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남중, 개념 중심 수업, 학생 활동 수업으로 “수학 시간이 기다려져요”

   
▲ 여수 여남중학교 수학교육 현장[사진 제공=전남교육청]

전남 여남중의 한 수업이 흥미로운 시간으로 학생들에게 환상의 수학수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부임한 안정숙 선생님. 30여 년을 수학을 가르치면서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랜 시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학 시간에 집중할 수 있을까, 수학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이들이 기다려지는 수학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2014년에 이르러서야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까지 수학공부를 잘 했던 학생들도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을 포기하는 이른바 ‘수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모든 교육이 그래왔듯 수학교육도 지금까지 대학 진학에 목표를 두고,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주어진 수학 문제를 누가 더 빨리 풀고, 누가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수학교육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제풀이 중심의 수학교육이 학생들에게 좌절감만 심어주고, 실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학 공부는 실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잘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 알파고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학교육이 실생활과 연계된 실용수학으로 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이다. 우선 공통의 고민을 하고 있는 수학 선생님들을 모았다. 처음에는 7~8명의 수학 선생님들이 뜻을 같이 했다. 매주 금요일 정규 수업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였다. 수학교육 방법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정보를 교환했다. 선생님들이 개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수학교육 방법에 대한 사례도 공유했다.

이러다가 2015년, 전남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교사 동아리 공모 사업을 신청하여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수학교육의 방법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은 10명. 작년에 수학평가 교사 동아리에서 자유학기 주제선택 수업자료를 개발해서 전남의 각 중학교에 보급했다.

올해는 수학과 다른 과목을 융합한 프로젝트 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활동중심 수업자료개발 연구회원 6명과 함께 순천만 정원을 무대로 하는 매쓰투어(math tou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남 지역의 수학선생님들과 공유했다.
 
안 교사의 수업은 수학교과서의 재구성으로부터 시작한다. 비슷한 단원의 내용을 묶어 활동 중심의 학습지를 만든다. 교사의 활동을 최소화 하고 학생들이 토의나 협력학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안 교사가 고민하여 만든 학습지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 내내 몰입하게 한다.

수업이 지루하기 않기 때문에 당연히 졸거나 자는 학생도 없다.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도 즐겁다. 이전에 수학이 어려워서 포기한 아이들 중 활동 중심의 수업이나 야간에 진행되는 수학동아리 활동을 통해 수학 시간을 기다리거나 반기는 아이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수학 성적이 오르지는 않지만 안 교사가 교실에 들어설 때 학생들이 “와~ 수학 시간이다!”고 환호성을 지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학습지를 제작하느라 고생했던 피곤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올해로 전남 수학축전이 3회째에 접어들었고 각 시도에서 많은 수학 체험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순천 지역에 근무할 때는 현장체험학습이나 학생들의 개별 체험학습으로 다녀온 학생들이 수학에 대해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데 올해 우리학교에 부임해 보니 학생들이 도서 지역의 환경 때문에 수학체험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야간 교육활동을 통해서라도 체험 중심의 수학에 접해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교사는 수학 체험활동 중심으로 야간교육활동을 진행한다. 유사라 과학 교사와 더불어 활동함으로써 수학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요소까지 곁들여 공부할 수 있게 한다. 이른바 융합수업이다. 5월까지 만년달력 만들기, 델타다면체 만들기, 컬러메이즈 미로 찾기 활동, 좌회전 금지 미로 활동, 조지하트 72연필 만들기, 원기둥 거울, 님 게임, 사이클로이드 곡선 낙하실험 등의 체험활동을 했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는 활동중심 수업보다는 계산력을 튼튼하게 해주는 게 우선입니다. 또한 활동에만 초점을 두다보면 수학 개념을 소홀히 하거나 여러 가지 오류도 생길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학교사는 학생들이 수학 개념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활동 중심의 수업만 하다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화려한 보여주기 식의 수업’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습니다.”
 
안 교사는 개념에 충실한 수학 수업을 강조한다. 활동 중심의 수학 수업이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지만, 필요할 경우에는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안 교사는 동아리활동이나 방과후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수학 체험활동 기회를 많이 갖고 있으며, 정규 교과시간에는 활동지를 통한 개념위주의 활동중심수업에 충실하고 있다. 정규 교과 시간에도 대단원별로 한 번씩은 체험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 교사는 수학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수학은 운동과 같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근육이 튼튼해지듯이 수학 공부를 하면 뇌가 운동을 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이 길러지게 됩니다. 많은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고 조언했다.

단순한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한 문제를 가지고 끙끙 앓으면서 고민해보는 것이 수학적 사고를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면 수학 공부가 쉽게 생각되고, 어려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성취감을 얻은 경험이 수학에 더 매달리게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 교사에게 수학 수업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더니 “수학 시간 내내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며, 웃을 수 있는 수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려운 수학으로 인해서 아이들이 상처받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학공부를 했다는 것에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수학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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