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도사’는 No! 깊이 독서하고 넓게 탐구하라

   
▲ 서울대학교 [사진 제공=서울대]

고교 프로파일이 당락의 주요 열쇠
과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둬 명성을 날리던 A고교는 올해 수시에서도 서울대 합격자를 1명도 내지 못했다. 벌써 5년째다. 아직도 학습역량에서는 그 어느 학교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우수하다는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이 학교가 도대체 왜 서울대 수시에서는 이토록 참담한 성과만을 거듭 맛보고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린다. 학교프로그램부터 보면 된다. 성적 말고는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을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이미 서울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점차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독서라든가, 성적을 떠나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영어 관련 프로그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프로그램으로 빼곡하게 채워져야 유리할 학교생활기록부는 막상 기록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B고교도 올해 수시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5~6명 정도에 머물렀다. 학생들의 수능수준에 비하면 낯 뜨거울 정도다. 한때 서울대만 30~50명을 보냈다는 전국 최상위권 고교조차도 수능성적만 그럴듯하지 실제 서울대 합격생을 꼽으라면 이처럼 초라하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매년 고교는 학교교육과정이 담겨있는 학교 프로파일을 대학에게 제공한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담겨있는 프로파일에는 학교의 학생역량이 녹아있는 비밀서류이다. 이것을 얼마나 짜임새 있고 알차게 만들어졌는지가 또 다른 합격의 비밀장부인 셈이다.

종합적 학업역량 중시...전 과목 두루 잘해야
수시를 앞두고 각 학교의 진로담당 교사들은 학생부, 교과성적, 비교과활동(스토리),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상담한다. 교과성적만을 놓고 볼 때 서울권 대학의 문과는 1.5등급 이내, 이과는 2등급 이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은 1~2등급, 경기도는 2~3 등급, 지방은 3~4등급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학은 교과성적 외 활동 상황에서 뛰어난 잠재역량을 발견한다면 학생을 합격시킬 수 있고, 이와 반대로 교과성적은 충족되지만 활동 상황이 잠재역량을 드러내주지 못하면 바로 탈락시킬 수도 있다. 이것이 개인별 맞춤 입시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학생부 1.5등급 학생이라면 먼저 모의고사 성적을 본 뒤 수능 최저를 살펴본다. 그 뒤 이 두 가지를 놓고 수시, 정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따져본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만으로 당락을 점칠 수 없는 전형이다. 하지만 대체로 교과성적이 높을수록, 그리고 비교과 기록내용이 좋을수록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할 확률은 높다.

학생부 1.5등급 학생이 모의고사를 잘 보는 편이지만 비교과 내용이 그다지 알차지 못하다면 정시로 유도한다. 반대로 비교과 스펙이 좋으면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특정 과목만을 잘한다고 해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현 상태의 종합적 학업역량을 중요시해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원 중심대학을 지향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앞으로 중간에 전공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근본적인 역량을 평가하고 학업역량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입학한 후부터 ‘종단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적응, 변화 추이 등을 연구해 고등학교를 평가한다. 다시 말해 수시에 더 많은 학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고교가 더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활동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수능 도사’는 No! 깊이 있고 폭넓은 학습과 독서 중요
서울대의 경우 선발하는 인재상이 명확하다. 연구중심 대학, 대학원 중심 대학을 지향하기 때문에, 학부 졸업 뒤 바로 취업하려는 학생보다는 대학원에서 공부할 학생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그래서 학종에서는 현재의 학업성적이 아니라 학업역량을 최우선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서울대는 언어영역의 경우 독서를 많이 하고 공부를 잘했다고 해도 학생부에 흔적이 없으면 선발하지 않는다. 얼마나 깊이 있고 폭넓게 공부한 흔적이 있느냐를 중요한 요소로 측정한다.

따라서 고1 때부터 문제집을 푸는 방식으로 언어영역 성적을 올렸다면 잘 뽑지 않는다. 영어의 듣기, 말하기, 읽기 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후활동, 동아리활동 프로그램 등을 얼마나 충실하게 해냈는지, 학교에서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과연 영어를 제대로 잘하도록 하는 수업을 제대로 배웠는지, 해당 학생은 준비를 잘했는지, 학교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사실 언어 문제집을 고1, 고2 때 열심히 풀었다는 것을 학생부에 기록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언어 문제집을 많이 풀었다고 해서 수능 점수가 잘 나온다고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문제집을 많이 푸는 식의 공부가 대학에서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독서를 많이 했다는 것은 당장부터라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 물론 책을 많이 읽었다고 그대로 수능을 잘 볼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 써먹을 일은 많을 것이다.

