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타 미트라 교수는 SOLE 수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 필요한 열쇠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들은 난관을 잘 극복해 간다는 것이다. 미트라 교수의 교육 실험에 함께 하였던 브렛 밀런이 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저는 다른 교장 선생님과 5학년 학급 두 곳에서 해당 교수법을 적용하였는데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학생들은 흑사병의 원인과 결과, 그것이 낳은 사회 변화를 조사하였는데, 아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내용을 알아냈습니다. 아이들은 협동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알아내 화이트 보드에 적어서 서로 알려 줄 수 있게 마커펜을 나누어 준 것뿐입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났는데도 계속 토론하고 싶어하였고, 집에 가서 연구를 계속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영리해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 과제의 어려움을 즐기고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브렛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끼리 자료를 찾고 대화하게 하였으며, 그것을 정리하게 하였다. 교사의 역할은 그것이 다였다. 이 실험을 통해 브렛은 호기심과 학생 참여를 두 개념으로 여기고 있던 교사들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하였다.

자신과 관련된 주제는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한다

브렛과 함께 SOLE 수업을 진행한 폴 교장의 편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서도 전문적인 평가 수준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교실마다 ‘호기심의 벽’을 설치하고 교과 내용을 탐구하게 합니다. 큰 질문을 던지고 관심을 끌 만한 세부 내용을 제시해서 학생들의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이것은 교과 내용을 창의적으로 전달하고 호기심을 강화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원’과 같은 무미건조한 주제가 ‘동물은 우리 안에서 살아야 할까?’와 같은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질문을 비슷한 것끼리 묶고 분류해서 조를 짜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 조 친구들과 서로 도우며 조사하고, 함께 토론하며 알아낸 것을 각자 또는 조별로 보고서를 쓰거나 발표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품은 의문에 근거하여 관심사를 따라가거나 스스로 탐구해 나가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는 것은 재미있고 흥미진진합니다. 만약 학습의 방향을 통제할 권한이 교사에게 있었다면, 아이들의 열의와 참여도와 학습 방향의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보를 찾기 위해 협동하고 ‘배움의 여정’을 지속하는 ‘연구’가 교과 과정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기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우리는 각 팀의 교사들끼리 서로 수업을 관찰하여 피드백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 다양한 교수 전략을 개발하고, 많은 교사가 여전히 의무적으로 꼭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통제권을 손에서 놓는 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브렛이 교사들에게 제시하는 ‘연구 지침’을 보면, 그가 SOLE 수업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게 될지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게 될지를 알려 준다.

• 학생들에게 학습 목적과 성취 기준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준다.
• 평점만 매기거나 정답만 체크해 주는 식의 피드백을 피하려고 한다.

• 학생들에게 주는 피드백에 그들의 성취에 대한 인정과 개선 방안에 관한 조언을 포함한다.

• 학생들에게 ‘기다리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을 준다.

• 폐쇄형이 아니라 개방형 질문을 한다.

• 학생들에게 질문함으로써 얻은 정보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 학습 목적과 성취 기준에 바탕을 둔 동료 평가를 장려하며, 우호적이고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동료 평가를 주고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 학생들의 자가 진단과 자기 평가를 장려한다.

네가 그리로 간다면, 나도 너와 함께 갈게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이 관심사에 따라 스스로 방향을 정하게 한다는 브렛의 의견을 보면서 SOLE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정의하게 된다.

“네가 그리로 간다면, 나도 너와 함께 갈게You go there; I will go with you.”

러한 정의는 전통적인 교실에서의 교사 역할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SOLE 수업에서는 이해가 집단적으로 일어나며, 그것은 교사의 가르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의해서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교사는 친구이거나 인터넷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폄하될 수는 없다.

사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트라 교수는 10대 아이들과 SOLE 수업을 진행하면서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더 어린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질문이 주어져야 몰입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은 도전·실용주의·반항을 좋아하며, 사회적 규범과 선입견에 도전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SOLE 수업에서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트라 교수는 ‘① SOLE에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야 하고, ② 감독자가 없어야 하며, ③ 아이들이 스스로 무리를 이루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교사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고도화되고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트라 교수는 1999년 ‘벽 속의 구멍’ 실험을 시작으로 하여 2013년까지 SOLE 수업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 자신과 관련된 주제는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한다.

- 교사나 멘토의 격려가 성과를 높인다.

- 아이들은 스스로 집단을 형성하고 집단이 진화하는 가운데 배울 수 있다.

- SOLE은 모든 어린이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한다.

- SOLE에 참여한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

아이들이 무언가 몰두해서 하고 있을 때는 함부로 수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또 아이들은 잘못된 결론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럴 때 그 자리에서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실수나 오류를 발견하고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SOLE 시간에 토론과 질문을 통해 오류를 수정하고는 하였다. 미트라 교수는 그것을 ‘자기수정self-correction’이라고 한다.

SOLE 수업에서 교사는 안내자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깝다. 아이들이 어디로 갈지 교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자기조직적 학습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미트라 교수에게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하고는 한다.

“네가 그리로 간다면, 나도 너와 함께 갈게.”

출처: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성안당)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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