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과 교사의 역할

   
 

학생 중심의 활동 수업, 거꾸로 교실
거꾸로 교실 수업 방식은 존 버그만이 수업에 도입하기 이전에도 일부 대학 등에서 시도됐으며 그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 ‘역진행 수업’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 방식은 ‘협동 학습’, ‘프로젝트 중심 학습’ 등과 같은 학습자 중심의 활동 수업이다.

역진행 수업에서 교수는 학생들의 배움을 고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하게 되며, 더불어 학생들이 정보를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이 강조된다. 이 수업 방식을 도입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탈락하는 비율이 감소되고 학생들이 학습하게 되는 지식과 정보의 양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1990년대에 하버드의 에릭 마주르 교수는 ‘동료교수법(peer instruction)’이라는 교육 모델을 개발해 성과를 거뒀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제공한 강의 자료를 미리 학습해 오게 하고, 수업시간에는 강의 대신 학생들 간의 상호협력을 통해 문제풀이를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웨슬리 베이커는 2000년에 teaching&learning협회가 주관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에서 ‘역진행 수업: 웹 기반 강좌 관리 도구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기’라는 논문을 통해, 새로운 도구를 활용한 역진행 수업 사례를 소개했다.

그 이후 이 논문은 ‘강단 위의 현인(sage on the stage) 대신 객석의 안내자(guide on the side)’라는 인상적인 문구와 함께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주 인용됐다. 그리고 이 문구는 거꾸로 수업에서 선생님의 역할을 잘 대변해주는 표어가 됐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강단 위의 현인 대신 객석의 안내자로!
우리나라의 경우 울산과기대(UNIST)가 2009년에 도입한 ‘e-Education’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2012년에 도입한 ‘Education 3.0 프로그램’이 역진행 수업의 적용 사례이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접속해 교수가 사전에 준비한 강의 비디오, 외부 동영상 등을 활용해 개인별 진도에 맞춰 학습한다.

최소 주 1회 실시되는 강의실 수업은 온라인에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학생과 교수, 학생과 동료 학생들이 서로 질문과 토론을 하고, 그룹을 만들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이스트는 더 많은 강의에 에듀케이션 3.0을 확대 적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역진행 수업을 위해 카이스트는 학생들끼리 상호작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원탁 테이블을 배치했다. 그리고 테이블 별로 화이트보드와 글래스보드를 하나씩 설치해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교수나 교사의 역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협동해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의 역할로 바뀌고 있다.

우리 교육, 변화의 임계점에 섰다
미국의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플립 러닝을 적용하고 있는 교사가 2012년 48%에서 2014년에는 78%로 증가했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50%의 교수들이 플립 러닝을 이미 실행하고 있거나 2014년에는 도입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학업 향상을 거꾸로 수업 도입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이렇듯 거꾸로 수업은 전통적인 수업의 대안으로서 많은 교육자들의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통해 발전하고 있으며, 존 버그만과 많은 교사들에 의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교실 붕괴나 학생이 소외된 수업을 보면서, 단순하게 학생이나 교사의 자질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교육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방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지식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평생학습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우는 법’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수업방식으로의 변화와 실천을 서둘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제 교사는 강단 위의 현인으로 남아 학생들에게 지식을 설파하던 역할을 넘어서서,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함께하는 안내자의 모습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정형권 B2B교육연구소장
해외진출 1호 학습코치, 진로학습 전문가, 인문교육 작가, 드림트리연구소장
저서: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거꾸로 학습코칭>,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나를 대신하는 책쓰기> 외 다수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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