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력을 해 봐야 기억이 더 잘 된다"

‘내 머리가 나빠서 너 하나밖엔 모르고’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OST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사를 실제 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뇌가 정상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너 하나밖엔 모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정보가 입력-저장-출력되는 과정을 인지적 정보처리이론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내적 인지 과정]

   
 

이때 들어온 정보는 단기 감각 저장고에 아주 잠깐 머무르다 사라집니다. 이 때 주의집중에 의해 단 기기억으로 들어가거나 잊혀지게 되죠. 그런데 이 주의력이 온통 ‘너 하나’ 에 집중되어 있으니 다른 것 은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그러니 머리가 나빠서 너 하나밖엔 모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정상작동을 하기 때문에 너 하나밖엔 모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뇌를 정상화시켜 가장 효율적으로 암기를 잘 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을 뇌의 기억과정을 설명하면서 알아보겠습니다.

학습의 현관문 ‘단기 기억’
단기기억은 우리 정신의 중계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자료가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우리는 이 자료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장기기억으로 보내거나, 바로 써버리고 잊거나, 한 번 사용 한 뒤에 나중에 다시 쓰기 위해 저장합니다.

물론 정보를 그냥 잊어버린 채 사용하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택은 2초 이내의 눈 깜짝할 사이에 단기 감각 저장고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입력을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알고자 하는 정보에 주의를 최대한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감각기관에 주어지는 정보나 자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데 들어올 수 있는 입력의 문은 작습니다. 이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에 선택적으로 감각기관의 기능과 에너지를 집중하여야 합니다.

학습목표를 인지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업시간 중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학습목표를 알고 수업에 집중한다면 우리 뇌는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 를 구분해서 필요한 부분만을 저장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둘째, 감각기관을 동시적으로 총동원하여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한다면 우리 뇌는 청각을 통해 들어오는 음악 정보도 입력해야 하고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책의 내용도 입력해야 하므로 같은 문으로 동시에 들어오는 두 가지 정보를 받아들이기에는 비좁아집니다.

따라서 모든 감 각이 책의 내용에 집중(붙일 것)해 있을 때 그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러므로 공부를 할 때는 입으로 소리 내어 귀로 듣고 눈으로 읽으면서 손으로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입력의 방법이 됩니다.

셋째, 즐겁게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즐거워야 감각기관의 기억도 효율성이 높아지고 두뇌의 수용력도 커집니다. 싫어하는 친구보다 좋아하는 친구와 관련된 일들을 더 잘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기기억은 기억공간이 얼마나 될까요? 단기기억이 한꺼번에 기억하는 숫자는 고작해야 7 ±3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기기억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을 재구성이라는 과정을 거쳐 단기기 억에 꼭 들어맞는 형태로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선생님의 설명을 더 기억하기 쉽고, 간결하며, 압축된 형태로 요약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단기기억에 들어온 자료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재구성하는 과정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들어온 정보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내용을 압축해 보거나, 두뇌의 눈으로 그림을 그려본다거나, 시각적인 정보를 말로 표현해보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정보의 임시 저장소 ‘작업기억’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놓고는 막상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잊어버린 경험을 한 번 쯤 다 해보았을 겁니다. 혹은 독후감등의 글쓰기를 하다 횡설수설 뭘 쓰려고 하는지 잘 몰랐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이는 작업기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들입니다. 작업기억은 어떤 행동을 하기까지 수많은 의도와 수많은 행동요소를 저장해 두는 곳입니다. 따라서 학습과 학교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이 작업기억은 특별한 임무들을 수행하는데 첫째,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결합하고 발전시킬 기억공간을 제공합니다. 둘째, 어떤 일을 할 때 일을 구성하는 각 부분을 한데 묶어 기억하는 체계를 만듭니다. 셋째,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애초의 행동 목적을 저장해두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컴퓨터에 비교하자면 메모리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 작업기억이 활성화되어야 정보를 저장하고 출력하는 과정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작업기억은 머리가 편안해야 잘 돌아갑니다. 걱정은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기억을 갉아먹습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머리가 복잡하면 작업기억에 여유 공간이 줄어듭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대한 정보의 물류기지 ‘장기기억’
정보를 잘 입력하였다면 장기기억으로 저장해야겠지요? 장기기억에 저장되는 정보들을 보면 생명과 관련된 것, 감정과 관련된 것, 반복한 것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0년 전 오늘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10년 전 물에 빠진 경험이 있거나 크게 다친 경험은 아주 생생히 기억합니다.

