지만 결과는 별무소득이었습니다.)  Finally,(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the night before leaving on an out-of-town buying trip,(구매업무로 장거리 출장을 떠나기 전날 밤에) she scribbled an exasperated note to her head saleswoman,(휘갈겨 쓴 메모지를 판매부장에게 남겼죠)

"Everything in this display case, price×1/2,"(“진열된 터키옥을 전부 1/2 가격에 처분해 버리세요.”) hoping just to be rid of the offending pieces,(쳐다보기만 해도 열받는 물건들을 얼른 치워버리고 싶었겠죠)  even if at a loss.(손해를 좀 보더라도 말이죠.)  

When she returned a few days later,(며칠 뒤 출장에서 돌아와서) she was not surprised(친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to find that every article had been sold.(터키옥 재고가 하나도 남지 않고 다 팔린 걸 보고 말이죠.)

She was shocked, though,(이 친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to discover that,(알고 보니) because the employee had read the "1/2" in her scrawled message as a "2,"(판매부장이 이 친구의 날려쓴 메모의 “1/2”을 “2”로 읽은 덕분에) the entire allotment had sold at twice the original price! (재고품 터키옥이 전부 다 팔려 나갔던 것이죠, 그것도 원래보다 두 배 비싼 값으로 말이죠!)

[예시답안]
상품을 팔고 사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의 객관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상품의 생산 비용이나 적정한 마진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품의 가치에 대한 평가 역시 구매하는 사람의 필요성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내가 더 좋은 제품이라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상품의 객관적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소비자에게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세월 소비자로 살면서 터득한, 상품의 가격과 그 가치에 관한 나름의 공식이 상품의 홍수 속에서 매번 피를 말리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합리적 방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가 좀더 투명하고 건전하다면 그런 의사결정 방법도 나름대로 효과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박한 의사결정 방식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소개된 일화에서 보석가게를 운영하는 ‘그 친구’가 악의적으로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행동 패턴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을 때보다, 품질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두 배로 책정되었을 때 판매가 더 잘 됐다는 것은 가격이라는 단일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비자들의 구매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연중 실시하는 세일 판매의 경우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10,000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 상품을 “폭탄 세일 50,000원(×), 10,000원!!, 선착순 한정판매!!!”라고 써 놓는다. 소비자들 스스로 해당 상품의 원래 가치가 최소한 40,000원 정도일텐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낮은 가격에 급히 처분하기 위해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므로 지금 10,000원에 구입하면 무조건 이익이 되겠다는 오판을 하도록 유인하는 전략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식이 한순간에 무력화되는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물건을 사며 살아가고 있다.

이어서 다음 시간에는 위의 주제와 관련한 고려대 논술 기출문제와 우수답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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