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위해 ‘움직이는 식물들’ 
- 식물 최후의 생존전략 ‘꽃’ 

따뜻한 봄이 오면, 식물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꽃망울을 틔운다. 이들은 어떻게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고 때맞춰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걸까? 

생존 위해 ‘움직이는 식물들’ 
식물은 흔히 ‘움직이지 못한다’라고 생각한다. 식물은 동물처럼 소리를 내거나 몸을 재빨리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나름의 생존 방식이 있다. 한 자리에 꼼짝 못하고 서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온갖 위협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식물들의 소리없는 생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방어용 화학물질 방출 
식물은 자신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고 병들게 하는 곤충이나 동물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화학물질을 만들어 방출한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 ‘캡사이신’이나 커피콩에 들어 있는 ‘카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담배의 원료 담배풀에 들어 있는 맹독 ‘니코틴’, 가을에 노란 잎으로 거리를 물들이는 은행나무의 ‘플라보노이드’라는 살충, 살균 화학물질 등이 있다. 

만지면 바로 움츠린다!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바로 반응을 보이는 식물도 있다. 미모사는 잎을 먹으러 온 동물이 자신을 건드리면 순식간에 잎을 접어 밑으로 처지게 만든다. 마치 시들어 죽어버린 것처럼 위장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햇빛과 영양분 쫓아 이동하기도 
태양을 좋아하는 양지식물은 햇빛이 잘 드는 쪽으로 몸을 가까이 가고 싶어 하고, 태양을 싫어하는 식물은 음지식물은 그늘 속으로 몸을 더욱 숨기려 한다. 

많은 식물들은 최대한 빛을 많이 받아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향일성을 보인다. 해바라기의 경우, 알려진 것처럼 꽃이 해를 따라 방향을 바꾸는 건 아니지만, 꽃이 피기 전 성장할 때는 줄기 끝이 해를 따라 방향을 바꾼다. 

어떤 식물은 영양분과 물을 찾아 직접 땅 위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워킹팜(walking palm)의 뿌리는 다른 나무들처럼 땅 속에 묻혀 있지 않고 몸통에 매달려 있다. 양분이 많은 토양으로 직접 몸을 옮기기 위해서다. 워킹팜은 이동할 방향으로 새로운 뿌리를 뻗어가며 원래 있던 뿌리는 죽이는 방식으로 서서히 움직인다. 

식물 최후의 생존전략 ‘꽃’ 
꽃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는 식물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생존 전략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식물들이 각자의 생식세포를 결합해 새로운 자손을 만들면, 다양한 유전형질 덕에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광주기’와 ‘기온’ 
식물이 꽃을 피우는 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것은 바로 광주기와 기온의 변화다. 식물마다 이 조건들의 변화를 다르게 감지한다. 봄에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여름에는 무궁화, 해바라기, 가을엔 코스모스, 국화, 겨울은 동백나무 등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나는 이유다. 

‘플로리겐 호르몬’ 
그런데 꽃이 피는 과정은 광주기와 기온의 변화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에 학자들은 1900년대 초반부터 식물이 꽃을 피우게 하는 특정한 호르몬이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연구에 몰두한다. 

그러던 중, 1937년 러시아 식물생리학자 미하일 차일라햔(Mikhail Chailakhyan)은 꽃이 핀 식물의 일부를 떼어내 피지 않은 식물에 접붙여 개화를 유도하는 실험에 성공하게 된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험에 따르면 놀랍게도 개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개화에 성공했다. 이로써 꽃이 피어난 식물에는 개화를 유도하는 ‘어떤 물질’이 있으며, 그 물질이 줄기를 타고 이동해 다른 식물에 영향을 미쳐 꽃을 피우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일라햔은 이 물질을 동물의 호르몬과 비슷하다고 여겨 꽃눈을 만드는 호르몬 즉, 개화 호르몬 ‘플로리겐’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플로리겐의 정체 ‘FT단백질’ 
플로리겐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다양한 생화학적 방법으로 이 호르몬을 추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플로리겐은 70여 년이 지난 2007년이 돼서야 비로소 그 정체가 밝혀진다. 독일의 쿠플랜드 교수와 일본 시마모토 교수는 호박의 관다발 조직에서 분출되는 체액에서 ‘FT단백질’을 검출해 이것이 플로리겐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과학자들이 플로리겐을 찾아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호르몬’이라는 명칭 때문이었다. 플로리겐의 정체는 작은 분자 물질로 구성된 호르몬과 달리 덩치가 큰 단백질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단백질 같이 큰 분자는 호르몬이 아닐 것이라고 여겨 일단 제외시켜놓고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FT단백질이 검출된 후에도 개화 매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계속됐다. 

2009년에는 식물의 생체리듬을 24시간 주기로 맞춰 광합성 시간과 개화시기를 결정한다는 유전자 FIONA-1이 발견됐다. 또한, 2013년에는 개화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GI(Gigantia)단백질이 낮과 밤의 변화를 감지해 낮에는 식물 내에 골고루 퍼져 있고 밤에는 식물 내 핵체로 모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FLM(Flowering Locus M)유전자도 발견됐다. 이 유전자는 온도를 감지해 개화시기를 조절하며, 기온이 20℃ 이하로 낮아지면 대기의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SVP(Short Vegetative Phase)단백질과 결합해, 개화 촉진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해 꽃이 피는 시기를 늦춘다. 

식물은 가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복잡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들은 단지 단지 유전자에 입력돼 있는 방식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반응할 뿐이다. 

그러나 식물이 이산화탄소 흡수 및 산소 공급, 동물의 먹이 제공 등 지구 생태계 유지의 필수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움직이지 않고도 전 세계로 자손을 퍼뜨릴 수 있으며, 무기 없이도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식물들. 

이곳 저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봄소식을 알리는 이 멋진 생명체들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길 바란다.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Sci&Tech]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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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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