또 10년 전 정말 갖고 싶었던 선물을 생일선물로 받아서 기뻤던 경험 등은 잘 기억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부가 아니면 죽음이다’라고 각오하고 공부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혹은 공신들처럼 ‘공부가 즐거워요.’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공부를 해도 죽기 살기로 공부하거나 공부가 즐거운 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반복, 반복, 또 반복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구단을 정말 열심히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그래서 ‘툭!’ 건드리면 ‘8*8은 64’하고 튀어나오게 되지요. 그런데 이런 반복을 하는 데도 좀 더 쉽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① 정보의 구조나 의미를 이해하기
먼저 정보의 구조나 의미를 이해해야만 이 정보를 범주화해서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저장하거나 기존의 지식체계와 연결할 수가 있습니다.

가령 과학 가운데 지구와 달이라는 소단원을 공부하는데 대단원이 ‘태양계’라는 것을 모른 채 공부하게 되면 태양계에 속하는 행성은 무엇이 있는지 달도 행성인지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전체를 파악하면 정보의 경중을 가리고 부분 간의 관계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공부를 할 때 교과서의 목차부터 살펴보도록 합니다.

②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반복을 하되 같은 반복 횟수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암기하려면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같이 기억이 감퇴되는 시점에서 정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 변형]

   
 

이 때, 처음 한 두 번은 전체 내용을 정독하면서 읽고, 그 다음은 요약하면서, 그 다음에는 핵심어에 밑줄을 치면서 보십시오. 나중 시험 전에는 밑줄 그어진 핵심어만 봐도 내용이 떠오르게 됩니다.

③ 정보 조직화하기
조직화는 정보를 공통성을 기준으로 범주화하여 정리하는 것입니다. 정보를 정리하여 조직화하는 방법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정보를 짝지어 정리하기, 과정에 따라 정리하기, 범주에 따라 정리하기, 규칙과 낯익은 유형에 따라 정리하는 것입니다.

④ 정보 정교화하기
정보의 조직화가 공통성을 기준으로 정리하는 것이라면, 정교화는 관련이 없는 정보를 서로 연결하여 지식체계를 확장하고 풍부하게 해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심부름으로 마트에 가서 ‘두부, 간장, 과자, 휴지, 샴푸’를 사와야 하는데 서로 관련이 없는 이들을 연결하여 ‘샴푸로 머리 감은 후 간장에 두부를 찍어 먹고, 흘리면 휴지로 닦고, 간식으로 과자를 먹자’라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다시 출력을 해 봐야 기억이 더 잘 된다.
앞에서는 단기기억, 작업기억, 장기기억을 통해서 우리 뇌에 정보가 잘 입력되고 저장되는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입력, 저장된 정보를 적절한 때에 꺼내어 사용하지 못 한다면 쓸데 없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입력 및 저장은 열심히 하는데 출력하는 과정을 소홀히 합니다. 출력의 과정은 공부의 빈 곳은 없는지, 제대로 출력은 되는지를 통해 다시 기억하는 과정입니다.

즉, 출력의 과정이 없으면 반장이 아이들 숙제를 걷으면서 몇 명이 제출했고 누가 제출을 안 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하는 목적은 작게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크게는 내가 배운 지식을 적기적소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공부가 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공부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에 제시하는 방법들을 활용해서 반드시 출력의 과정을 거쳐보기 바랍니다.

• 누군가에게 설명한다.(곰돌이, 사람, 동물 등)
• 칠판에 쓰면서 강의한다.
• 그림으로 나타내며 중얼거린다.
•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열해본다.
• 안보고 요점정리를 해 본다.
• 마인드맵으로 나타내 본다.
•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나타내본다.
• 친구들과 묻고 답하면서 나타내본다.


암기도 자꾸 하면 는다!
매년 세계 기억력 왕을 뽑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기억력이 좋은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억력은 타고난 능력도 있겠지만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뇌도 신체의 일부인지라 안 쓰면 녹이 습니다. 팔이 부러지면 깁스를 합니다. 나중에 뼈가 붙어 깁스를 풀더라도 이전처럼 바로 쓸 수 없어 물리치료를 받습니다. 뇌도 마찬가지로 자주 쓰지 않으면 굳습니다. 반대로 자주 쓰는 뇌 부위는 더 활성화됩니다.

그렇다면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훈련하면 될까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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