또한 외국영화를 열심히 봤고 그래서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도 학교생활기록부에 쓸 수 있다. 그 결과 영화를 보면서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영어원서도 읽게 될 수 있었다고 기록하면 된다. 그렇게 읽고 쓰고 말하는 영어를 잘하게 됐을 때 이런 역량은 수능에서도 잘 발휘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하려면 이런 판단기준에 ‘예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대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t5iQC2


■ 실전! 서울대 수시 사례

[합격 사례] 독서왕, 수능 3.5등급으로도 서울대 합격!

A양의 3학년 1학기 초 성적은 국·영·수·사가 내신 2.01, 모의고사 2,2,3,2.5로 성적만으로 보면 서울대를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양은 사회복지 분야 경제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이었으며 전체적으로 모의고사 성적보다는 내신이 좀 더 나았다. 

A양은 한마디로 노력형 학생이었다. 수재형이라기보다는 늘 성실하게 공부하는 성향을 지녔다. 나중에 모의고사 성적이 좀 떨어졌는데 그런 특성의 영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부 기록 내용이 인문계열 전체에서 특히 우수한 학생 중 한명이었기에 수시 방향은 우수한 학생부 기록과 각종 교내활동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초점을 맞췄고, 상위권 대학의 논술전형도 염두에 뒀다. 경제 관련 동아리활동을 했고, 학기 초에는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상당히 부합할 수 있는 장점들을 많이 지니고 있어 경제학과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3학년 때는 실질적인 활동보다는 수능성적이 좀 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선 성적 향상 및 유지에 힘썼다.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해 현실성 있게 독서에 초점을 두고 관련 독서활동에 힘썼다. 독서활동을 통해 전공적합성을 좀 더 확실히 해두려고 노력했다.

서울대학교의 경제 관련 전공 분야는 성적상 힘들 듯해 독어독문학과를 지원했다. 처음 희망은 사회복지 분야의 경제전문가였는데 실제로 지원한 학과는 어문계열이다 보니, 실제 활동 사항이 전공과 서로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많아 어려움이 컸다. 

더구나 학교의 제2외국어 과목에 독일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반고에서 어문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란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A양은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고 독서량이 풍부했으며, 독일문학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이런 사항을 학생부에 잘 녹여내 서울대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A양은 내신성적이 모의고사 성적보다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더구나 A양은 실제 수능에서는 3,4,4, 3.5로 모의고사보다 훨씬 낮은 성적을 거뒀다. 이런 점을 볼 때 실제 학생부 기록이 매우 탁월하고 내신성적이 좋은 경우라면 우선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준비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각종 교내활동 및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우수함을 보일 수 있는 관련 동아리활동, 그리고 다양한 관련 분야의 독서활동을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불합격 사례] ‘끝내주는 학생부’ 갖고도 서울대 떨어진 사연

이과 전체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B군은 학생부 또한 겉보기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누구나 서울대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학년 1학기 초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B군과 그의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서울대에서는 B군을 절대 뽑지 않을 겁니다.” 
B군은 당연히 서울대에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기대는 단번에 날아갔다. 
“아니, 왜요?” 
엄마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학생부는 B군이 영어를 잘한다는 느낌은 주는데 확증은 결코 주지 못합니다. 영어 선생님이 B군의 영어 특기사항란에 실제 활동 내용은 적지 않고 미사여구만 구구절절 나열했기 때문입니다.”

B군과 어머니는 영어 선생님을 원망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영어 선생님 탓은 아니었다. B군은 수능을 위해 문제풀이 중심의 영어 학습을 해왔기 때문에 시험 성적은 좋았지만, 영어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아 말하기, 쓰기, 듣기 등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다. 

B군이 대학으로부터 영어 능력을 인정받으려 했다면 동아리활동이나 방과후활동 등을 통해 CNN방송 듣기, 영어 독서회, 영자신문 발간, 미국드라마 연구회 등의 비교과 활동을 했어야 한다. 학교 프로그램을 하나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다. 대학은 심증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B군은 서울대에 합격하려면 수시가 아닌 정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B군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서울대 생명공학과는 떨어지고 포스텍에 합격했다. B군 성적이라면 정시에서 서울대를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수시로 포스텍을 지원해 합격하는 바람에 정시에서 서울대 원서를 넣을 수 없었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학업역량을 키우는 데도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 진로를 위해 구체적인 활동, 즉 수업시간 선생님과 눈 마주치기, 적극적 질문,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하는 동아리활동, 봉사, 학교행사의 능동적 참여 등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열정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학교도 이런 학생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진학실적 향상뿐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에도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학교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이런 학교활동 및 수업의 성실도 등이 교사들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학생부에 기입돼야 한다. 수시 합격률이 높은 학교의 교사들은 이런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교사는 잘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잘 기록해 줘야 하고, 학생은 자신의 꿈과 진로에 맞는 활동을 위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해나가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08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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